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경에서 열린 한.중 체신장관 회담은 국내 통신산업계에 대중 수출의 물꼬를 터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중국은통신망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2001년까지 1억 회선의 전화시설 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92년부터 국설교환기를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다. 올들어서만 1천2백만 회선, 20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의 국설교환기 시장 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상황에서 선진국들은 최근들어 중국 국설 교환기 시장의 선점 경쟁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이미일본 전기(NEC)를 비롯해 프랑스의 알카텔, 독일의 지멘스 등 3개 외국 업체들이 대도시 등 전국적인 공급자격을 얻기 위해 중국정부로부터 형식 승인 진망허가 을 획득한데 이어 미국의 AT&T, 캐나다의 노던텔리컴, 스웨덴 의 에릭스 등 세계 굴지의 교환기업체들도 형식 승인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국내 업체들도 TDX를 주력기종으로 직 수출이나 OEM형태의 수출을 추진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 현지회사와 공동으로 산동성에 교환기 합작 생산공장을 설립, 본격적인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중국의 중앙정부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지 못한 관계로 지방 정부를 상대로 농어촌지역에 제한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산 TDX는 향후 엄청난 수요를 형성할 대도시지역에는 진출할 수 없는 한계점을 보였던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10만 회선급의 대용량 교환기인 TDX-10을 주력기종으로 중국 통신망에 적합하고 성능을 개선한 대용량의 국설교환기를합작 생산해 중국내의 통신망 현대화 작업에 활용하고 이를 제3국으로 수출 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국정부가 국설교환기 분야에서 이같은 형태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다분히 최근들어 중국시장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외국업체들을 의식한 것.
중국중앙정부로서는 현재 교환기의 형식승인에 관해서는 NEC 등 외국의 3개 업체외에 새로운 기종의 시장진입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TDX교환기에 대해서도 형식승인 없이 대도시지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준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대중교환기 수출은 우리나라의 교환기 생산업체들과 중국 파트너간에 중국내에서 합작생산된 교환기종을 위주로 대도시 지역에 공급될 형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국내 통신업체들의 TDX교환기 진출 현황을 보면 금성정보통신의 경우 지난해 산동성의 웨이팡시에 화금통신유한공사를 설립, TDX-10기종의 자 사고유모델인 "스타렉스TX-1"(10만 회선 용량)과 "스타렉스TP" (2만 회선 용량 를 조립생산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산동성 위해시에 중국의 현지기업과 산동삼성통신설비유한공사를 설립, SDX기종의 조립 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대우통신은 호남성의 상덕유기통신집단과, 동양전자통신의 경우 안 휘성의 제주무선정청과 각각 교환기 합작회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국내 교환기 업체들이 대중진출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들 어내수시장이 격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물량 감소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이번 한.중 통신장관 회담에서 체결된 국산 교환기의 중국 수출이 국내 업체들의 잇단 진출로 자칫 국내 업체들간의 제살 깎아 먹기식 경쟁으로 전락될 소지를 안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이에 따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밖에도중국은 올해부터 오는 96년까지 1억달러를 투입해 전장 3천6백km의 북경-광주간 광케이블 건설사업을 비롯해 호남성의 통신망 건설사업, 체신금 융망 구축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기업들의 참여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호남성통신망 사업은 96년까지 1백66만 회선의 교환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올해 외자조달 부분이 4천만 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다.
체신금융망 사업도 1단계로 상해.대연.북경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단계 로 전국 2천3백개의 우체국을 연결하며, 3단계에서는 2000년까지 약 1만개의 주요 우체국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매머드 프로젝트이다.
지난2월 9백50만 달러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지명경쟁입찰에서는미국의 IBM을 비롯해 일본의 후지쯔, 독일의 지멘스 등 4개국 7개사외에 우리나라에서는 우체국전산망을 구축한 바 있는 데이콤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의통신망 건설 및 전산망사업은 중국측이 한국의 차관 제공을 통한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체신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한.중통신회담에서는 이밖에도 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B-ISDN) 의 핵심 기술인 ATM(비동기식 전송모드)방식의 차세대 교환기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한국과 중국간의 통신산업협력이 주파수공용 통신을 비롯해 개인휴대 통신장비, 디지틀 이동통신장비, 차세대 공중전화기 등 다양한 통신장비 분야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