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HDD시장동향

지난해 살을 깎는 가격경쟁으로 부진함을 면치 못했던 세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HDD 업계가 최근들어 회복의 기운을 차리고 있다.

미국의코너 페리퍼럴즈사를 비롯해 퀀텀,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웨스턴 디지틀 맥스터, 마이크로폴리스사 등 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을 이끌고있는 주요 업체들은 최근 지난해의 악몽과도 같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실적 호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세계하드디스크드라이브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6개사가 지난해 7월에서 올해3월까지의 9개월 동안 거둬들인 이익은 3억5천만달러(6개사 합산) 에 이르는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 6개사가 5억6천9백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나아진 결과이다.

지난93년은 세계 HDD업계에는 "최악의 해"였다. PC시장의 가격 경쟁여파로 극심한 업체들간의 가격 인하 경쟁이 업체들의 이윤율을 갉아 먹었으며 수요예측이 빗나가 공급물량이 수요를 훨씬 앞질렀다.

물론이는 92년 수요가 급격 하게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한 여파이기도 하다. 92년의 수요 폭증에 익숙해있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업체들 이 정확하게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지난해에는 시게이트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 낙제점을 면치 못했고 일부 소규모 업체들은 문을 닫는 사태까지도 발생했다.

그러나업체간 무모한 가격 경쟁이 지난해 말경부터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으며 최근들어서는 모두 흑자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HDD업체들의경영 회복을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은 서서히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다.

미국의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사에 따르면 올해 세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시장의 판매대수는 대략 6천만대 정도로 지난해 5천1백50만대보다 16.

5%가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매출은 2백40억달러로 1백81억달러였던 지난해에 비해 33%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판매 대수에 비해 매출 증가폭이 높게 전망되는 것은 저장 용량이 큰 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퀀텀.코너.시게이트사등 주요업체들은 기존제품에 대해 소폭 가격을 인상했으며 새롭게 발표하는 고성능 제품 역시 높은 가격대에 내놓았다.

또한수요의 측면에서도 시장전망은 밝은 편이다. 보다 성능이 강화된 PC와운용체계 응용 프로 그램의 등장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대한 수요를 확대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PC시장의이같은 추세로 인해 현재 HDD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주요 품목은 2백내지 3백MB의 용량을 갖춘 3.5인치 제품이다.

그러나어렵게 정상을 회복한 HDD업계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업체들은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엄청난 재고가 쌓였던 지난해의 경우를 거울 삼아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힘쓰고있지만 시장수요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HDD업체들은시장수요의 변화를 재빨리 읽어내고 그에 맞춰 공급을 조절해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 되는 즉시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과잉으로 또다시 가격인하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적정한 양을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 포커스사의 마크 지넨 사장은 "정확하게 수요량 을 예측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하 드디스크드라이브 업체는 PC업체들의 생산량에 의존할 뿐이다. 하드디스크드 라이브는 전체시장의 70%정도가 PC업체들에 판매되고 있어 PC업체들에 제공 되는 양만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열악한 시장 상황속에서 보다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시게이트사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경쟁업체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던 시게이트는 올해에도역시 견실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로 마감된 3.4분기 결산에서 6천7백만달러의 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의 증가율을 나타냈으며 매출은 9억9백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21%가 늘어났다.

시게이트의이같은 성과는 시게이트만의 독특한 사업전략이 뒷받침된 결과로 평가된다. 시게이트는 지난해 업체간 극심한 가격경쟁 속에서도 과도한 가격경쟁을 자제했던 유일한 업체였다. 또한 다양한 제품라인을 갖춤으로써 위험부담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시게이트는 PC에서 사용되는 HDD뿐만 아니라 고성능 서버나 중형 컴퓨터, 메인프레임용 디스크 드라이브도 생산하고 있다.

또한최근 에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크리스틀 컴퓨터사를 인수하는등 사업 다 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적자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이 커다란 승리였다면 업계 1위의 자리를 경쟁업체에 내준 것은 승리를 얻기 위한 희생 이었다. 지난해에는 시게이트의 경쟁자인 퀀텀이 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시장에서 1위로 부상했던 것이다.

데이터퀘스트가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퀀텀사는 20.7%의 점유율로 수위를 차지했으며 시게이트는 19.9%의 점유율로 2위로 밀려났고 코너 페리퍼 럴즈가 18.7%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퀀텀은지난 3월 마감한 4.4분기에서 3천8백50만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6억3천5백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25%가 늘어났다. 회계연도 전체로 보면 매출은 21억달러를 기록, 26%가 증가했으나 순익은 2백7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 들었다.

이같은실적이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퀀텀은 적극적으로 가격 경쟁을 펼치는 업체이다. 낮은 가격에 대량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밖에 웨스턴디지틀.맥스터사 등 지난해 악화된 시장 여건으로 인해 어려움 을 겪었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업체들은 모두 최근 실적 발표에서 흑자 성적 표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