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콘덴서와 삼영전자를 제외하고 80년 이후 가장 급성장한 컨덴서 생산 업체를 들자면 단연 삼성전기가 꼽힌다.
종합부품업체인삼성전기의 컨덴서사업은 전해컨덴서.세라믹컨덴서.필름컨덴 서.오일컨덴서등 전품목에 걸쳐 있으며 80년대 후반이후 다른 업체들은 엄두 도 내지 못할 대규모투자를 단시간에 집중, 단숨에 선두그룹에 합류했다.
특히MLCC (적층칩세라믹컨덴서), 칩탄탈룸컨덴서등 SMD(표면실장부품) 화된컨덴서에 대한 집중 투자로 재벌기업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해 왔으며 지금도 신규투자가 계속되고 있어 삼화.삼영의 아성을 조만간 무너뜨릴 기세다.
그러나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성전기(당시 삼성전자부품)는 규모면 에서나 내용면에서나 보잘 것 없는 회사의 하나였다.
73년설립될 당시부터의 사업 품목인 전해컨덴서를 예로 들면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부품은 월 생산량이 5백만개에서 8백만개 내외에 머물던군소업체였다. 가장 최근의 호황기, 즉 3저 호황시대가 절정으로 치닫던 88년 당시 삼영 전자공업의 전해컨덴서 월생산량은 3억개에 달했으나 삼성전기는 이것의 10분 의 1인 3천만개에 불과했다.
그러나삼성전기는 89년 부터 "갑자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73년설립이후 88년까지 컨덴서 사업에 투자된 돈은 모두 1백53억원에 불과했으나 89년 한 해에만 이보다 많은 2백50억원이 투자됐다.
전해컨덴서의경우 삼영전자가 88년 이후 5년동안 33% 신장한 월4억개 규모 로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삼성전기는 무려 5백% 늘어난 1억5천만개 규모로 급신장해 맹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삼성전기 같은 대기업이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컨덴서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은 MLCC를 비롯한 칩부품이라고 할 수 있다.
MLCC는칩저항기와 함께 전자부품의 SMD화를 선도해 온 대표적인 칩부품.
"경박단소"로 지칭되는 전자제품의 소형화.경량화 바람에 따라 80년대 초반부터 전자부품산업에 일기 시작한 SMD화 열기는 업계의 판도마저 뒤바꿔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전자부품의SMD화는 60년대 이후 저임금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산업구조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새로운 체제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대규모 자본이 투입 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성전기가가장 먼저 MLCC사업에 착수한 데 이어 삼화콘덴서 공업이 84년경 부터 MLCC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86년에 삼성전기가 마지막으로 MLCC에 투자를 시작했다.
지금까지MLCC사업에 참여한 3사중 삼성전기가 가장 막차를 탄 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삼성전기는 후발업체로서의 기술력 열세를 막강한 자본력 으로 보충해 나갔으며 지금 현재 컨덴서부문중 나머지 업체들을 따돌리고 규 모면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품목이 MLCC가 됐다.
90년대이후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성장할지 알 수 없는MLCC사업의 성패여부를 지금 시점에서 판정하기에는 이르다.
삼성전기의 "양"추구 경쟁과 삼화콘덴서가 내세우는 "질" 추구 경쟁은 모두일본을 상대로 한 나름대로의 전략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판가름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