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고속도로를 경유해 동쪽으로 40여분 달리면1백60만평규모의 광대한 자바베카공단(일명 찌가랑공단)이 펼쳐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지난 91년 8월 오디오와 VCR 생산을 위해 메트로데이터사와합작으로 현지법인(SME;법인장 박병문)을 설립했다.
이듬해부터전량 수출을 목표로 가동된 이 공장은 애초에 대지 3만평에 5천 평규모로 설립돼 처음부터 대단한 의욕을 갖고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삼성 전자가 이곳을 우회수출기지로 선정한 것은 저렴하고 풍부한 인력과 자원때문. 그러나 SME는 최근 이같은 우회수출 성격을 내수시장 진출 전략으로 바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한 우회수출이 더이상 현지투자의 효과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아래 잠재수요가 무한한 인도네시아 내수시장 공략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위해 SME는 현지 생산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7백만달 러를 투자해 VCR용 PCB(인쇄회로기판)와 CD팩의 자체 생산력을 갖추었다. 또69.2%에 달하는 한국으로부터의 자재수급 비율을 올해에는 50%로 떨어뜨리는 대신 인근 동남아지역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SME가이처럼 과감한 궤도수정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노사화합 및단결을 바탕으로 철저한 현지인 중심의 운영체제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공장 설립 초기에서 부터 현지인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는 안정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대부분 현지인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체제를 구축 한 것이다.
삼성전자주재원이 박법인장을 포함한 1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천5백여명이 모두 현지인이다. 특히 이중 1백50여명의 현지인력은 공장초기 설립단계에서 부터 삼성전자에서 약 3개월에 걸친 연수교육을 받음으로써 생산라인의 안정 화는 물론 삼성의 정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박병문법인장(45)은이에 대해 "언어가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처음부터 노사 화합에 총력 을 기울여 왔다"면서 "이제는 이를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울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SME는이를 바탕으로 고품질 실현을 위한 "현장자기반성"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아무리 사소한 불량이나 문제점이라도 발생 즉시 생산 라인을 중단시켜 그 원인을 파악, 해결하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시행하고 있는 라인스톱 제도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주재원과 공장대표 30여명으로 "품질위원회"를 구성, 한달에 한번씩 회의를 열고 근본적인 품질개선책을 모색하고 있어 우수한 품질을 앞세워 인도네 시아 내수시장에서의 수요기반을 확고히 다져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