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는 무선으로. 데이터는 광통신으로."

미국의 한 지역벨사가 주장한 올해의 캐치프레이즈다.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들어 사용자들의 요구는 전화나 저속의 데이터서비스에서 엄청난 정보량을 필요로 하는 영상.고화질의 멀티미디어서비스로 이행되고 있다.

여기에다산업전반에 대한 생산성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멀티미디어정보의 초 고속유통체제구축이 시급한 현안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오는2000년에는 원활한 정보자원의 효율적인 유통을 위한 초고속망이 그 나라의 대외경쟁력과 직결되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은 이제 미래 학자들만의 생각은 아니다.

이같은취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초고속망 구축계획을 둘러싸고 시작단계부터 관계부처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초고속망 추진위원회가 발족될 당시1년여 동안의 작업 끝에 입안을 성사시킨 체신부로선 초고속망 구축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 하고 예산을 운영하는 실무조정위원회가 경제기획원으로 넘어간데 대해 심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상공 자원부 등이 초고속망과 관련해 부처간의 역할분담이 안됐다며 체신부의 독주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이같은관계부처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벌써부터 범부처적인 프로젝트가 과연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 여기저기서 회의적인 눈길이 오가고 있다.

관계부처간의불협화음은 그간 정보산업정책을 둘러싸고 상공부를 비롯 체신 부.과기처 등 관계부처간에는 지루할 정도로 소모전을 계속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 부처가 나름대로 야심찬 산업육성정책을 발표하면 다른 부처는 이와 비슷한 "페이퍼 워킹"자료를 내놓는가 하면 특정분야에서는 경쟁적으로 정책발표 에 나섰던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정보통신 관련산업체에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몰라 당혹해 하기도 했던 것이다.

정보산업정책을놓고 부처이기주의가 얼마다 극심한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일례가 한전의 CATV분배망사업참여문제였다. 지난해부터 한전은 국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명분으로 CATV분배망사업참여를 강력히 추진, 상공부와 공보처 등의 지원에 힘입어 이를 성사시켰다.

지난해말정보화육성기본법제정을 놓고 관계부처간에 심한 알력이 표출 됐을때 장관자리를 걸고 이에 맞섰던 체신부 장관도 결국 한전의 CATV분배망사업 에 대해서는 대세에 밀려 손을 들고 만다.

"통신사업의경쟁체제를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 자가통신사업자의 기간통신사 업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 체신부의 방침" 이라며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던 것이다.

관련업계의한 관계자는 "한전이 기존의 통신시설만 가지고 CATV전송망 사업 에 나선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실 한전은 기존의 통신 시설로는 CATV사업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안에 2.5기가급 광통신시스팀구축을 추진중이다.

정보산업분야의 이같은 부처이기주주는 그래도 지금까지는 상공부=산업, 체신부 정보통신 과기처=소프트웨어 등 어느정도 역할이 분담돼 있어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앞으로 초고속망시대의 정보산업의 전반적인 추세는 융합화와 시스팀 화로 치닫고 있다. 초고속망에서는 고유의 통신 및 컴퓨터분야에 방송 등이 결합한 멀티미디어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정보산업이 고유의 정보통신 산업 이외의 모든 산업의 경쟁력확보와 직결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일등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이같은 상황변화를 인식, 미래정보화사회의주도권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포메이션수퍼하이웨이니 신사회간 접자본이니 하는 초고속망구축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NII에서 주창하는 초고속망의 입법화를 위한 기본방향에서 이를 쉽게엿볼 수 있다. 산업계의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는 *정보 통신 분야의 민간투자 확대 *자유경쟁 촉진 *컴퓨팅환경의 개방형 접속 *이를 위한 통신망 연동 등 표준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정보통신정책을 둘러싸고 어느 부처가 관련예산을 운용 하느냐 자기부처산하의 누구에게 사업권을 주느냐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비해 선진국은 접근방식부터가 다르다.

향후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초고속망구축사업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정부 부처간에 서로 이마를 맞대고 제대로 된 정책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 이같은 여건이 마련될 때 관련통신사업자나 정보산업계가 나름대로 초고속망사업 전략을 수립, 미래정보화시대에서 선진국과의 한판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자세라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