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가 현금환불제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가전3사는 경제기획원이 소비 자피해보상규정에 현금환불제 내용을 포함시켜 조만간 실시 한다는 대체적인 방향을 발표하자 곧바로 공동대응에 들어갔다.
더구나상공부등 관련부처까지도 현금환불제 도입은 국내 실정에서 아직까지시기 상조라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어 현금환불제 도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 다. 가전3사를 중심으로한 가전 업계는 정부가 현금환불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가전업체와 소비자를 별개로 떼놓고 생각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통시장개방에대비한 경쟁력확보와 제품의 질적향상도모가 정부의 정책 목표라지만 현금 환불제 도입은 가전산업의 현실을 완전 무시하고 소비자의 입장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경쟁체제 아래서 가전업체와 일반소비자관계는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만큼 이번 현금 환불제 도입도 대고객서비스 향상 차원에서 가전업체의 자율적인 판단과 노력으로 자유스럽게 진행돼야 한다는게 반발의 주된 논리이다. 뒤집어 말해 정부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 인위적으로 소비자들의 권익 을 보호해나가는 것은 오히려 업체와 소비자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시대 착오 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가전업계가현금환불제도입에 이처럼 난색을 표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가전 업계가 이미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을 법적으로까지 규정 해 실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해 정부는 현금환불제를 도입한다 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가전업계는 도입확대라고 주장).
지난해말을기준으로 가전3사가 불량 전자 제품을 현금으로 환불해준 금액은모두 7백2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내수 실적의 1.2%에 해당하며 지난해가전3사의 순수익 7백42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제품의기능상 큰 하자가 없는 이상 현금환불 불가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가전업체의 실정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그다음은 소비자들의 일방적인 현금환불요구에 따른 막대한 자금의 추가 부담이다. 경제기획원 실시(안)을 보면 1개월이내 제품에 중요한 수리를 요할 경우 소비자가 원하면 환불해주도록 되어 있다.
이안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가전업체가 부담해야할 연간환불액은 상당하다.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정부 안대로 환불 기간을 1개월로 했을 경우 현금 환불액은 연간 적게는 3천7백80억원에서 많게는 1조2천6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전3사들의순이익이 연간 1천억원도 안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개월을 기준 으로한 현금 환불제를 도입할 경우 가전업체의 경영압박은 심각해질 수 밖에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유통 및 소비자들의 현금 환불제 악용 가능성도 심각한 문제이다. 예컨대 악덕 소비자들이 이 법을 악용, 구입해서 사용하던 전자제품을 의도적으로 고장을 내 한달 내에 환불을 요구할 경우 가전업체로서는 대응방법이 없다는점이다. 더욱이 실제 이익의 주체인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와 담합해 환불을 요구할 경우에는 더욱 손 쓸 방법이 없다.
모가전업체가최근 조사한 가전제품의 고장요인별 분석에 따르면 전자제품이 원래 생산할때 발생할 수 있는 고장은 5%이하의 수준인데 반해 사용자의 부주의에 의한 고장수리는 전체의 70%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소비자의 실수로 사소한 고장이 발생했음에도 불구, 이에대한 환불을 매번 가전업체에 요구해온다면 가전업체와 소비자 간에는 연중 과다한 분쟁 발생은 물론 건전한 소비자 의식을 해칠 우려도 높다.
가전업체들은이러한 이유를 들어 현금환불제 도입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도입확대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그런점에서 가전업계는 정부의 후속조치에 일단기대를 걸고 있다. 전자진흥 회가 수렴한 가전업계의 대정부요구는 현금환불제를 실시하되 정부의 기존 시행안중 환불조건과 기준을 구입후 7일 이내에 중요한 수리를 2회이상 요할때로 완화해줘야한다는 것이다.
상공부는현재 가전 업계의 이같은 의견에 따라 *구입후 1개월 이내에 중요한 수리를 2회이상 요할 때 *구입후 7일 이내에 중요한 수리를 요할 때등 두가지 수정안을 마련, 경제기획원과 협의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전업계는 이와함께 현금환불제가 제대로 적용되기위해서는 가전 메이커가 올바른 환불판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하며 소비자들은 보증서, 세금계산서 등 환불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도 아울러 명문화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한 관계자는 "정부의 현금환불제 도입은 소비자중심의 건전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가전업체들의 제품개발력을 향상한다는 거시적인 차원 이긴 하지만 그 실행방법에 있어 잘못된 것이 많다"고 꼬집으며 "이번 조치는 가전업체와 소비자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사고와 장기적인 관점 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