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지사업 이관 속사정

삼성전자의 전지사업이 삼성전관으로 이관된 것은 그동안 추진해온 전지사업 에 대한 삼성그룹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그룹차원의 중복투자 배제와 업무영역 조정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하나의 계기일 뿐 근본적으로는 기반기술의 축적 없이 양산의 열매"를 따려한 데 대한 반성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삼성은 기반기술의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명제로 회귀 했으며 이를 위해 세트 업체인 전자에서 관련 부품업체인 전관으로 사업을 이관, 착실한 기술축적의 경로를 밟게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결정은 기본 기술의 축적이 전제되지 않은 무리한 양산 추진이 갖는한계를 4년간에 걸친 전지사업 추진과정에서 삼성이 뼈저리게 경험한 결과라 는 것이다.

실제삼성전자가 전지사업에 처음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91년의 일이었다.

세트의원가경쟁력 제고와 고객만족, 기초 기술력 배양을 통한 관련 산업 발전 등의 기치를 내걸고 에너지사업부를 발족시켰던 것.

당시삼성전자의 구상은 93년 니켈수소전지 양산을 거쳐 95년 리튬 2차 전지 의 사업화, 97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화, 2천년대 연료전지 및 태양전지의 사업화라는 야심만만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91년 미국의 OBC 사로부터 관련 기술을 도입한 이래 그동안 3백억원 가량을 투자, 연산 4백만개 수준의 니켈수소전지 생산설비를 갖추고 제품 양산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러나사업에 착수한지 3년이 넘도록 삼성전자의 전지사업은 눈에 띄는 성과 없이 난관에 봉착했다.

93년을목표로 했던 니켈수소전지의 양산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올 상반기로 연기한 양산 계획도 현재로선 지켜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최고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는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고 있는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업계관계자들은 삼성이 전지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큰 오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전자제품과 달리 전지는 그 자체가 방전을 통해 전력을 소모하는 "생 명 있는 물건"으로 보통의 상품과 달리 제조상의 노하우(KNOW-HOW)와 노와이 KNOW-WHY 가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다시말해양산 기술을 외국에서 받아 오더라도 노와이를 스스로 터득하지 않고서는 "생명 있는 물건"인 전지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점에 비추어 삼성전자가 추진해온 전지사업은 "기초 없는 집"을 지으려 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여기에더해 선진국들이 전지에 대한 양산기술이나 설비의 제공을 극히 꺼리고 있는 점도 삼성의 전지 사업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돈의 힘"이 때론 "기술의 힘"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인식했으며 스스로의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관분야의 세계적 업체로서 관련 부품과 소재기술을 갖고 있는 삼성전관이 전지사업의 추진주체로 결정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그동안 축적 된 소재 및 부품 기술을 활용, 전지사업을 개발에서 양산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점에서 삼성전관의 전지사업에 대한 향후 전략은 그동안의 단순 양산에 서 탈피, 연구능력 강화를 통한 기반기술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공산이 크다 삼성 전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요한 것은 양산 그 자체가 아니라 품질과 가격 경쟁력 확보"라며 "전자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관계자는 그러나 "전자가 추진하던 계획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선진외국 업체와 기술협력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해 자체 기술개발 노력의 토대위에 양산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작업도 병행할 것임을시사했다. 어쨌든 이번 삼성의 전지 사업 이관으로 삼성의 니켈 수소전지 양산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기간 늦춰질 수 밖에 없게 됐으며 이에따라 삼성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전지시장에 첫 제품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