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이기자 한국업체 성궁사례

대만의 벽이 높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80년이후 한국은 이른바 자동차와 함께 백색가전이라 불리는 냉장고, 세탁 기, TV 등 대기업 중심의 가전제품을 국가 주력상품군으로 집중 지원, 현재세계 2, 3위의 가전왕국으로 부상했다.

같은시기에 대만은 중소업체에게 유리한 품목인 컴퓨터 부품과 주변기기 분야를 집중 육성했다. 80년부터 대만정부가 범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해 온 "대 만정보산업 발전 10개년계획 1980~1989(ROC Information Industry Developme nt Plan of 1980~1989)"가 바로 그것이다.

대만은1차 10개년 계획이 완료된 89년 정보산업부문의 생산액이 54억달러를 넘어서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특히이기간중 대만은 컴퓨터 주변기기, 보드, 주문형반도체(ASIC)를 포함한 칩세트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만은현재 2000년 까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정보대국으로 부상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하드웨어 기술과 함께 정보기술을 응용한 솔루션을개발 세계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제 2차 10개년계획을 추진중이다.

이같은맥락에서 가전제품에 매달려온 국내기업들이 10년이상 정보력과 첨단 기술력을 쌓아올린 대만 개미군단을 맞이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 한 결과이다.

업계에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국내 보드시장의 절반이상, 입력 장비의 70%, 출력장비의 30%가량을 공급해 주변기기분야에서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저렴한가격으로 무장한 대만기업들의 파상공세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고품질 제품과 첨단기술응용제품, 니치(Niche) 마킷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특화 정책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대만을 따돌리고 세계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 분 저렴한 가격보다는 고품질.고성능에 승부를 걸고 있다.

대만을따돌린 성공적인 기업으로 보드전문업체인 석정전자(주)(대표 박재수 를 꼽을 수 있다.

석정은지난해 호주 시드니의 S사가 실시한 입찰에서 대만의 세계적인 보드 업체들을 제치고 납품을 따내 관련업계를 놀라게 했다.

석정은89년 설립된 이래 자체 기술력으로 주기판을 포함, 그래픽카드 등 1백여종의 제품을 개발, 생산부서와 별도로 품질관리과를 통해 엄격한 품질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회사는제품 출하직전 품질관리 전문업체에게 최종 품질관리를 위탁, 부품 입고에서부터 생산중 반제품 테스트, 전문 QC요원의 품질테스트, 출고시 불량테스트 등 총 4단계의 품질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석정이세계적인 보드업체 20여개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온 S사로부터 제값을 받고 납품권을 따낸 것도 우수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화정책으로 대만기업을 따돌린 업체로는 멀티미디어 전문업체인 (주) 옥소 리(대표 김범훈)를 들 수 있다.

음악카드하나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으로 출범한 옥소리는 싱가포르 크리에이티브와 미국 메디아비전의 아성을 위협하는 한국의 작은고추로인정받고 있다.

옥소리는자체 기술로 개발한 디지틀신호변환기(DSP)와 주변 칩세트를 토대 로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춘 고품질 음악카드를 잇달아 출시해 국내 음악 카드 시장의 60~70% 이상을 점유하는 등 대만기업들을 큰 폭으로 앞서가고 있다.

최근대만기업들을 제치고 멀티미디어 보드를 일본에 수출하기 시작한 (주) 다우기술(대표 김익래)도 좋은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다우는지난해부터 대만업체가 휠쓸고 있는 일본에 진출, 아사쿠사에 위치한 멀티미디어 중견유통업체인 트라이사를 통해 총 2백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 을 성사시켰다.

대만업체들이 주기판과 그래픽카드 등 기본품목에 주력하고 있는 것에 착안 , 고급제품군인 멀티미디어 보드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개선한 후 전문 업체를 공략한 것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10년이상을 컴퓨터 산업에 집중 투자해 온 대만을 국내 기업이 하루 아침에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내업체가 내수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대만을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파격적인 가격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대만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가격이 아니라 고품질.고성능.첨단 제품에 승부 를 거는 길이란 사실을 잊고 있다는 점이다.<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