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분야의 업체간 협력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것은 시장참여를 준비해온 대기업들의 사업이 표류하는 것과 맞물려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국내 굴지의 재벌 계열사들이 2차전지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참여준비를 해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사업 포기나 이관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은 2차전지 사업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것이다. 이들 대기업들이 계획된 성과물들을 내놓지 못했던 원인은 복합적인 것이긴하지만 전지분야의 전문인력과 축적 기술의 부재를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 다. 최근 이들로부터 전지사업을 이관받은 해당 그룹내 타 계열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같은 약점을 갖고 있긴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전지가전기.전자 이외 화학.소재.기계 등의 복합기술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사업을 이관 받은 업체들도 전지와 직접 관련된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대기업들은 필요하다면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역량이 있고 시장개척 능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조 기술이 확보된다면 그 이후는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비해 기존 제조 업체들은 1차전지 제조경험을 통해 축적한 제조 노하우 와 현장 감각을 지닌 전문인력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물론1차전지의 개발 및 제조 공정이 2차전지와 같을 순 없지만 전지라는 큰 테두리 내에서 보면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기존 전지 업체들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기존 업체들도 전지 산업 환경 변화에 발맞춰 그동안 2차전지 개발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나름대로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기존 업체중 로케트 전기는 이미 니카드 전지를 양산 하고 있으며 대기 업들이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니켈수소전지도 소규모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리튬전지 전문업체인 테크라프도 1차전지 개발을 진행중이다.
그러나이들 기존 업체들은 2차 전지 사업을 본격화 하기엔 자금력 부족이란 문제를 안고 있다.
2차전지를양산하기 위해선 수백억원 이상의 기초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존 업체들은 제품 개발은 하면서도 정작 2차 전지 사업에 뛰어들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업계 일각에서의 주장은 현 시점에서 기존 업체와 신규참여를 준비하는 대기업간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필요하고도 시급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를통해 서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결합,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이같은 업체간 협력만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사업화후의 채산성 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국제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차전지시장이 현재 최소한 4백억원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지금처럼 서로 하겠다고 덤비는 한채산성을 맞추기는 커녕 이전투구하면서 공멸할 공산이 더 크다고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럴경우 이미 리튬 2차전지를 상품화하는 등 멀찍이 앞서가고 있는 일본이 나 유럽업체들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은 자명해진다.
더욱이국내 전지산업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선 기업의 역량과 자원을 결집 시키지 않고선 2차전지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는것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다. 이처럼 2차전지분야에서의 업체간 협력의 필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포항 제철이 프랑스 샤프트와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다 포기한 것은이같은 협력의 당위성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초포철은 합작 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안정된 수요 확보를 위해 국내 가전 3사의 지분을 끌어들 이려 했으나 경영권문제 등에 부닥치면서 결국 무산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당시는대기업들이 가능성만을 볼 때였고 지금은 위험부담성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의 사업 포기나 이관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것.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따라서 이번 기회에 2차전지 사업추진의 틀이 개별기업 차원을 벗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짜여질 수 있도록 정부나 업계 모두가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