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1백50여km정도 떨어져 있는 천진공항.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시간이면 공항대합실이 사람이름을 쓴 팻말을 들고 있는 중국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현지 출장오는 관계자들을 찾기 위해서이다. 국내 전자 업체 들의 대중국진출 본격화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가들의 중국방문이 늘어나면서이러한 모습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는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천진시는우리나라 항공사들의 북경 직항로 개설을 반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광 관문으로서 수입을 올려보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전자 업체들의 대중국진출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 더욱 크다.
중국지역의 광고선전탑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광보당의 문재웅이사는 "풍부 한 자원의 중국과 응용기술과 자본이 있는 우리와의 절묘한 만남으로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의 중국진출은 더욱 빨라 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9백56만평방km의국토에 15%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는 인구 12억의 중국. 세계최대의 잠재수요를 지니고 있는 이같은 중국은 우리나라 전자업체들 만 "매력있는 시장"으로 보는게 아니다.
지난80년대초 개혁.개방정책이 추진된 이후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 전자업체들의 치열한 다툼은 본격 시작됐다.
특히북경 고속도로주변의 마쓰시타, 소니, 샤프등의 3각 입간판, 시내 빌딩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세계각국 가전업체들의 요란한 광고는 중국이 세계적 인 가전시장 격전지로서의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올3월초 이붕총리가 외국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차원에서 투자 이익을 보호해 주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밝히면서 중국에 대한 세계 유명 가전업체들의 진출 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고급호텔 로비에서 우리나라를 포함, 일본.미국등의 가전 업체 관계자를 자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을 향한 세게 가전업체들의 집념이 대단하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외국메이커들의가전분야 대중투자액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지난 개방.개 혁정책이 처음 추진된 78년이후 지금까지 세계각국 전자업체들의 투자규모는 약 5천건, 3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중국의 인구나 소비재 위주의 산업성장을 고려하면 해외 투자의 절반이상이 가전분야의 투자라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발맞춰 이곳에서의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의 발빠른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금성사, 삼성전자, 대우전자등 가전3사의 중국진출 가속화 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말까지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가전업체는 가전3사를 포함, 모두 27 개사에 이른다. 투자금액은 5천4백83만달러이다. 그러나 올들어서 금성사 등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이렇다할 만한 성과는 없지만 삼성전자, 대우전자등을 비롯 오디오, 소형가전업체들이 대중국진출을 위해 중국당국과 다양한 상담 을 벌이고 있다.
국내가전업체로서 대중국진출에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는 금성 사. 지난해 중국에 산업용 펌프와 오디오 합작공장을 설립한 금성사는 오는2천년까지 중국에서 약 16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아래 지난 3월부 터 2억달러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호남성 장사와 상해에 각각 컬러T V용 브라운관 및 VCR 공장건설에 들어갔다.
이회사는 연차적으로 세탁기.냉장고등의 대중투자진출도 적극 추진, 중국을 단순한 생산기지로서 뿐만아니라 현지판매를 통한 시장공략으로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의일환으로 금성사는 현재 미국GE와 공동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프로 젝트를 추진, 중국 천진에 전자공장건설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그동안 협력관계를 맺어온 북경의 목란전자집단공사와도 DY(편향코일)등 컬러TV부품 합작 공장설립에 관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내년부터 컬러TV.오디오.VCR 공장을 풀가동한 다음 점차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등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현지생산품목을 다양화해 나간다는쪽으로 대중국투자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이회사는 중국을 개별국가로 보지 않고 EU, NAFTA, 아세안등 세계 주요 경제권으로 파악, 2천년 이전에 생산.판매.서비스등을 현지에서 일괄관리하는 별도의 본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이와 별도로 현재 삼성전관, 전기, 코닝등 계열사와 공동으로 추진중인 천진의 대단위 컬러 TV 및 VCR공장건설 프로젝트도 연내 구체화할 계획이다. 비교적 뒤늦게 중국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대우전자도 중국 하얼빈에 냉장고 , 세탁기, 팬히터등을 생산하는 종합가전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특히 중국을 현지시장거점과 아시아지역의 우회 수출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아래 컬러TV, VCR, 전자레인지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선을 물색중에 있다.
이외에도인켈, 아남전자등 오디오업체와 소형 가전업체들의 대중국 진출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리나라가전업체에 못지 않게 일본업체들의 중국진출도 최근 2~3년새 부쩍늘어나고 있다. JVC, 도시바등이 서남지역에 컬러TV와 에어컨공장의 설립을 전제로 타당성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지난 80년대말 생산거점을 마련했던 히타치 마쓰시타, 소니등도 상해, 항주, 심? 등 연안개방도시를 중심으로 컬러TV VCR공장 설립을 늘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