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한국프라스틱콘덴서협의회 발족의미와 전망

벼랑끝 위기에 몰린 국내 DC용 PET필름(마일러)컨덴서업계가 살아 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고 나섰다.

대홍콩수출 업체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프라스틱콘덴서협의회" 는 최근 회원사들간의 협의에 의해 자율적인 "체크프라이스"제를 운영키로 하고 우선올해 4월1일부터 평균 15%이상씩의 수출단가 인상에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업체난립, 경쟁심화, 가격하락의 악순환을 반복해 온 국내 PET필름컨 덴서 업계는 왜곡된 산업구조의 매듭을 스스로 풀기 위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업계가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 보이면서까지 수출가격의 자율조정이라는 어렵고도 험난한 길을 택하게 된 것은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머지않아 업계전체가 몰락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국의 PET필름컨덴서산업은 3년전에 비해 그 외형이 절반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생산업체도 절반 이상이 사라졌으며 전체 생산량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도 중견 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쓰러졌으며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고 설비를 매각, 처분하는 업체들이 연이어 나타나 지난 한햇 동안에만10여개사가 몰락했다.

자금여력이있는 회사들은 이미 중국및 동남아지역에 현지공장을 건설, 생산 기지를 이전해 놓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품목 다양화 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결국PET필름컨덴서업종은 "사양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리기에 이르 렀으며 경영악화에 시달리다 못한 경영자들은 요즘 "사업을 어떻게 키울까" 보다는 "사업을 어떻게 처분할까"라는 고민을 더 자주한다고 털어놓는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 가장 큰 원인은 80년대 후반부터 생산 업체의 급격한증가로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펼쳐 온 데 있다.

특히홍콩 시장의 경우 한국산 제품이 시장의 90%를 점유하면서도 업체들마다 밀어 내기식의 과잉경쟁으로 인해 세계 최저가시장을 만들어 버렸으며 이것이 지금 업계를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최대의 원인인 것이다.

이같은위기의식은 업계전반에 걸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위기상황을 만든 가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누누이 거론돼 왔다.

"한국프라스틱콘덴서협의회"는홍콩이라는 단일시장을 배경으로 이해 관계가 서로 엇비슷한 업체들끼리 모여 가격조정문제에 합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협의회장인피아교역 김영연사장은 그러나 아직 완전한 성공을 자신하기에는이르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들간의 민감한 해결과제들 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또지금 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6개사가 서로 합의한 가격을 얼마간 지켜내는 데 성공한다 할지라도 언제라도 이같은 합의를 무너뜨릴 위험 요소 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현재홍콩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업체는 줄잡아 20~3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추산되고 있다. 이들 모두를 협의회의 틀 안에 끌어모으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규모가 크고 홍콩수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을 규합한다고 해도 협의회안에서조차 합의가 깨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이나동남아에 현지공장을 보유, 현지에서 홍콩에 수출하고 있는 업체들 과 그렇지 못한 업체들사이의 이견조정도 골치거리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협의 회의 출범은 업계 공멸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시도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영연협의회장은한국업체들의 일괄가격인상소식에 대해 홍콩의 바이어들도 환영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업체들이 단결만 한다면 홍콩시장 은 다시 정상화될 것이며 문제는 완전한 단결이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는 것이 홍콩측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김협의회장은 앞으로 참여기업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 유지를 위해서는 홍콩바이어들과의 협의를 통해 수출창구는 물론수입창구도 디스트리뷰터를 지정,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프라스틱콘덴서협의회가 얼마나 활성화될 것인가 하는 것은 한국의 필름 컨덴서 산업의 회생 가능성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날이 주목되고 있다. 더 나아가 홍콩수출업체들만의 가격조정 뿐만 아니라 여타 필름컨덴서업계에 도 이같은 업계 단결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