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고현상으로 일본산제품의 해외경쟁력이 위축되면서 국산 제품의 수출 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같은수출호조는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전자공업진흥회가 집계한 국산전기.전자제품의 수출통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1.4분기 전기.전자 분야 수출 은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18.6%가 증가한 64억1천만달러.
특히미국지역 수출은 전체수출의 30.5%에 해당하는 19억5천2백만달러를 차지 전년대비 13.0%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전반적인 세계 경기호조와 일본의 경쟁력위축으로 수출드라이브 정책 을 추진해온 우리입장에서는 이런 구조조정을 이용해 전자 산업을 한단계 진일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단순히 대미수출의 신장이 전체 수출실적을 늘리는데 기여 하긴 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는 재고해야할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엔고가 약화되면 또다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미국수출이 줄어들게 될것이고 이는 곧바로 전체 수출의 감소를 가져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이러한 호기를 맞아 미국의존의 수출구조를 조정해 세계 시장을 향한 수출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한다는 지적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전자레인지를 포함한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브라운관등 전자부품이 적은 물량이나 중국을 비롯 아시아, 동구권에 이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본에 까지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많은 기업들이 수출과 관련해서는 미국의존을 벗어나지 못한게 사실이다.
때문에일본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게될때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할지고민이 아닐수 없다.
미국LA에서 전자제품오퍼상을 하고 있는 김모(41)씨는 국산제품의 대미수출 의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툭하면 대미수출을 운운하지만 미국시장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시장의경우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싼가격" 에 살수 있는 곳이어서 웬만한 제품가지고는 버텨내기 힘들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만큼가격, 품질, 서비스면에서 경쟁이 치열한 시장도 없다"는 그는 엔 고현상등 일시적인 호기만을 의존, 대책없이 미국시장에 달려들다간 큰코 다치기 쉽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는미국 시장을 장악하려면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기업이 미국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면세계 어느나라든지 우리제품을 파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있다. 다시말해 미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다른지역에서 기술 및 품질, 가격 면에서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뒤에야 도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불구, 국내기업은 수출지역을 꼽을때 가장 먼저 미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품질면에서 일본산제품에 비해 열세이고, 임금을 포한한 원가면에 서도 중국이나 태국, 말레이시아등에 비해 불리하면서도 그저 수출하면 미국 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전자제품을 생산, 수출 하는 업체들의 절반이상이 미국에 의존하는 수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미국이 시장 규모면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그럴지는 모른다. 한번 시장 을 뚫어놓으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대미수출 우선주의로 기업의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이 때문에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업체들중 제값을 받고 물건 을 파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하는 의구심을 낳는 경우가 많다.
사실국산제품을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기업들치고 적정 이윤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드문 상황이라고 한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기업들은 "덤핑"이나 "적자수출"을 무릅쓰고 수출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원고현상이 일어난 지난 90년초 수출 주문이 들어와도 이를 포기해야 했던 경우가 있었고 현재까지도 일부 산업전자기기류는 경기 호황에도 불구, 대미수출주문을 외면할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사례는 컴퓨터분야에서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에서 2번째의 PC수출국으로 부상했던 우리나라가 지난 91년을 고비로 급격히 감소 , 수출정책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했던 점이 바로 미국시장에서의 적정 마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존적인 수출정책으로 오히려 손해를 본 기업도 있다. 국내 PC 메이저 업체인 모사의 PC수출부장은 "현재 미국에 1대의 PC를 수출할때마다 2~3만원 가량 적자를 본다"고 하소연했다.
따라서이회사의 경우 미국 의존적인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전개한 결과, 현재PC부문의 적자가 3백억원에 육박해 PC사업 자체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미국현지법인에서 PC생산을 해온 국내 대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철수하거나 축소한것도 바로 미국위주의 수출정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뉴욕에 있는 K마트 가전제품 매장에 가보면 국산제품은 일본산제품의 화려한 전시와는 대조적으로 구석진곳에 놓여 있다. 일본제품이 엔고로 가격면에서 국산제품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데도 일본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우리 제품이 가격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저임금을 바탕으로한 중국산 가전 제품이 미국지역으로 집중되면서 저가시장을 주도해 온 일부 국산가전제품은 중국산에 밀려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대미수출의존으로산업자체가 존폐위기에 있는 분야도 있다. 전자완구분야가 바로 대표적이다. 거의 전량을 미국에 의존한 전자완구는 대만에 이어 저임금을 앞세운 중국, 태국 등의 추격으로 수많은 기업이 이미 문을 닫았고, 현재 남아있는 기업조차 생사의 위기를 헤매고 있는 실정.
