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전선 이상없나(5)

지난 2월2일 문화의 전당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색 행사가 열려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급문화 공연장의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컴퓨터 게임 오락장 업주들의 행사가 열린 것이다. 전국 전자유기장업협회중앙회 주관으로 열린 의식개혁 운동대회였다. 컴퓨터게임 오락장업주들이 모여 "새시대 새게임 새의식"을 다짐하는 행사였다.

일반인들에게컴퓨터게임 오락장이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치는 유해업소로 인식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컴퓨터게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 컴퓨터게임 오락 장업주들이 이를 불식시키기로 한 것이다. 한마디로 업주들이 고육책으로 마련한 행사였다. 또한 오는 97년에 서비스업종이 개방될 경우 무방비상태로 선진 외국업체들에게 시장을 모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컴퓨터게임오락장은 전국에 1만4천~1만5천여곳에 이른다. 업계 자체 조사에따르면 컴퓨터 게임오락장의 시장규모는 올해 3천8백억원이나 오는 2000년대에는 1조원에 이르는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국내 컴퓨터게임오락장은 대부분 지하실이나 골목어귀등 후미진 장소 로 밀려나 있다. 영세성을 면치 못해 규모가 50평미만으로 좁다. 여기 에다오락기를 최대한으로 설치,쉴곳은 물론 사람이 제대로 다닐 틈도 없다. 환기 시설이 제대로 안돼 있는 것은 물론이다.

종로3가 개봉관이 몰려 있는 근방의 한 컴퓨터게임오락장. 골목으로 들어가지하실에 위치해 있다. 영화를 보러온 사람들이 남는 시간을 이용하는 곳이다. 때문에 시간때우기 손님들이 이용하는 이 업소는 환경시설이 나쁘기로유명하다. 이 업소에 들어서면 의자 시트는 찢어져 있고 20대 젊은이들이 게임에 빠져서 내뿜는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통풍시설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담배연기가 빠지질 않는다. 먼지가 앉아 있는 선풍기는 쇳소리를 내면서 더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여느 동네에 있는 당구장에도 룸에어컨이 있는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시설이다.

이는오락장을 유해업소로 판단, 정부가 온갖 규제를 하고 있어 업주가 시설 투자를 할 수 없어 빚어진 결과다. 전국전자유기장업협회중앙회 김동명 자문 위원은 "현행법에 영업장 평수가 8평에서 55평으로 제한돼 업주들의 시설 투자를 기대하는 것이 넌센스"라면서 "이같은 규제는 컴퓨터게임오락장의 운영 주들을 영세업자들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당구장이나 만화방은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있는데 반해 컴퓨터게임오락장은 시간제한을 두고 있다"며 규제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불평등한 규제가 국산 게임기 개발분위기까지 위축시키는 것도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정상적인 제품을 설치해놓을 경우손익을 맞출 수 없어 싼값에 구입가능한 불법 유통물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는게 그 이유다.

컴퓨터게임오락장업주들은 하나같이 "채산을 맞추기 위해선 정품 보다 불법 복제품을 구입해 장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도박이나 퇴폐적인 게임들을 갖다 놓고 변태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업주들도 늘고있다.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 이 업계의 현실이다.

가까운이웃인 일본의 경우 우리와 정반대다. 60~70년대에는 우리와 마찬 가지로 불법이 난무했으나 지금은 시내요지에 깨끗한 게임장들이 들어서 있다. 아케이드 게임장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오히려 대형화와 함께 건전 한 놀이장소 역할을 하도록 양성화시킨 덕분이다.

닌텐도사보다늦게 출발한 세가사가 아케이드게임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다양한 게임기를 개발, 지금은 세계적 게임기업체로 성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컴퓨터게임오락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청소년들이 건전한 여가생활을 즐길수 있도록 컴퓨터 게임오락장에 대한 규제일변도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수 규제등을 철폐, 대형화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관계자 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같은정책을 시행한후 불법게임업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컴퓨터게임오락장을 방치해 둘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서비스업종이 전면 개방되면 일본 게임 업체들의 한국진출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장을 양성 화하지 못하면 국내 게임산업 육성자체가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