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전지산업은 두가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하나는기존 망간. 알칼리 전지 등 건전지가 무수은 제품으로 대체된 것이고또 다른 하나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2차전지 시장참여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무수은건전지의 등장은 80년대 후반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한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에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토양오염의원인이 되는 중금속의 사용이 규제되면서 전지 제조시 사용되던수은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우리나라의경우도 92년 환경처의 수은 함량 기준치가 건전지의 경우 1 ?이하로 결정됨에 따라 이를 초과하는 제품은 생산할 수 없게 됐다.
로케트.서통 등 건전지 제조업체는 이같은 국내외적인 수은 규제 조치를 극복키 위해 80년대말부터 무수은 건전지의 개발에 매달렸다.
이에따라 92년 일부 품목이 무수은 제품으로 대체된 이래 현재는 전 품목의 무수은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무엇 보다 주목되는 90년대의 변화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추진 되고있는 2차전지 시장진출 움직임이다.
휴대형전자기기의 보급 확산으로 촉발된 2차전지의 수요 확대는 이 시장의 가능성에 대기업들의 눈을 뜨게 했다.
더욱이80년대 후반에 니카드 전지로 국내 진출한 세계 유수의 전지 제조 업체인 샤프트사 한국법인의 급신장은 그 가능성을 검증해주고 있었다.
이에따라91년과 92년에 걸쳐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우전자부품.금성마이크로 닉스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이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특히이들 대기업들은 니카드 전지 이후를 겨냥해 성능이 보다 뛰어난 니켈 수소 전지와 리튬 2차전지 등의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니카드전지는 이미 시장 지배업체들이 버티고 있는데다 2차 전지의 수요 자체가 니카드에서 니켈 수소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한 결과였다.
그러나2차전지 사업은 이들 대기업들에게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축적된 전지기술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기존업체의 인력을 일부 스카우트하기도 했지만 이들 또한 2차 전지, 특히니켈수소 이상의 제품 개발이나 생산 경험은 없었다.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협소한국내시장에 비해 참여준비를 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 되고있다. 이로인해 일부 업체의 사업계획을 포기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92년말포철이 샤프트와의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다 포기 했고 올초에도 금성 마이크로닉스가 니켈수소전지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들의2차전지 시장 참여는 90년대 전지산업의 판도를 이전 시대와 확연히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것이지만 그만큼 과도기의 혼란도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기업사업 참여의 선봉에 섰던 업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물러 나고새로운 업체들이 사업의 중책을 떠맡기 시작한 것도 과도기의 한 단면이다.
삼성전자는니켈수소전지 양산계획을 완수하지 못하고 삼성전관에 사업을 넘겨야 했으며 대우전자 부품도 대우전자로 사업을 이관했다. 대우전자는 리튬 전문업체인 테크라프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업참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현재로선 어느 업체도 분명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내고 있지는 못하다. 아직도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고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전자산업이 발전하면 할수록 전지, 특히 2차전지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없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등의 소형화추세를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요소중 의 하나가 전지였음을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또한 급속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2000년대 가장 각광받는 3대상품으로 반도체,LC D와 함께 2차전지를 꼽고 있다.
따라서최근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시장참여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기존 업체를 포함한 대기업들의 협력과 경쟁의 드라마도 숨가쁘게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