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제5세대 컴퓨터의 핵심연구

남보다 앞선 최신의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각국의 노력은 매우 치열하다.

그러므로이를 두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앞선 기획과 과감한 투자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일본은그러한 점에 재빨리 착안하여 선진국의 앞선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도입된 기술들을 소화시켜 새로운 기술로 개량하곤 했다. 그러한 기술적인 축적을 통하여 "이젠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으로 변모하고 있다. 일본은 1981년 10월 컴퓨터분야에서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 미국을 추격하기 위한 야심 만만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종래의 폰 노이만식 컴퓨터를 탈피한 소위 "제5세대컴퓨터"라는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이 발표는 인공지능분야에 서 종주 국임을 자처하던 미국에 커다란 자극을 주었으며 DARPA를 비롯한 미국의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제5세대컴퓨터계획은1982년부터 1991년에 이르는 10년동안의 계획으로 출발 하였으나 1년 더 연장되어 1992년 6월에 일단 마무리되었다. 일본 통산성은 이 계획에 1천억엔을 투입하였는데 그 중의 절반은 국비에서 부담하였다. 여기서는 인간의 왼쪽뇌의 논리적 사고에 해당하는 지식정보를 원활 하게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 주요목표였다.

기존의노이만식 컴퓨터는 주어진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컴퓨터가 지식을 처리한다. 그러므로 프로그램에 들어있지 않는 경우를 만났을 경우에는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만약 미지의 경험에 우연히 접했을 경우 컴퓨터가 가지고있는 지식베이스에서 지식을 찾아서 그것을 기초로 하는 추론을 통하여 문제 를 해결할 수 있다면 보다 지능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인간 의 추론 능력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초 이론들을 비롯한 관련연구가 바로 제5세대컴퓨터가 추구하는 주요목표였던 것이다.

기호위주의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구현을 위하여 미국에서는 리스프( LISP)를 주로 사용하였으나 일본에서는 프롤로그(Prolog)를 사용하였다. 프롤로그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는데 일본에서는 이것의 기능을 강화하여 제5세대 컴퓨터의 핵심언어로 삼고 이를 통하여 논리적인 추론을 가능케하였다. 더군다나 이를 바탕으로 병렬처리를 할 수 있는 우수한 언어인 병렬 프롤로그(Concurrent PROLOG)와 PARLOG를 바탕으로한 새로운 프로 그래밍 언어인GHC Guarded HornClause)를 개발하였고 함수형 언어와 객체 지향 언어의 장점들도 흡수하였다.

논리형 추론을 좀 더 빠르게 하기 위한 하드웨어적인 발전도 진행 되었는데3단논법의 추론능력을 가진 처리프로세서들을 8대단위로 연결한 병렬 추론용 칩의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제5세대컴퓨터프로젝트에서의주요목표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추론머신분야 에서는 약1천개의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1백MLIPS이상의 추론속도를 목표로 하였다. 자연언어처리 분야에서는 약 1만단어의 어휘와 2천개 정도의 문법규칙을 이용하여 99% 수준의 구문인식률을 목표로 하였으며 약 5만 단어의 일본어 연속음성을 95%정도의 정확도로 인식하고자 하였다.

기계번역에있어서는 약 10만단어수준의 다국어간 문서를 번역 하는데 약 90 %정도는 컴퓨터를 통하여 번역하고 인간은 최종마무리를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하여 기계번역에 드는 비용을 인건비의 30%수준으로 낮추고자 하였다.

일본은제5세대컴퓨터프로젝트를 통하여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논문만도 수 만건을 보유하였으며 이에서 파생된 원천적인 기술을 확보함 으로써 이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눈에보이지 않는 귀중한 노하우의 획득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결단이 우리에게도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