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고도 성장산업으로 각광받던 카오디오 산업이 90년대 들어 서면서 급속히 몰락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
80년대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30%이상의 신장세를 보이면서 한 때 연간 6천 억~7천억원에 이르던 생산규모가 지금은 그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1백개를넘던 업체수도 이제는 그 3분의1 수준인 30여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제대로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일본에이어 세계 제2의 카오디오 생산 능력을 자랑하던 국내 카오디오 업계 가 불과 몇년 사이에 이처럼 급격히 몰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직접적인요인은 지난 92년 최대 수출지역이던 EU의 한국산 카오디오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조치였다.
그러나근본적으로는 업계의 과당경쟁이 카오디오 산업의 몰락을 자초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생산량의대부분을 수출하던 카오디오 업계가 과당 경쟁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최대 호황을 구가하던 80년대 중반부터였다.
80년대초카오디오 수출이 늘면서 우후죽순으로 불어 나기 시작한 업체수는 이 무렵 1백개를 넘어서면서 난립상을 연출했다.
여기에88년을 고비로 3고 현상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되자 과당경쟁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해외전시회는 과당경쟁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장소였다.
카오디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엔 카오디오 전시회가 한번 끝나면 수출 가가 곤두박질 쳤다"고 회고했다.
전시회에참가한 국내 업체가 더 많은 물량 확보를 위해 서로 출혈을 마다않는 수주쟁탈전을 벌인 결과였다.
과당경쟁은해외 바이어의 농간을 자초했다.
당시상당수의 바이어들은 우리 업체들의 과당경쟁을 악용, 가뜩이나 채산성 이 악화되고 있던 업체를 벼랑으로 몰아붙였다.
심지어거래선을 변경하겠다는 바이어의 농간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출 가를 50% 까지 낮추는 업체도 있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번 빠져들기 시작한 과당경쟁의 지리한 소모전은 EU로부터 덤핑 판정을 받을 때까지 이어졌다.
당시업계는 EU의 덤핑 판정에 항의다운 항의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업계 스스로의 책임이 컸기 때문이었다.
결국카오디오 업계는 최고 30%에 이르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물게 됐고이로인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걷게됐다.
과당경쟁의폐해는 이처럼 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기업들의 고질적 병폐로 남아 있다.
지난해체신부 국감자료에선 교환기 4사가 중국의 동일 지역에 수출 및 합작 공장 설립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져 중복투자. 과당 경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과당경쟁 양상은 현재 러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지 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DX업계 관계자는 이에대해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와의 경쟁도 만만치 않은상황에 국내 기업끼리의 과당경쟁은 원가이하의 수주부담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음반시장의 규모가 연간 2천억원대로 커지자 대기업들이 잇따라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 인기 가수들에 대한 무분별한 스카우트전을 전개해 기존 중소 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음반기획자는 "일부 대기업들의 가수 스카 우트는 현재 받고 있는 금액의몇배를 지불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들이 뿌리는 돈은 가요 시장 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로 마치 기존 업체들의 뿌리를 흔들려고 작정한 것 같다 고 말한다.
해외직접투자의 경우에서도 과당경쟁은 업계의 목을 조르고 있다.
싼임금과 해외 전진 수출기지를 찾아 떠난 우리 기업들이 중국.베트남 등지로 몰리면서 인력 모집 과정에서 과당경쟁을 벌여 현지 임금 상승을 부채질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과당경쟁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전.통신.부품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고 밝히고 일본의 경우 한 업체가 수주를 하면 다른 업체는 더 좋은 조건을 갖고 있어도 피해가는데 우리의 경우는 오히려 상대방을 비난하고 깎아 내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개탄하고 있다.
이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반덤핑 제재를 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 하고있으며 거기까진 이르지 않더라도 출혈 판매로 인한 채산성 악화때문에 고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카오디오산업의 몰락에서 보듯이 과당 경쟁이 결국은 제살을 도려내는 처사 임을 업계 관계자들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같은 과당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스스로 근본 대책 을 마련하려는 노력 없이 모든 책임을 상대 업체에 떠넘기려는 데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는과당경쟁을 원하지 않고 실제로도 하지않고있는데 상대 업체가 치고나와 시장질서를 흐린다"는 식이다. 상대업체만 잘하면 과당경쟁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니문제 해결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업체끼리의 감정대립도 발생,서 로를 불신하는 사태로 번지고 문제의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그 원인을 찾아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당경쟁의원인은 기업 내.외부에 모두 존재하고 있다.
기업내부의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 노력과 마키팅 능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 시장을 창출하고 실질 경쟁력을 높여 채산성을 높이기 보다 "남이 가면 따라간다"는 식의 안일한 자세가 과당 경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기업이 상품을 개발해 잘 팔리는 것 같으면 너도 나도 달려들어 똑같은상품을 복사해내고 심지어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러도 참여 업체수가 계속 늘어나는 경우는 많이 있다.
이런경우 선발 업체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공급과잉 상태에서도 생산량을 늘리고 후발업체는 시장을 뺏기위해 원가 이하의 출혈 공급을 감행한다. 이어서 대부분의 업체가 덤핑 대열에 가세하게 되면 "공멸"을 향한 과당경쟁이 본격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기업의마키팅 능력부족 또한 과당경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마키팅 능력을 강화해 기업 활동 무대를 넓히기 보다 많은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특정 지역, 특정 바이어에 집중하다 보니 외국업체와 경쟁하기 보다 우리 업체끼리의 과당경쟁을 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외부적인 원인으로는 기업간 협조 체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기업간협조체제의 부재는 우리 업체 뿐만 아니라 외국의 업체나 바이어들도 잘 알고 이를 교묘히 활용, 농간을 부릴정도로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카오디오업계의 과당 경쟁이 극심할 때도 바이어들의 농간이 기승을 부렸지만 업계의 협조 체제가 부재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때문에 과당경쟁을 막고 공정 경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업계의 자율적 인 협력과 규제의 틀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이같은틀이 마련되지 않고선 과당경쟁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처럼 우리모두를 벼랑으로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최근의 국제화.개방화의 물결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의 협력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 보더라도 전략적 제휴 , 해외 공동진출, 상호 정보교환 등을 통한 공동 대응노력이 절실하다.
중소기업의경우 특히 공동상표 개발, 원자재 공동구매, 공동판매망 확보 등을 통한 자생력 강화도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한 발 앞서간다" 는 적극적 사고가 요구되고 있다.
이를위해선 장.단기 경영목표와 실천 방안들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시장환경의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고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도 특화된 상품을 개발, 한 분야에서라도 세계 제일 이라는평가를 받도록 해야 생존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