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2시. 용산구 원효로 대로변에 자리잡은 4층건물에 세들어 있는 열림기획. 국내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SW)업체중 두번째라하면 서러워할정도로 손꼽히는 업체다. 연일 35~36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인데 이날따라 이 빌딩의 냉방시설이 고장나 사무실은 "가마솥 찜통"이라는 표현을 무색 케할 정도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리면서 온몸을 적신다. 책상위에 있는 선풍기가 돌고 있으나 오히려 더운 바람만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도 이 회사의 게임개발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있다. 무더위와 싸우면서 제작의뢰받은 게임SW 마지막 부분을 손질하고 있는것이다. 이 회사 김을석사장은 "건물주가 1층에 입주한 은행에는 냉방시설을 맨 먼저 고쳐주면서도 날씨나 분위기에 가장 민감한 자신들에게는 신경도 안쓴다 며 쓴웃음을 지으면서 "게임 하나 개발하는 데 이만큼 어렵다"고 들려준다. 고층빌딩이 밀집한 양재동 쌍둥이 빌딩근처에 위치한 PC게임SW업체인 막고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사무실을 찾지 못해 큰 길가에서 전화를 하고 회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만 찾아 갈 수 있다.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 복합건물의 지하실에 이 업체의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 안은 숙식까지 겸하는 듯 침대에 빛바랜 군용담요까지 보인다. 서너명의 개발자가 이달에 출시할 PC게임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컴퓨터와 한창 씨름중이다. 모두 20~30대의 젊은 남녀다.
게임을 만드는 데 청춘을 바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게임업체들의 현실이다. 예전에 불법복제 게임이나 중고게임을 수출하면서 목돈을 번 일부 게임업체 들을 빼고는 현재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이 영세한 형편이다. 또 중소업체들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10여년간 게임개발에 종사해 온 한 관계자의 말이 게임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하다.
중소 게임업체들이 각종 정보를 동원, 인기를 끌만한 게임을 기획 개발 하고보면 우리 업체보다 기술력이 앞선 일본업체들이 새로운 차원의 게임을 만들어 출시,어렵게 개발한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컴퓨터게임 개발 업체인 D사는 지난해부터 의욕을 갖고 역사물을 소재로 한게임 개발에 착수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데모버전만 내놓았을 뿐이다.
수정작업만거듭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개발착수 당시 선진국업체의 게임수준과 비슷한제품선보일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으나 개발완료되자 선진업체는 우리제품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제품을 내놓아 다시 손을 볼수 밖에 없게 됐다" 고 토로했다. 아케이드 게임업체인 B사가 1년간 공을 들여 야심작으로 개발, 최근 선보인아케이드게임은 시장에 출시하자 마자 구동에 문제가 발생, 부랴부랴 회수하고 있다.
게임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H사장은 "기술력이나 개발장비면에서 선진 업체들 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국내 중소업체들로선 제품 개발이 벽에 부딪치는게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오류를 여러번 거쳐야만 좋은 제품을 개발할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어떠한가. 대기업인 S사는 자체기술로 1년여 연구끝에 16비트 비디오 게임용 SW(롬팩)를 개발, 지난92년 시장에 선보였다. 이 제품을 개발할 때만해도 국내 게임시장은 일본시장의 판박이일 정도로 일본어자막이 그대로들어있는 일본 제품들이 판을 치던 때다. 이 업체는 수입에 앞장서고 있다는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 "신토불이"슬로건을 내걸고 모험을 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한국적 이미지를 살린 이 제품은 일본게임에 길들여져 있는 청소년 수준에도 못미쳤기 때문이다. 게임SW 개발에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 됐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게임SW를 만들어 놓고도 출시못한 제품이 수두룩하다고 털어놓는다.
국내 게임SW개발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중소업체 와 대기업간의 협력관계구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따로국밥이다. 기술 력.인력.자금력 모든 것이 취약한 국내업체들이 서로 협력의 장을 열지 못하고 있어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보다 더 어렵다 따라서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선 원점에서 부터 문제점을 파악,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