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시장 일대 지각변동

삼성전자가 5월1일부로 보급형 레이저프린터(모델명 SLB-3105V)가격을 종전1백20만원에서 40%인하, 69만8천원에 시판한다고 전격 발표하자 일반 소비 자들은 대환영을, 다른 프린터업체들은 비상사태로 인식, 대책마련을 서두르는등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레이저프린터 가격인하는 그동안 1백만~2백만원의 비싼 값을 주어야 구입할 수 있었던 레이저프린터 가격을 대폭 낮춰 레이저 프린터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은 일단 대환영하는 분위기.

그동안레이저 프린터는 가격이 너무 비싸 레이저프린터에 비해 성능은 뒤지나 가격이 싼 잉크젯프린터시장을 기형적으로 늘려 놓았다.

특히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잉크젯프린터는 대부분 수입 완제품으로서 이번 삼성의 프린터 가격인하는 수입 대체 효과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이번 조치는 한편으론 국내 프린터업계에 비상을 걸었다.

국내20여개에 달하는 프린터업계는 삼성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에 대해 경악 을 금치 못하면서 연이어 비상대책회의를 갖는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프린터업계가 놀라고 있는 부분은 바로 삼성이 발표한 가격으로는 제품을 출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이 업체들의 선택은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면서도 프린터 사업을 계속 하느냐, 아니면 프린터 사업을 포기하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는60만원대에 제품을 출하할 수 있는데 다른 업체들은 그것이 불가 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은이번에 가격을 인하하면서 "지난해부터 수출 물량이 많아져 대량생산 으로 원가가 많이 낮아졌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측의 이같은 말을 곧이듣기보다는 "삼성이 그동안 레이저프린터를 생산, 상당한 이익을 남겨왔고 이번에 발표한 가격으로도 충분히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업체들은 불가능한데 삼성만이 가능한 것은 국내 프린터 산업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지난 91년 레이저프린터를 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지정했고 현재 이 엔진을 삼성전자와 금성사등 2개사만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레이저프린터는 그 엔진이 A4용지용으로 3백DPI의 해상도로 분당 5매를 인쇄할 수 있고 이 엔진은 삼성전자만 독점 생산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제일정밀등은이 엔진을 삼성에서 공급받아 레이저프린터 완제품 을 생산하며 코리아 제록스는 삼성전자로부터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으로 공급받고 있다.

엔진공급가격은 수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40만~45만원원선에 형성되고 있다.

엔진을공급받은 다음 컨트롤러와 케이스를 제작하면 완제품이 되나 엔진 가격을 40만원대로 공급받아서 60만원대의 프린터 완제품을 도저히 출하할 수없다는 계산이다. 대리점 마진을 30%가량 보장해주어야 하고 각종 생산비와 간접비를 합치면 채산성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레이저프린터는삼성이 지난해 8월 1백20만원대의 제품을 선보이기 전까지는소비자 가격이 1백80만원이었다.

삼보도 1백20만원에 시판했으며 제일정밀은 지난해 연말에 99만원에 선보인 바 있다.

프린터업체들은 삼성에서 현재 엔진을 10만원가량 인하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있으나 그렇게 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삼보컴퓨터는삼성의 이같은 제의와 채산성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5PPM의 A4용지 레이저 프린터 사업은 계속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제일정밀은 사업성 여부를 검토중이다.

삼성으로부터 OEM받고 있는 코리아 제록스는 "단기간에는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 분명하나 잉크젯 프린터 시장확대에 대응, 레이저프린터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측면도 있어 사업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린터업체들이이처럼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 삼성은 한번 제품가격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상 번복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여타 프린터업체들은 삼성과 엔진가격에 대한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5PPM의 A용지 프린터사업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