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HP"기술이전" 기피 속셈 노출

삼성 휴렛 팩커드의 계측기생산추진은 낙후된 국내계측기산업에 세계 최대의계측기공급업체인 HP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 삼성HP가 추진하고 있는 국산 저가범용계측기는 이같은 기대를 무너뜨리고 "미국기업의 대한기술이전회피"라는 반목의 골만 깊게 할 것으로보인다. 삼성HP가 생산을 추진중인 주파수 카운터와 멀티미터는 범용계측기 중에서도비교적 중요성이 덜한 품목. 특히 2백MHz 주파수 카운터와 4와1/2디지트 멀 티미터는 이미 국내업체들이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는 제품들로 산업적인 기술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삼성HP의 이들 품목 국내 생산은 단순히 내수시장 잠식과 국내업체들 의 수출 기회를 줄이는 반갑지 않은 결과만 낳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설립 10년을 넘어선 삼성HP의 올해 계측기부문 예상매출은 약7천만달러. 이같은 매출은 전체 국내 계측기시장수요의 30%를 넘는 것으로 이미 수년전부 터 갖고 있는 국내 최대 계측기 공급업체라는 타이틀을 올해 더욱 단단히 굳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HP 계측기부문의 국내계측기 산업에 대한 기여는 그동안 전무 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기능 첨단계측기를 국내에 공급, 관련산업 발전에 공헌했다는 주장은 판매이익으로 보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49%의 국내 지분 으로 제대로된 계측기생산기술 하나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납득 할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삼성HP가 단순한 HP제품판매업체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는 HP가 대한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는데다 삼성HP의 위치를 인정치 않고있기 때문이다.

계측기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기술및 노동집약적 제품이다. 따라서 질좋은노동력을 가진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기술기반을 갖춰줄 경우 위협적인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HP내부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번에 국내생산허용방침을 세운 주파수 카운터는 이미 60년대에 기술적으로 완성됐고 HP내에서도 5년전에 신제품개발이 종료된 것이다.

삼성 HP는 1백개가 넘는 전세계 HP투자 법인 중에서 미국.독일.일본. 프랑스 영국등에 이어 7번째로 계측기매출규모가 큰 주요단일판매법인이다. 그러나 이들 6개대형현지법인은 물론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작은 국가보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계측기는 물론 삼성HP의 전부문을 대표하는 사장이 본사 부장급에 불과 하고 계측기사업부문 책임자의 위치가 HP T&M전체에서 서열 1백위내에 들어 가지못한다. 또 별도체계를 갖추고 있는 구로공장 공장장이 각 지역단위 공장 부 사장급에 머물러 사실상 HP내부에서 영향력을 가질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HP가 의도적으로 한국내 법인의 위치를 낮게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HP가 표방하고 있는 생산품목의 지역 안배에서 소외돼 왔고 그동안삼성HP가 추진해온 계측기뿐만아니라 잉크제트프린터 등 일부HP제품의 국내 생산이 번번이 묵살됐다.

HP의 기술이전 회피와 삼성HP의 낮은 위상에 대한 불만은 대다수가 내국인으로 구성된 삼성HP내부에서도 점차 확산돼 가고 있다. 현지화에 충실하지 않은 직장이 그들을 이방인으로 남겨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HP의 저가 범용계측기 국내생산추진은 비록 논란거리로 남게 되겠지만 국내 생산체계를 갖추기 위해 이것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던 담당자들의 입장도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없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