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전환기에 선 엔리베이터산업 프롤로그

빌딩의 고층화와 인텔리전트화추세는 엘리베이터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를 다양화시켰다. 여기에 90년대 들어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한 대용량반도체 소자 기술과 초고속집적회로의 등장은 승강기제조기술의 일대혁신을 불러 오고있다. 아래 위로 오르내리기만 하는 단순기계로서의 엘리베이터는 더이상 대접받을수 없게 됐다. 속도와 효율성 그리고 편안함과 안전성. 이제 엘리 베이터는이 네가지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종합운송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엘리베이터의 기술환경 변화는 국내시장환경변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승강기누적보급 대수는 93년말 현재 약7만대. 매년 1만3천대 내외의 신규수요가 발생, 시장규모도 세계적인 수준인 8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국토 가 좁아 건물의 고층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데다 신도시 개발로 대변 되는주택2백만호건설에 힘입어 연평균 30%의 쾌속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건설 붐이 시들해지면서 엘리베이터수요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제조업체입장에서는 나눠먹기식의 수주형태의 밀월시대는 가고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됐다. 금성산전.동양에레베이터.현 대 엘리베이터.금성기전 등 흔히 말하는 국내엘레베이터 4사가 그 큰 덩치를 이끌고 신기술보유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속에서 국내승강기제조사들이 벌이고 있는 기술경쟁은 치열 하다. 엘리베이터에도 "고속"과 "초고속"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백터제어(Field Oriented Control)인버터의 채용을 기준으로 어느 업체의 승강기가 분당 얼마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느냐가 업계의 최대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제 웬만한 엘리베이터의 경우 인버터제어와 마이컴채용은 기본이 됐다.

또 같은 속도를 내는 승강기들중에서 어느 제품이 진동과 소음이 적고 운행 효율이 높은가도 기술경쟁의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속 스위칭용 전력소자인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tor) 를 채용하고 고성능 DSP(Di gital Signal Processor)를 사용, 고정밀 제어를 통해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 시키는 속도제어기술의 적용여부에 각사 기술진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동부에 들어가는 기어 하나를 놓고서도 업계간의 제품형태와 기술수준이 판이하다. 여기에 승강기안팎의 디자인도 독립된 연구팀을 구성해야할 만큼 특화되어가고 있다. 엘리베이터정보표시시스템이라는 말까지 등장, 엘리베이터탑승객들 의 무료함을 달래주는데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처지다.

승강기운행의 최적화를 위해 여러대를 묶어 운행시키는 군관리시스템을 비롯해 엘리 베이터 관리.보수의 일대혁신을 예고하는 365일 24시간 감시의 원격 관리시스템등장은 승강기업체들의 기술경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엘리베이터에 적용 못시킬 기술이 뭐 있겠느냐" 는 관계자들 의 말이 첨단으로 치닫고 있는 승강기기술환경속에서 설득력 있게 받아 들여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국내 엘리베이터산업의 기술발전이 급속화 되기 시작하면서 금성산전.현대.동양.금성기전의 4파전양상을 보여왔던 기존의 국내승강기시장구조 역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체화된 금성산전과 기전의 합병, 끊이지 않는 일부대기업들의 시장 참여설 신규업체들의 덤핑수주. 이런 갖가지 시장상황에 기존 엘리베이터 4사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술에서 앞서 가는 업체만이 급변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시장환경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지금 한국의 엘레 베이터 산업은 업체간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기술경쟁을 통해 승패의 향배가 조금씩 가려지는 단계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