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이번 결정에 대한 의미와 파장에 관해서는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일부 보도에 따라서는 다소 피상적인 관찰도 엿보이므로 실무자 입장에서 좀더 상세하게 설명할 기회를 갖고 앞으로 대응방안등을 논의하고자 한다.
한국은미국정부로부터 지난 92년 이후 3년 연속 PWL로 지정돼 오고 있다.그 러나 지난해 우리 정부가 범부처적인 협조 분위기 속에서 지재권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이번 미측의 PWL 지정결정에 우리가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른바협상의 세계 에서는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이러한 의미에 서 우리 정부가 지적 재산권 보호에 관한 국제규범의 준수와 상대방 요구의 수용에 노력을 기울인 만큼 미국측에서도 상응하는 정당한 평가가 따라야 하는 것은 상식적이다.그렇다면 USTR는 무슨 이유에서 이번에 한국을 계속 PWL로 지정했는가.
USTR의보고서 내용중 한국관련 부분을 살펴보면 한국은 지재권 보호분야 가 운데서도 특히 집행(Enforcement)분야에 있어 대단한 진전이 있었음을 인정 하면서도 여전히 몇가지 잔존하는 문제점 때문에 PWL로 잔류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USTR보고서는또 이번에 잔류된 문제만 해결된다면 내년도 정기 평가시점 이전이라도 PWL로부터 감시국(WL)으로 하향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측이 잔류된 문제로 거론하고 있는 것은 지재권(특히,소프트웨어분야)침 해단속 예산 배정과 미특허청에 등록된 상표권의 한국내 보호문제(86년 한미 양해각서 C조4항의 해석과 관련된 사항임)등이 있다.또 반도체칩보호법의 강 제실시권 조항 개정문제와 관세청의 침해물품 수출금지조항 및 영업비밀보호 의 미흡,케이블TV 시장개방문제 등을 추가 언급하고 있다.
이번발표에서 미측이 2,3년전까지만 해도 한미간 지재권협상의 최대 쟁점이 었던 "집행" 문제가 평가를 받은것은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진지한 노력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보낸다는 의미이다.
과거 여러해 동안 미국을 비롯한 통상 상대국가들로부터 이에 대한 불신을 받아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유야 어쨌든 상대 통상국가로부터 정부나 기업이 불신을 받는다는 사실은국익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이다.우리가 가입한 세계저작권협약 및 URTRIPS 협정등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국내 특허법,상표법,저작권법,컴퓨터프로 그램 보호법 등 관계법률을 성실하게 집행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때문이다. 이점에서 USTR로부터 한국정부의 지재권 집행분야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띤다고 할수 있다.
이번USTR 보고서에서 집행분야 이외의 미측 불만사항은 일리있는 부분도 있지만 일부 쟁점은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도 없지않다.따라서 우리측이 꾸준하게 미측을 설득해야 하는 것도 없지않다.
예컨대지난 4월초 한미협상에서 가장 큰 논란을 벌였던 86년도 한미 양해각서 Records of Understanding) 가운데 C조 4항의 해석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미측은이 조항의 해석에 있어 상표의 속지주의(1국 1상표원칙)와 같은 한국 법의 기본원칙과 파리협약(공업소유권보호 관련)등 국제법상의 일반원칙 까지 포기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물론당시의 한미양해각서 C조4항의 규정에는 "미국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 의 등록을 한국내에서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미국측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할수는 없다.
그러나이처럼 국제 법적인 일반원칙에 어긋나고 상호주의도 적용되지 않는일방적인 양해 각서를 그대로 이행한다는 것은 한국 상표법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이는 과거 양해각서를 체결한 한국측 실무자들의 무지 때문에 빚어진실수인듯 하다.그러나 경위야 어쨌든 이 조항은 "미특허청에 등록된 모든 상표 가 아니라 그가운데서도 "저명상표(Well-Known)"에 한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해석이 여러모로 합리적인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다.
