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독점적우위를 확보하라

전자업체의 국제화추진에서 빼놓을 수없는 것은 기업특유의 독점적 우위확보 이다. 기업의 국제화는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 의 인지도나 마키팅능력, 일반소비자들의 구매정보등 모든 분야에서 현지 기업에 비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좋은 전략, 튼튼한 자본력을 갖고 있더라도 기업특유의 독점적 우위 를 확보하지 않으면 현지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질 가능성이 많다.

다시말해 현지판매와 생산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현지기업이 갖지못한 독점적 기술, 마키팅 능력, 유명상표등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전자 업체들은 그동안 독점적인 기술능력과 브랜드 이미지에 바탕을 둔 제품 차별화에 소홀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자체기술 개발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남의기술 베끼기에 바빴고 후진국의 싼 노동력을 이용한 제품의 단순조립생산과 OEM수출등 손쉬운 방법에 의존, 사업을 이끌어 왔던게 얼마전까지 우리전자업계의 국제화 전략이었다.

그렇다고최근 들어 크게 달라졌느냐 하면 그도 아니다. 최근 몇년사이에 국가간의 경제 블록화가 급진전되고 국내적으로 임금이 크게 오르자 우리 전자 업체들의 외국진출은 더욱 가속화되고는 있다.

이로인해내로라하는 중견전자업체치고 외국에 현지 생산공장이나 판매 법인이 없는 업체가 별로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수입규제나 임금상승에 따른 대비책으로 성급한 외국 진출을 시도해 기업특유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들어 전자업체들의 해외진출이 활기를 띠고 수출이 크게 신장되고 있음에도 불구, 현지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현지판매법인들의 채산성이 갈수 록 악화되고 있는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국산제품이 외국시장에서 대만, 중국산제품에 밀리고 있고 선진국 제품 과 경쟁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정책의 일관성 결여, 전반적인 국제시장의 환경악화 등에도 영향이 있지만 그동안 우리 특유의 경쟁력확보를 등한시해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4월말 전자공업진흥회가 주최한 "전자산업 해외투자전략포럼"에서 중앙 대 전용옥 교수는 "글로벌화 시대의 한국전자산업의 국제화 방향" 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국제화가 고도화될수록 국가특유의 비교우위보다는 기업특유의 경쟁우위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우리 전자업체들이 현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업특유의 독점적 우위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S사의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전세계에 수십개의 현지공장과 판매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나름대로 제품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기업이지만 세계 각국의 판매법인중 이익을 내고 있는 법인은 별로 없다.

지난92년말 연말결산보고서에 따르면 78년에 설립된 미국의 판매 법인의 경우 3천4백7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2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82년 설립 된 독일법인도 1천1백14억원의 매출에도 불구, 82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외에도이탈리아,포르투칼, 호주, 영국, 스웨덴등 대부분 해외 판매법인이 매출확대와 상관없이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지판매법인의 관리비가 과다하고 국산제품의 브랜 드이미지제고를 위해 영업비용을 많이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고 밝혔다컴퓨터업체인 K사도 마찬가지이다. 80년대말 PC수출의 호황기를 맞아 수출에 전념해온 이 회사는 2~3년부터 수출할만한 제품이 없어 미국현지법인을 철수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는K사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때 OEM수출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대부분의PC수출업체들이 최근 대만산의 저가전략에 밀려 손을 들고 있는 실정이다.

학습용소프트웨어를미국의 대리점을 통해 판매해온 U사의 경우 제품의 우수 성에는 자신을 갖고 있지만 판로를 찾지못해 몇몇 컴퓨터양판점에 제품을 깔았을 뿐 대부분의 제품이 재고로 창고에 쌓여 있다.

앞의예는 현지기업과 다른 마키팅전략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 결과로 보여진다. 뒤늦게 정부가 국제화전략의 효과적인 추진을 통해 업체들의 효율적인 해외 투자를 유도하고 있긴하지만 아직 민간차원의 시장조사단 파견이나 현지 경영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게 고작이다.

