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게임기시장 94년 시장점검

올해 게임시장에선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굳이말하자면 1년내내 광과민성발작파동의 여파로 최악의 상황 이었던 지난해보다는 시장이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지만 과연 얼마 만큼 회복할 수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가정용 게임시장규모는 전년대비 61%정도 격감한 14만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80년대말 이후 급성장을 거듭해온 게임기시장이 지난해초 발생한 광과민성 발작파동으로 시장이 급랭, 전년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매출에 그쳐 사상처음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올해전망도 불투명하지만 업계는 8비트에서 16비트로 시장 중심이 이동하면 서 수요가 늘어나 작년보다 최소한 20%정도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따라서 게임기 업계는 시장을 확장하기보다는 지난해 위축된 부분을 이전의호황기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올해의 절대과제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전반적인 국내경기 침체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된 신종영상매체 심의와 무질서한 유통 구조, 그리고 조악한 게임개발현실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어 게임시장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벽두부터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신종영상매체 심의문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화체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신종 영상매체 심의는 게임소프트웨어(SW)의 90%이상이 일본에서 수입공급되고 있는 상황이 어서 게임유통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부적합한 SW의 수입이 불허되면서 SW의 공급이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들것으로 보이며 당연히 하드웨어인 게임기의 보급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지난해 심의시행 이후 6개월의 유예가 주어졌던 매체내 일본어 자막 및음성 사용 규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것도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 이다. 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신축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공연윤리위원 회가 강경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대부분 일본SW를 수입, 공급해왔던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가정용게임기업계는 미국에서 SW를 들여오는 PC게임유통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리 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신종 영상 매체심의 시행은 우리문화의 보호라는 본래 의미와 더불어 산업적인 측면에서 국산게임 SW및 관련산업을 보호육성한다는 의지도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취약한기술력으로 세계 유수의 게임메이커들과 겨루기 위해 취해진 이같은조치는 국내 개발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할 수 있으나 시장 자체가 협소해 타이틀당 약 1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상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 산업이 살아남으려면 정부 차원의 기술개발자금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한편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왜곡된 유통구조도 게임업계가 시급히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특히게임유통망의 상당부분을 점하고 있는 용산게임시장의 경우 실명제실시 이후에도 무자료 거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며 그 규모를 알 수 없는 밀수 시장이 자리를 굳히고 있다.

게임기관련대기업들 역시 매출확대에 급급, 밀어내기식 판매를 일삼아 유통 망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재고가 일선 유통 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실정이다. 이같이 열악한 실정에서 다행히 업계의 자구노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다소간의 희망을 주고 있다. 현대전자가 일본 게임 개발사와 공동으로 제작한 게임SW "한국프로야구"나 삼성전자가 곧 선보일 자체개발물 "시티히어 로즈" 등이 그것이다.

또게임기관련대기업과 중소개발업체간의 공동협력관계가 물밑에서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게임SW관련업체들의 협회구성 움직임이 올초 재개되고 있어 곧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보다중요한 것은 게임관련 유통업체 및 개발업체들이 게임산업의 장래를 위해 보여주는 성실한 노력만이 게임산업의 회생여부를 판가름하는 관건이 되리라는 사실이다.<임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