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전문업체인 S사는 6개월동안 1억원을 투입해 최근 시제품 제작까지 끝마친 PC보드 양산계획을 중단했다.
최근대만에 출장다녀온 박과장이 대만산 수입완제품 가격이 국산품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박과장은대만업체들이 동일제품을 외국에 선적하는 가격이 국내업체가 구입 하는 부품 가격, 즉 재료비(Material C-ost)보다도 10% 이상 싸다는 보고서 를 제출했다.
따라서인건비, 조립비용, 고정비, 일정수준의 이윤, 대리점 마진 등을 부대 비용을 추가하면 소비자가격이 대만산보다 2배이상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업체는 1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 지도 못하고다른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변기기업계에서 이같은 사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만업체들이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파격적인 판매값이다.
정부가보드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20%라는 고율의 긴급조정관세를 부과했음에도 불구, 대만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워 국내 보드시장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따르면 최근 주기판 수요의 35%가량을 이미 대만산이 차지 하고있으며 그래픽카드는 75%, 수퍼IO카드는 80%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되 고 있다.
이처럼대만산 제품이 무서운 경쟁력을 확보한데는 대만정부의 뒷받침이 컸다. 대만정부는 지난 80년부터 "정보산업발전10개년계획"이란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누구든 기술력과 신용만 있으면 중소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각종 금융 및 세제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만정부는사업과 관련해 기업체에 대한 일체의 간섭을 배제하고 철저한 자유경쟁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즉누구든 쉽게 기업을 설립해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중소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철저히 기업 의 몫이라는 것이 대만정책의 기본 골격이다.
대만업체들은이때문에 수백개나 되는 경쟁 업체를 제치고 값싸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도산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실제로대만은 지난 한햇동안 3백여개 업체가 새로 설립된 반면 1천개의 주변기기업체 가운데 약 25%가 도산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따라 대만업계는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출혈 경쟁을 피하고 부가 가치가 높은 해외시장에 집중적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보드업체중 이미 절반이상이 생산 공장을 인건비 와 시설투자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말레이시아.베트남.남미지역으로 이전했다중간부품상들이 제품생산시 필요한 부품을 일괄구매한 후 주변기기 업체들에 게 할당해 주는 공동구매제 역시 대만업체들의 가격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고대만산제품이 국산품보다 품질이 떨어지는게 아니다.
불과2~3년전까지만 해도 대만산의 품질은 형편없지만 싼맛에 구입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대만은미 IBM사로부터 연간 1백만장 이상의 고급 주기판을 주문받아 OEM 으 로 생산하고 있으며 50만장 안팎의 물량을 미 마이크로닉스사를 비롯한 메이 저 업체들에게 각각 공급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은보드분야를 석권한 이후 이를 기반으로 마진율이 높은 고품질 보드를 집중 생산하고 있으며 90년부터는 모니터.키보드.마우스. 디지타이저 등 품질을 기반으로한 고부가가치형 입출력장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그동안 3등급 제품으로 외면받았던 모니터분야에서 대만은 에이서.치코니.마이텍.타퉁.삼포 등 중견업체들이 고품질 신제품을 개발해 국내업체들이 장악해온 해외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이들 업체는 15인치와 17인치 등 대형모니터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모니터왕국인 한국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과 품질이 뛰어난 대만산 제품에 맞설 수있는 무기는 현재로서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있는 것이다.<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