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자판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 지폐를 자판기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일본이나미국의 경우 지폐를 마그네틱인쇄로 하기 때문에 지폐 전체가 자기성분을 띠고 있다. 그래서 자판기에 부착되는 지폐식별기도 자기 방식 제품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에반해 우리나라 지폐는 전면 중앙 상단에 새끼손톱 크기의 자기식별부를제외하면 화폐내 자기성분은 전무하다. 이런 돈을 인식하는 데 있어 자기 방식만을 사용해서는 뭔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외선과 자외선을 사용하는 광센서 방식의 지폐식별기가 등장했고 이것도 못미더워 광.자기 방식을 동시에 적용하는 제품들도 나와 있다.
당연히이런 고기능 지폐식별기를 전량 외국산이다. 일본이 한국 자판기 시장을 겨냥해 만든 지폐식 별기들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현실이다. 1천원.5천원.1만원권 3종류 지폐를 인식할 수 있는 광.자기 겸용방식 지폐식 별기 및 방출기의 제품단가는 2백70만원.
이를감안하면 왜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티킷발매기 한대 가격이 7백만원을 넘어서야 하는지는 쉽게 수긍이 간다.
또외국에서 비싼 가격으로 지폐식별기를 들여와도 애프터서비스(AS)를 보장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지폐는 워낙 험하게 사용돼 "돈"이 아니라 구겨진 휴지" 수준이기 때문에 지폐식별기의 고장은 제품상 하자가 아니라서AS를 책임질 수 없다고 말하면 고개를 떨굴수 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한국 자판기가 "돈"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으로 인해 화폐 가치가 떨어져 담배 한갑, 캔음료 한개를 사는데에도 지폐를 사용하게 돼 자판기에 지폐식 별기를 장착 해야만 할 형편이다. 그래서 다른 전자제품의 가격은 내려도 자판기 가격은 그대로다.
이래저래한국 땅에서 자판기가 "돈"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전자 공업진흥회가 한국 자판기공업협회의 발족을 추진하면서 "한국은행" 측과 대화창구 일원화를 협회설립 명분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