"세계최대" 보다 "세계최고" 에 도전을

국내부품산업이 브라운관(CRT)부문에서 마침내 세계정상에 우뚝 섰다.

우리나라에서부품산업이 태동한지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세계최대의 CRT생산 국으로 등극한 것이다.

특히이번에 선두에 나선 브라운관산업의 뒤를 이어 반도체.DY(편향요크). FBT 고압변성기 산업도 세계최대를 향한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어 국내부품 산업의 전도를 밝게 해주고 있다.

국내CRT산업의선두부상은 국내부품산업사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선기라성같은 유명업체가 즐비한 일본을 제쳤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본업 업계가 시장을 장악해온 세계부품산업의 판도로 봐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국내브라운관산업의 꾸준한 일취월장이 난공불락의 일본아성을 무너 뜨리는촉매제로 작용했다. 지난해 국내브라운관업계는 세계시장의 22.3%를 차지하는 3천3백50만개의 브라운관을 생산, 3천만개를 공급한 일본을 앞질렀다. 도시바.마쓰시타.히타치.대만의 중화영관 등도 1천만개이상을 생산, 우리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해에도이같은 추세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국내생산량은 3천5백만 개로 지난해보다 시장점유율이1%포인트높아져수위자리를고수할것으로예상되 고있다. 이제 CRT가 몇안되는 수출전선의 대표주자로 부상한 것이다. 수출에 치중해 야하는 국내전자산업의 현주소를 감안할 때 국내CRT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CRT산업 이 국내산업전반에 침체의 골을 깊게 팠던 최근 5년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것은 여타산업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같은오늘의 풍성한 수확은 어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의 거 름주기와 가지치기, 산업계의 각별한 정성과 장기적인 안목이 오늘의 CRT산 업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이같은 CRT산업도 품목별로는 명암이 교차되고 있다. TV용 컬러 브라운관 CPT 은 우리나라가 선두자리를 고수,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모니터에 채용되는 산업용 브라운관(CDT)의 경우는 나라별로는 일본이, 업체별로 는 대만의 중화영관이 각각 정상을 지키고 있어 선단을 공략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해 1천8백만개를 생산, 전세계시장의 45 %를 점유한데 이어 올해에는 50%에 해당하는 2천만개로 늘려 우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놓겠다는 심산이다.

세계CRT시장상황을 분석해보면 "세계최대"가 "빛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는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국내브라운관산업은 "세계최대" 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세계최고"를 지향해야 한다. 세계최고를 차지해야 비로소 명실 상부한 1인자로서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인 14, 20인치 중소형TV용 CPT로는 세계최대를 구가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세계최고로 올라서는데는 역부족이다. 즉 고부가 가치 창출면에서 일본에 뒤진다는 결론이다. 일본은 현재 29인치 이상의 초대형 CPT와 경쟁력있는 CDT시장을 장악, 노른자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일본의벽을 뚫기 위해서는 "속빈강정"에 해당하는 우리의 취약점을 하루 빨리 개선 해야 한다. 세계유수의 브라운관업체들이 고부가가치제품을 집중 생산 마진을 높이는데 반해 국내업계는 실속없는 중저가제품생산에 치우쳐 있는게 현실이다. 우리가 세계최대의 자리를 확보하고도 세계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제품 개발의 고부가화와 생산구조고도화전략을 밀도있게 추진하는 것이 세계최고에 도전하는 올바른 방향이다.

해마다반복되는 로보수공사에 따른 유리벌브수급차질도 국내CRT산업에 불안 을 안겨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비상이 걸리는 국내CRT 업체들의 유리벌브공급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세계최고는 물론이고 최대의 자리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국내부품산업은새로운 질적 도약이 요구되고 있다. CRT산업이 이를 단적 으 로 증명해주고 있다.국내부품산업은 이제 질로 승부를 걸어 세계최고의 경지 에 올라야서야 한다. 양적인 승부만으로는 세계를 제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