해외투자의전략적 지원이나 기술개발을 위한 시설 및 인력확보와 관련된 노하우가 전혀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자제품의수출호황을 보이던 80년대초 이에 대비해 경쟁력있는 제품개발과 체계적인 마키팅활동을 일찍부터 추진해왔더라면 전자산업의 국제화. 현지화 는 보다 앞당겨졌을 것이라는게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자업체관계자들은 국제화전략의 성공국가로 일본을 꼽고 있다.

가전업계한 관계자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그동안 수출확대에 주력하고 있는동안 일본 업체들은 생산 판매는 물론 그동안 본사에서만 하던 제품의 설계 디자인까지 현지에서 추진하는 명실상부한 현지화를 추구한 결과 오늘날 세계 전자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초전자공업진흥회가 실시한 "전자산업 해외투자현황 조사보고서" 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체 현지법인들은 진출국의 영업활동에서 현지기업과 타국진출업체와의 경쟁에서 애로를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 업체 54개사 가운데 35.4%가 일본을 최대 경쟁상대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이것은 일본 전자 업체들이 현지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우수하면서도 특화된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전자업체들이 현지화나 판매법인 설립 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현지 마키팅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전자업체들의 현지 백화점의 진출동향을 보더라도 국내업체들의 마키팅능력의 미약함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미국, 유럽등 외국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전자제품은 금성사와 삼성전자의 일부 가전제품에 불과할 뿐 수출이 잘된다는 PC등 다른제품은 백화점에 서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전자업체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우리전자업체들이 특유의 독점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문제 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첫째,기술획득형 해외투자에 주력해야한다. 전자제품의 생산과 판매는 현지에서 하고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은 국내에서 처리하는 이원화된 체제로는 연구력이 뛰어난 선진국의 기술력을 축적할 수 없다. 현지의 원천기술 도입과 현지취향에 맞는 제품개발을 위해선 현지에 디자인 및 연구 개발센터를 설립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삼성 전자, 금성사, 대우전자, 현대전자등 종합전자 4사가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 업체별로 3~8개정도의 연구센터를 설립해 놓고 있으나 이 수준 으로는 경쟁력확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더많은 연구센터의 진출이 요구 되고 있다.

또한가능하다면 특허권을 보유한 첨단중소기업을 인수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고려해 봐야한다.

둘째해외마키팅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현재 "중저가 싸구려제품"으로 인식되어 있는 국산제품의 이미지와 현지유통망을 통한 간접판매방식에서 벗어나는게 경쟁력 향상의 선결과제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인지도와 브 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해외광고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현지 사회 활동에도 참여, 간접적인 기업홍보활동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자가브랜드 판매에 경영력을 모으고 유명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신규 브랜드 창출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중앙대무역과 전용욱교수는 "세계유명 전자업체간의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의 브랜드이미지에 따라 1류와 3류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전자업체들은 현재의 중저가 제품의 브랜드이미지를 속히 고급 브랜 드이미지로 끌어 올려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중소기업과의 동반진출도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반드시 고려 돼야할 과제이다. 선진외국에서는 현지생산 외국제품에 대해서 현지부품 조달비 율을 갈수록 높게 적용해가고 있어 현지생산되는 국산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지진출 기업들이 부품규격을 통일화해 이의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방법도 있긴하지만 국제화의 경험과 지식을 중소기 업에 전수해 핵심부품생산 중소기업과 동반진출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효과 적일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지역에전자부품 판매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세미전자의 김영 호사장은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마키팅능력"이라면서도 해외진출중소 기업의 경우 기술력을 갖고 있어 제품개발에는 성공하지만 이를 판로와 연결하지 못해 사업에 손을 떼는 경우가 많아 해외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고밝히고 있다.

김사장은따라서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자체개발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모기업과 중소부품업체의 동반진출이 더욱 요구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