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진단(9) 가전3사 유통정책 허와 실(하)

"가전3사의 유통정책은 표면적으로 대리점 육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속으로는안정적인 이윤확보에 집중돼 있다." "실판매정책의 결과가 전속대리점의 판매마진을 높이기보다는 제품의 공급가격을 높여 놓았으며 체인점 등 일부 유통업자들에게는 오히려 피해를 입혔다 전속대리점에 대한 밀어내기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밀어내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느 특정 대리점 주의 지적이 아니다.가전유통분야에서 10년이상 몸담아 온몇몇 유통업자들은 가전3사 유통정책의 과거와 현재를 이렇게 함축적으로 꼬집어 낸다.

도매업성격의 대형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가전3사가 전속 대리점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유통 또는 영업노하우를 충분히 쌓기 보다는 대리점 관리기술만 높이고 있다"는 극단적인 지적도 서슴치 않고있다.

일례로판매계획을 책정할때에도 특정제품의 매출실적과 판매제품 등에 대해 정밀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전년도 판매 실적에 대비한 증 가폭을 잡는데 급급한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유통과정에서 변칙을 초래하고 전속대리점들은 소신없는 영업정책 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메이커들이 대리점 재고회수(반품)를 하지않고 있는 데다 시장점유율 제고나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무이자할부판매 등을 남발함으로써 유통시장이 예측불가능한 혼미국면으로 빠져들고는 했다.

따라서전속 대리점들이 자율경쟁을 통해 스스로 자생력을 쌓고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기회가 크게 적었다는게 가전유통업계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지적 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가전3사가 현재 추진중인 대리점 매장의 대형화는 전속대리점들의 경쟁체질을 다지는 기초적인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유통시장개방 및 대형 혼매점의 급부상 등 가전유통시장의 변화속에서 대리 점 체제가 유지되려면 우선 매장규모부터 대형화시켜 고객의 발길을 끌어 모을 수 있도록 상품구색을 충분히 갖추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가전3사는이에따라 대형점 개설을 위해 일정 자금을 직접 투자하거나 간접 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법규 개정을 정부에 건의해 유통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방안도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매장을 대형화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가전유통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관련, 럭키금성 경제연구소 유을섭책임연구원은 "전속대리점의 매장을 대형화할 경우 단일 브랜드로 상품구색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 는 안될 것"이라며 "이 보다는 지역별로 상권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소프트 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힌다.

즉서비스로 비교우위를 갖추어 나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또법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가전업체가 유통업에 직접 진출할 경우 적지 않은 소모전이 우려된다. 대기업이라고는 해도 가전업체가 동시에 제조와 유통업을 성공적으로 키울수 있는가에는 많은 의문이 뒤따른다. 그동안 전속 대리점 체제를 구축하면서 가전유통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가전 메이커가 실제로 유통업에 뛰어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제조쪽이 약화 되는등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전속대리점과의 동반성장을 전제로한 실질적인 대리점 체질 강화 책을 강구해야 가전3사가 추구하는 외산가전의 진입장벽을 쌓는데 훨씬 효과 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