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경쟁이 한국에 못잖게 치열하게 전개 되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한국이 오랜 산고끝에 자율합의 과정을 거쳐 얼마전포철로 제2이통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이탈리아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제2이통사업자 선정경쟁이 본격화된 계기는 유럽연합(EU)의 압력에 못이긴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영기업인 SIP SpA에 경쟁할 수 있는 민 간이동통신사업자를 오는 4월말까지 선정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부터다.
현재시장 규모만 연간 10억달러로 오는 2000년에는 적어도 4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주요기업들이 몰려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제2이동통신 사업권 획득을 위해 경합을 벌이는 업체는 유럽 자동차 산업의 대표주자인 피아트사, 컴퓨터 및 사무자동화기기로 유명한 올리베티사 등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이름들이다. 올리베티는 미국의 지역전화서비스업체인 벨 애틀랜틱사와 손잡고 제2이동통신사업권 획득을 위해 "옴니텔" 이라는 이름의 컨소 시엄을 구성했으며 올리베티와 오랜 라이벌 관계에 있는 피아트도 자국 방송재벌인 핀인베스트사, 영국 보다폰 그룹, 미국의 또 다른 지역전화 서비스 업체인 벨 사우스사, 자국 최대 전력공급업체인 ENI SpA, 뉴욕의 통신업체인 밀리컴사등을 망라해 유니텔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기 위한 이들 업체간 경쟁은 향후 재계의 주도권이 달려있을 뿐만 아니라 피아트-올리베티간 해묵은 경쟁관계 및 지난 2년에 걸친 공무원 부패 척결 작업의 성과를 가늠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보다 적극적인 업체는 3년간 계속된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업다각화에 부심하고 있는 올리베티사다. 이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드 베네디티씨는 "사업권선정은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현재 세계 멀티미디어시장에서 기대할 만한 무기가 없는 우리로서는 통신 사업 에 진출해 세계적 기업과 연대관계를 맺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며 절박한 실정을 털어놓고 있다.
베네디티씨는지난해 가을 카를로 키암피니 수상을 만나 이동통신 시장 진출 이 올리베티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만약 실패할 경우 대량해 고를 피할 수 없다며 애원과 협박이 절반쯤 섞인 설득에 나섰다.
이탈리아파스핀 시큐리티즈사의 폴 디온느씨는 "올리베티의 컴퓨터 부문 다 운사이징은 통신시장 진출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만약 이들이 사업 권을 따지 못하면 결국 많은 공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이탈리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피아트-핀인베스트합작컨소시엄인 유니텔은 이동통신사업이 그룹의 핵심 인자동차 및 방송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해 여기서 명분을 찾고 있다.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인 미IBM과 손잡고 이탈리아 기업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통신 사업을 벌이고 있는 피아트는 "앞으로 운송 및 유통부문 등에도 음성과 데이터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니콜로 네프리 유니텔 최고 경영자 (CEO)는 말한다. 이동통신이 피아트-핀인베스트의 통신사업에서 핵심을 차지함은 물론이다. 네프리씨는 또 "컴퓨터 하드웨어 사업을 한다고 해서 이동통신 사업에 필요한 서비스정신 및 경험이 있다는 주장은 마치 애플이 미국의 이동 통신망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처럼 비합리적인 생각"이라며 올리 베티를공격한다. 사실 올리베티와 피아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탈리아 최대기업의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관계로 해묵은 감정까지 쌓여 있어 계열언론매체를 통해 상대방 고위경영진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의제2이동통신 수주경쟁은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서슴없이 비난하는 등 이전투구의 양상속에서 우리와 여러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함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