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특허문제는 이제 더이상 수면아래에 있지 않다.
아직 구체적인 분쟁사례가 거의 없는 데도 불구하고 특허문제가 LCD 산업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국내외 주요 LCD업체들이 출원해놓은 특허의 내용때문이다.
현재국내 LCD업계에 특허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스위스 ABB사 1건뿐이다.
ABB사는국내 최대 TN.STN LCD생산업체인 삼성전관에 대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이의를 제기, 결국 지난해 매출액의 2.7%를 특허사용료로 받는 선에서 특허사용에 합의했다.그것도 84년부터 소급적용토록 돼 있다.
ABB사의특허제소를 주목하는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우선세계 17개국에 특허를 출원해 놓은 ABB사가 국내의 경우 유독 삼성전관 1개업체에만 특허료를 챙겼다는 점이다. 삼성전관만이 특허를 침해했기 때문은 아니다. 연간 4백억원의 매출규모를 보이는 삼성전관을 제외한 나머지 TN.STN LCD업체들의 매출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나머지 업체들의 특허료지불도 이들 업체가 LCD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확대하는 한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두번째는스위스 ABB사의 특허는 기본적으로 피할 수없는 원천기술이라는 점이다. TN.STN LCD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TN제품은국내 업체들이 거의 생산을 중단한 데다 특허가 소멸될 시기에 접어들어 있고 STN LCD의 경우는 TFT LCD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제품 성격탓에매출발생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TFT LCD다.
엄청난시장 잠재성으로 인해 향후 세계 전자산업계의 판도까지를 뒤바꿀 것으로 전망되는 TFT LCD분야의 특허는 반도체.컴퓨터 산업의 특허 소용돌이를 능가하는 충격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징후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본의주요 LCD업체들은 89년이후 출원특허의 절대 다수를 기존 TN.STN에서 TFT로 급격히 전환했다.
일본의유력 LCD업체들의 적극적인 특허준비로 이미 일본. 미국.유럽등 선진 각국의 LCD특허심사의 80%이상은 TFT LCD로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LCD특허가 TFT분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허청자료에 따르면 TN.STN분야의 특허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외국업체들 의 국내 LCD특허출원건수가 89년이후 급격히 TFT로 대체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추세는 90년이후 더욱 두드러져 최근에는 TN.STN관련 출원 특허는 전체 출원건수의 15%를 겨우 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대신 TFT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특허보다는양산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TFT의 경우 일본업체들의 특허는 난공불락의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업체의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겨우 2건의 TFT LCD 특허를 출원한 실정 이다. 일본업체들의 LCD특허는 양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초기술은물론 최첨단 회로, 양산기술등을 망라한 일본업체들의 출원 특허 는 수박겉핥기식 내용으로 채워진 국내업체 출원특허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LCD업체들이 국내 특허출원건수의 61%를 차지하는 많은 특허를 내놓고 특허가 큰 문제가 되겠느냐"며 의기양양하지만 그 실체를 살펴보면 허세도 이만 저만한 허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내업체의경우 전체건수의 70% 정도가 실용신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예를들면 편광판을 1개에서 2개를 둔다든지 백라이트레이아웃을 다르게 한다든 지 하는 것이 국내 업체들의 LCD특허수준이다.
국내업체의 경우 출원특허가 10쪽미만의 내용으로 채워지는 반면 일본 업체 들의 특허는 대부분 최소 50~60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담고있다.
때문에 일본과 국내 업체가 각각 출원한 1건의 특허는 그 의미가 다른 것이다. 특허가 국내 LCD산업의 발목을 잡는 최대 걸림돌로 등장할 것이란 지적은 국내의 경우 TN.STN분야의 기본특허는 물론 TFT LCD분야의 크로스 라이선스급 고급특허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LCD특허는이미 "발등에 불"이 되고 있다.<김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