미국측이이 문제를 거론하게 된 것은 한국 기업이 등록한 몇몇 상표가 미국 내의 유명상표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실제 미측의 불만요인이 된 "클로레츠"라는 상표는 이번 PWL 지정발표 이전에 당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포기한바 있다. 즉 이 문제에 관한 미국측 불만사항이 해결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이를 계기로 양해 각서의 합리적 해석문제는 앞으로 한미간의 지속적 인 분쟁의 불씨로 남게됐다.따라서 이같은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제3안의 합리적 해결방안의 도출이 금명과제로 떠올랐다고 하겠다.
미측의요구사항 가운데는 반드시 부당한 압력으로 보기는 어려운 부분도 상당수 있다. 오히려 UR타결이후 TRIPS협정이행 계획을 추진해야 하는 국제적 의무를 지고 있거나 우리나라의 제도와 투자환경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수용 함이 바람직한 내용도 적지 않다.
직물의장보호와반도체칩 보호법 개정 및 관세청규정 문제 등의 경우가 그것이다. 이들 부분은 앞으로 착실하게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미국측은 케이블TV 시장개방의 경우처럼 지재권과 무관한 문제를 이 분야에 포함시켜 논의 하려 하고 있다.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시장 접근에 관한 문제로서 지적 재산권 협상에서 논의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측이이문제를 포함시킨 것은 앞으로 한국정부가 지재권 보호 활동을 성실히 전개하더라도 또다른 요구의 충족여부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PWL로 잔류 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는 것이다.
미국측의이러한 의도는 협상성과를 최대한 거두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따라서우리측은 앞으로 양국간의 협상 과정에서 시장접근 문제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이번 USTR의 한국에 대한 PWL 지정 결정은 이러한 몇가지 쟁점에관한 한미간 이견 내지 미국측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할수 있다.
또내면적으로는 WL로 하향조정했을 경우 한국정부의 지재권 보호 정책 추진 이 과거보다 소홀해 질지 모른다는 나름대로의 우려를 반영 했을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기울여온 지적소유권 보호노력이 이번 미국 정부에 의해 다소 인색하게 평가됐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이와 상관없이 한국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활동은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 이같은 한국정부의 기본입장을 미국정부 및 민간단체 등에게도정확하게 홍보,전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재권보호강화는 단순히 외국과의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한 대응으로만 봐서는 안된다.지재권보호가 국가산업의 고도첨단화와 외국의 선진 기술 도입 및 투자유치 촉진을 위한 선결요건이라는 측면을 무시할수 없기 때문이다.
또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해외영업 강화를 비롯 자체상표개발과 특허해외 출원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더욱이 국제화추세에 따라 우리측이 제3국에 대해 동일한 요구를 제기할수도 있다는 필요성도 고려 해야할 시점이다. 한국 정부는 이같은 성실하고 진지한 정책추진을 바탕으로 미측에 대응 해야한다.즉 미측에 대해 법체계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를 제기하는 등의 일방 적 해결방식 보다는 기업합작과 투자확대 및 기술이전등 상호 공통이익에 유익한 방향을 채택토록 적극 요구하여야 할것이다.
미국정부도 이같은 한국측 요구를 자국의 통상정책 추진에 진지하게 반영하여야함은 물론이다.
또일반국민 또는 민간기업 차원에서도 오늘날 국제환경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해야 할 것이다.즉 과거처럼 폐쇄적인 상태에서 타인이 창작한 지적재산의 무분별한 도용과 모방이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기업전략 수립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이같은 전반적인 사회인식의 향상을 바탕으로 내년 이후의 한미 협상에서는 PWL이나 WL과 같은 지적재산권침해 국가군 분류에 한국이 더이상 포함 되지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처럼상호 국제법규 준수와 호혜적 협력조치가 꾀해진다면 한미 양국은 목전에 다가온 21세기의 첨단정보화 사회를 함께 실현해 나갈수 있는 확고한 파트너 관계로 발전할수도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