국내기업이 수출에 대한 대미의존도가 심각하리만큼 높다는 것은 지난해 집계한 전자공업진흥회의 수출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국내에서 수출한 전기전자 분야 수출액은 총 2백42억3천3백만달러로 이 가운데 미국지역으로 수출된 물량은 전체 32.3% 를 차지한 78억4천6백만 달러이다. 유럽이 전체수출비중의 14.6%인 35억3천9백만달러, 일본이 9.3%인 22억5천 1백만달러, 중국이 1.9%인 4억6천8백만 달러에 불과한데 반해 미국은 가장의존도가 높은 32.3%라는 것이다.
특히중전기 분야는 전체수출(6억7백만달러)금액 가운데 95%이상인 5억7천8 백만달러가 미국지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유.무선전화기를 비롯 통신 기기 등 산업용전자류도 전체 수출 49억2천8백만달러중 45.1%인 22억2천1백만 달러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국내기업이 미국의존에서 탈피, 유럽이나 일본, 동남아, 중국외에 최근 시장증가를 보이고 있는 남미 중동지역으로까지 수출선을 다변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지난 90년 원고현상으로 최악의 수출부진에 시달린 당시에도 시장 다변 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기업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등가전3사의 경우 미국 의존적인 수출을 동남아시아나 유럽, 일본등지외에 동구권으로 다변화, 지난해 이들회사의 가전제품의 미국수출(16억5천3백만달러)은 전년대비 6.5% 감소한데 반해 유럽(9억9천6 백만달러) 및 일본지역(5억3천7백만달러)은 각각 11.3%와 16.0%나 증가 했다. 특히 신시장개척차원에서 아직까지는 수출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중국(5천9백 만달러)으로는 전년대비 65.8%나 증가한 가전제품을 수출,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또카스트레오업체인 카스펙전자는 중소업체임에도 불구, 미국의존적인 수출 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영국등에 현지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등 다각적인 수출다변화정책을 통해 수출증대를 가져왔다고 이회사는 밝혔다.
컴퓨터분야에서도시장다변화를 통해 미국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WS)을 개발, 일본 요 쿠가와휴렛팩커드에 고부가가치제품을 1만여대 수출했으며, 최근의 엔고현상 을 최대의 기회로 삼아 일본시장에서 국산WS을 뿌리내릴 계획마저 세우고 있다. 우리보다 기술력이 우수한 일본에 PC용 주변기기인 비디오오버레이보드를 수출한 다우기술도 다변화에 한몫을 하는 기업이다.
그러나수출선을 다변화하는데는 적지않은 노력이 따라야 한다.
무역협회의한관계자는 우리기업이 대미수출의존을 벗어나지 못하는 요인을 다음과같이 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그동안 여러 국내기업이 활동해 미세한 내용의 시장 정보까지 확보하고 있으나 일본 및 유럽 등 일부선진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정보에 어두운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정보 부족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지요" 그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풍속이나 문화적인 습관, 생활 환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침투계획을 세워야하는데 많은 중소기업의 경우 기본적인 자료마저 부족, 시장 다변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지역특성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도 치열한 경쟁을 뚫기 힘든 상황 인데 국내 기업들은 대다수가 대량생산을 통해 마진을 확보하는데만 주력,소 량다품종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품목다양화와 함께생 산체제의 변혁도 시장다변화와 병행해 추진돼야할 중요한 과제로 지적했다.
이와함께무한경쟁시대를 맞아 현지 고용인을 통한 수출정책추진도 신시장개 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며, 주요선진국뿐 아니라 후발 개도국 등에도적극 진출, 현지생산을 통해 수출다변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업계의 노력 못지않게 정부의 지속적인 외교 협상을 통해 신시장에 서 우리기업이 설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