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낙, 고속성장에 암운

일본 공작기계업계의 대명사 파낙이 시련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후최악의 경기침체로 그동안 구가해오던 초고속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위협당하고 있는데다 내부적으로 후계자문제까지 겹치는등 심상치 않은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일본공작기계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지난해 수주총액은 전년비 25% 감소한 5천3백18억엔. 절정을 이루었던 90년에 비하면 62% 나 떨어진 수치다. 채무초과로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는 공개기업조차 나오고 있다.

이러한공작기계업계의 부진은 파낙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후지쯔의 연구 소로 NC(수치제어)장치 개발에 착수, 72년 후지쯔에서 분리독립한 이래 NC장 치에서는 독점적인 역할을 맡아온 파낙인 만큼 공작기계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공작기계업계의 쇠퇴는 파낙에게 있어 기반의 동요를 의미한다.

이같은 침체는 파낙의 매출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파낙은 94년 3월 마감 회계 연도에 3기연속 감수감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절정기인 90년에 비해40%정도 줄었다. 30%수준을 자랑하는 매출대비 경상이익률도 20% 로 떨어졌다. 전후 최악의 불황속에서 이 정도의 수익률은 오히려 경이적이라고 표현할 수있다. 그러나 최근의 지속적인 수익악화로 파낙이 "보통회사"로 전락해 가고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파낙이현재의 국내시장점유율을 유지해나갈 지도 의문이다. 파낙의 점유율 은 70%. 20%로 2위인 미쓰비시전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격차는 불황속에서도 사실 변화가 없다. 개척자인 동시에 강력한 개발력, 가격 경쟁력을 지닌 파낙에 대한 사용자들의 신뢰감은 그만큼 뿌리깊다.

그러나이 상태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최대의 단골 고객 아 마다그룹과의 관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다그룹은 계열사 아마다 매 트릭스사의 생산을 늘려 기계용 NC장치의 자체조달물량을 40%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한 동그룹은 자체조달을 앞으로 더욱 늘려나갈 방침으로 있어 이에따른 파낙의 타격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고에따른 경쟁력약화도 파낙에게 장애요인으로 지적되지만 아직까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파낙제 NC장치의 해외점유율은 미국에서 40%로 1위, 유럽에서도 15%로 독일지멘스사와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대만 에서는 90% 나된다. 물론 이런 역경에 직면한 파낙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낙의 대 응움직은 대략 3가지로 집약된다.

우선전체사원 1천8백명의 3분의 1이 있는 6개 연구소를 강화, 엔고에 대응할 수 있는 "저가격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하자는 것. 이의 성과는 1월에 판매개시한 미니로봇 "LR Mate100". 가격 비중이 높은 컨트롤러나 모터 부분의설계를 간소화, 가격을 20%이상 낮췄다.

두번째는해외에서의 자재조달에 의한 경비절감. 파낙은 지금까지 미국 에서반도체부품 한국에서 로봇용 주물을 수입해 왔는데 금후 중국에서 주물수입 을 개시할 계획이다. 동시에 현재 매출의 45%인 수출비율을 50% 로 제고할방침이다. 가능한한 많이 해외에서 사들여와 가능한한 많이 수출한다는 전략 이다. 세번째는 장기적인 로봇중시전략. 시나바사장은 "NC장치의 성장성은 한계에 이르렀으며 로봇시장의 높은 잠재성에 회사의 운명을 걸겠다" 고 단언한다.

전체매출에서점하는 로봇의 비율은 87년의 6%에서 92년 22%로 확대됐다.

그러나최근 일본의 산업용로봇시장은 생산액이 전성기에 비해 30%나 떨어진 침체상태다. 또한 스웨덴 ABB로보틱스사의 가격경쟁력은 맞서기 힘들 정도다. 이미 유럽에서는 ABB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역경속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사장후계자문제다. 파낙의 창업자인 이나바사장은 75년부터 절대적인 지도력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내년에 70 세가 되는 이나바사장은 이전의 공약대로 라면 곧 회장으로 물러나고 사장자리를 후계자에게 물려주게 된다.

차기사장전망은 혼돈상태다. 5명의 부사장중 한사람이 선택되겠지만 이나바 사장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이나바사장은 회장에 올라도 실권자로 경영권을 장악할 뜻을 갖고 있다. 문제는 섭정을 포함해 파낙의 경영이 "포스트이나바체제"를 향해서 어떻게 변화해 나갈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재로서는이나바와 같은 카리스마적인 후계자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우선은 집단지도체제로 변화되어 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시에 이나바사장이낳은 역경에 대한 도전적인 사풍, GE와의 제휴와 같은 행동력이나 판단력을 어떻게 계승하느냐가 향후 파낙의 진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