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인휴대정보단말기, 세대교체

수백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던 개인휴대정보단말기가 시장에 나온지1년도 채 안돼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해8월 발표된 애플 컴퓨터사의 "뉴턴 메시지 패드"는 처음 한달동안 5만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하며 애플에 제2의 전성기를 안겨주는 듯했다.

그러나최근 4개월간 뉴턴의 월평균 판매대수는 7천5백대 이하로 급격히 떨어져 발매당시 인기가 물거품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최대 통신업체인 AT&T가 출자한 휴대형 정보통신기기 전문개발 업체인 EO사가 내놓은 "퍼스널 커뮤니케이터"는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이래 한달 평균 1천대도 안팔리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더니 결국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이게 됐다. EO와 AT&T측에서 제품개발 전략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고 생산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카시오와탠디사가 손잡고 내놓은 또 다른 개인정보단말기 "주머"는 아예 뉴턴과 퍼스널 커뮤니 케이터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미국의한 시장분석가는 "올해 개인정보단말기시장이 장밋빛은 아니다" 라며 지난해 판매 대수 기준 34만대 시장을 형성한 개인정보단말기가 올해 잘해야13만 14만대가 팔리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개인정보단말기는전화번호.주소.업무일정 등 개인의 일상생활 및 업무 정보 를 기록, 저장하고 이 정보를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교환할 수있는 휴대형 정보통신 기기를 말한다. 흔히 (Personal Digital Assistant)의 머릿글자를 따서 PDA라고 부르며 휴대전화와 함께 무선으로 모든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편리한 개인일정관리 및 업무연락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 를 모아왔다.

그러나시장분석가들과 전문가들은 지난해 선보인 이들 개인정보단말기가 당초 업계에서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언제라도 원하는 상대와 연락할 수 있는무선통신기능과 같은 매력적인 기능이 없는데 반해 가격은 비싸 고 기술적으로도 문제점이 많은 제품 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껏 기대를 모았던 개인 정보단말기가 실망만을 안겨준 채 무대뒷면으로 사라져야 했던 것이다.

이와관련,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첨단기술부문 수석부사장인 네이던 마이어볼 트씨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관건 이라고 말하나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개인휴대단말기의 진정한 문제점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한다.

여기에애플과 AT&T의 현명치 못한 마키팅 전략도 개인정보단말기의 단명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존 스컬리 애플 전회장은 "뉴턴은 애플이이제껏 했던 사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앞으로 3조5천억달러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떠벌리고 다녔다. 사용자들의 기대만 쓸데없이 부풀린 셈이다. 최고 2천5백달러(퍼스널 커뮤니케이터)에서 1천3백달러(뉴턴 무선모뎀 등 선택사양 추가시) 나 주고 산 제품이 결함투성이인데다 별로 신통하게 쓸데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사용자들은 얼마나 실망했을 것인가.

그러나1차 연도에 선보인 개인정보단말기의 참담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업계 와 전문가들은 이들 제품의 장래가 그리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고 평가 하고있다. 일례로 애플을 돈방석 위에 앉게한 매킨 토시가 성공하기 까지는 두번에 걸친 세대 교체가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히트 상품인 "윈도즈 3.

0"이나오기 까지는 10여년에 걸친 투자와 개발기간이 필요했다.

지난해선보인 1세대 제품이 실패했지만 2, 3세대 제품에 이르러서는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모토롤러는 벌써 무선통신기능을 대폭 강화 한 2세대 개인정보단말기인 "엔보이"를 다음달중 선보일 예정이다. 엔보이는무선모뎀을 내장해 일반전화와 무선데이터통신망을 이용해서 문자 정보를 전송할 수 있으며 가격도 1세대 제품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토롤러는지난달 제너럴 매직사가 3년여의 연구개발끝에 발표해 업계로 부 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매직캡"을 엔보이의 운용체계(OS)로 채택해 통신 기능과 활용도를 대폭 높일 계획이다.

애플과AT&T도 한번의 실패에 굴하지 않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애플은 필기체 인식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입력방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양한 응용프로그램 개발로 뉴턴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전략 이다. 이에 반해 AT&T는 문자위주의 퍼스널 커뮤니케이터를 휴대전화방식으로 전환하고 간단한 컴퓨터와 데이터 통신기능을 부수적으로 제공하며 가격 을 1천달러대로 낮추는 방향으로 제품개발전략을 완전히 수정했다.

개인정보단말기 1세대의 실패를 딛고 2세대를 준비하는 전자업계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함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