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침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 가전시장에서 후나이 전기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후나이전기는 일본의 중견 AV 업체로서 그동안 주로 해외업체에의 OEM 수출을 통해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일본 국내시장 에 조차 그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후나이전기의 제품이 최근일본의 주요양판점 진열대의 중심부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 에게도 잘 알려진 소니나 마쓰시타.도시바.산요 같은 세계적인 유명 업체들이 모두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후나이전기는지난 회계 연도 일본시장에서만 전년대비 매출액이 35% 증가한 실적을 올린것으로 나타났다. 총 매출액에 있어서도 이회사는 세계적으로 가전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10% 이상 고속성장한 몇 안되는 업체로 손꼽히고 있다. 후나이전기는 최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TVCR를 비롯, 가정용 VCR.TV 등AV기기 분야에서 타사제품보다 20~30% 싼 저가격 정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있다. 상대적으로 싸게 파는 만큼 품질이 떨어지고 수익률이 나빠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지난 회계 연도 경상이익은 전년에 비해 8배나 신장할 정도로 수익성도 좋아졌다.
그렇다면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 가전업계에서 유독 후나이전기가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기업내부적인 요인으로는 목표시장을 명확히 하고 그 시장에 적합한 경영 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회사는 저가격 시장 을 겨냥해 시장에서 잘 팔 수 있는 가격대를 미리 설정해 놓고 여기에 상품 기획에서 부터 개발.구매.생산시스팀 등을 맞춰 나간다. 세계에서 가장 싸고 우수한 부품을 구매해 생산원가가 적게 드는 지역에서 생산하고 일단 생산에 들어가서도 부품수를 줄이거나 생산라인을 변경하는 등 합이화 노력을 계속 한다. 그래서 경쟁업체보다 싼 값에 팔면서도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또다른요인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 소바자 들은 새로운 기능이 첨가된 다양한 기능의 신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제는 복잡한 다기능 제품보다 꼭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되 쉽고 편리 한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충분한 기능 을 갖추고 있고 품질이 안정된 제품이라면 구태여 고급브랜드의 고가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거품경제의 영향이 가시면서 실용적 이고 합리적인 구매관습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후나이전기의사례는 국제경쟁력제고를 목표로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구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목표시장의설정과 그 시장에서의 소비자요구의 파악, 그리고 여기에 적합한 기술개발과 생산시스팀을 구축하여 경쟁업체와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다. 후나이전기가 소니나 마쓰시타보다 기술력이나 판매력이 우수하지 못하지만 같은 제품을 싸게 만드는 능력은 뛰어나다. 흔히들 우리상품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첨단기술개발이 강조되고 있지만 목표가 분명치 않은 첨단기술투자는 오히려 자원과 인력의 낭비를 가져와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기업들도 요즈음 독창성있는 상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기업이 모방위주의 기술개발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가지고 기술개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술개발이 과연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세계시장에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인가, 또는 소비 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소비 자 요구를 반영한 제품 이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개발담당 엔지니어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고, 세계적인 기술이나 상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지역성이 강한 상품이나 세계적인 보편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술도 눈에 띈다.
세계시장을목표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단계적으로 경쟁 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시유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유행처럼 자주 바뀌는 기술이나 지엽적인 창의성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나의 상품을 만들더라도 그 목표를 세계시장에 두어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상품을 만들수 있다.<대우전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