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중국- 중국전자산업 동향과 한국기업 진출 현황

중국이 급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었으나 현재는 우리의 이웃이 된 나라 중국. 그래서 아직은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나라, 중국이 무섭게성장하고 있다.

인구 12억에 국토 면적이 우리의 43.2배인 9백59㎟로 세계 3위인 거대한 나라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엄청난 내수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바같 세계에 외자 유치를 위한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한편 세계 산업의 강자로 부상키 위한 과감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결과 중국의 지난해 전자산업 총생산액은 80년 대비 14배가 늘어난 1백50 억달러 규모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카세트라디오,전자계산기, 컬러 TV등 일부 가전분야에선 이미 세계 최대의생산국으로 올라섰다. 또 향후 몇년내 VCR 등 AV 분야 및 사무기기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의 생산규모를 갖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에따라중국의 전자산업 발전이 미.일.유럽의 3각 구도로 형성된 세계 전자산업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란 주장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전망에 화답이라도 하듯 중국의 전자산업은 금년 1/4분기중 가전 제품 생산증가에 힘입어 사상최고의 생산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전자공업부 통계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기간중 중국의 전자산업 총생산액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35.4%가 늘어 3백60억원(약 41억달러)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올해 목표치인 20%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며 지난해 생산 증가 율 26.4%보다도 높은 수치다.

여기서특히 주목되는 것은 컬러 TV, VCR 등 가전제품 생산액이 폭발적 증가 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4분기가전 제품 생산액은 전년동기대비 47.8%가 늘어난 1백81억원 으로 중국 전자산업 전체 생산액의 50%이상을 차지했다.

이밖에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품으로 25%에 달하고 있으며 컴퓨터.통신도 14%를 차지하고 있다.

성장의원동력은 무엇보다 중국 자체의 강한 변화 의지다. 개방.개혁의 바람 은 거대한 땅덩어리와 천문학적인 규모의 노동력 등 이 나라의 엄청난 잠재 력을 사회적 생산력을 극대화하는데 쓰일 수 있도록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여기에 경제 특구의 설정 등 외국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한 중국 정부 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분석은 중국 국영업체들의 전자제품 생산액이 올 1/4분기 28% 성장 한데 그친 반면 외자 업체들의 생산액은 77.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생산증가에 따라 시장도 크게 팽창하고 있다. 개방의 물결을 타고 급속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성장기에 있는 전자 제품의 수요 팽창으로 최근 몇년간 시장규모가 급팽창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중국 가정의 전자제품 보급률도 상승하고 있다.

가전제품중 컬러 TV의 보급률이 도시 가정에서는 80%를 넘어서고 있고 VCR 도 10% 가량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도시에서의컬러 TV의 보급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중국의 생산 능력이 연간2천만대로 세계 최대라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같은 높은 보급률로 시장 수요도 대형.다기능 제품으로의 전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농촌의 경우 사정이 판이하게 다르다. 컬러 TV의 보급률이 농촌의 경우 10%에도 못미칠 정도로 도.농간의 불균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개인용컴퓨터)의 경우 지난해 중국 시장규모는 35만대.

이중중국산이 12만대이고 나머지는 수입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종면에선IBM 호환기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386급이 현재 압도적 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곧 486급이 주류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장수요도 내년엔 1백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외국 PC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의 현지 생산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쟁탈전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통신분야의경우 아직 미발달된 상태에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분야의 하나다.

우전부의 전자교환기 도입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화 보급률이 지난해 2%를 가까스로 넘어섰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2천년 6%의 보급률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전자부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분야의 경우 중국이 개발에 뛰어든것은 상당히 오래전의 일이었다.

56년에이미 트랜지스터를 개발했고 65년엔 IC(집적회로)의 개발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코콤 규제로 서방 선진국과의 기술교류 및 도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기술수준이 정체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현재의 기술수준은 미국 일본 등 선진 기술 보유국에 비해 현저히 뒤처진 상태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설계수준의 상대적인 선진성에도 불구하고 제조 기술이 낙후돼 있어 양산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규모도아직은 미미하다. 지난해의 경우 99억원 정도였다.

그러나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 기기시장의 폭발적 인 성장에 힘입어 2천년엔 5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전자산업 각 분야의 무한한 잠재력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전자대국 으로 부상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은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특히 중국이 최근 10여년간 IBM, 필립스, 산요, 마쓰시타 등 세계 유수 기업 들의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이들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컴퓨터, 반도체, 통신 등 고부가 가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 등 경쟁국 기업들이 깊이 인식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란 지적들이다.

이와관련,중국은 91년부터 오는 95년까지를 전자산업 집중 육성기간으로 정하고 정책적인 지원과 기술이전을 통한 품질 개선노력을 강화하고 있어 현 추세대로라면 중저가 가전제품 수출에서 향후 2~3년내 한국, 대만 등 경쟁국 을 따돌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중국은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 한국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최근한국 기업들의 중국 러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92년말까지 전지.전자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대 중국 합작 또는 단독 투자 건수는 53건.

이중부품이 30건으로 가장 많고 컴퓨터.통신 7건, 가전 3건 등으로 나타 났다. 특히 이 분야에서 첫 중국진출이 이루어진 88년이후 91년까지 23건에 불과했던 투자 건수가 92년 한햇동안 33건에 달해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중국을 가전에서 통신기기에 이르기까지의 전자제품 종합 생산기지로 육성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천진과 혜주의 가전제품 생산기지를 구축한 데 이어 산동성에서 전전자 교환기도 생산키로 했다.

금성사도 컬러 브라운관, VCR, 오디오 등 가전제품의 중국내 생산을 서두르고 있고 대우 전자 또한 현지 생산강화 및 시장공략 채비에 나서는 등 국내 가전 3사의 중국 투자가 늘고 있다.

통신분야에서도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성정보통신, 대한전선 등 한국 기업들 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품분야도예외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이제 개화기를 맞고 있다. 일부 진출 기업들은 이미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을 통해 경영안정 기조를 정착시키는 한편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기헤드생산업체인 태일정밀이 그 대표적인 기업의 하나다.

지난91년 중국 하얼빈에 합이빈 태일정밀유한공사를 설립, 각종 헤드를 생 산수출해온 태일 정밀은 현지 공장의 경영이 안정화되면서 과감한 투자 확대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자기헤드뿐 아니라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각종 정보통신 제품을 생산, 수출 과 병행해 광활한 중국 내수시장을 파고든다는 것이 태일의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일은 지난해 현지 법인형태를 자본금 1천7백만달러인 합작 회사 로 전환한뒤 상호도 쌍태전자실업유한공사로 변경하고 대규모 공장단지 건설 에 착수했다.

중국제일의 전자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단지는 5만평의 부지위에 오는 96년까지 18개 공장동을 건립한다는 계획하에 공사가 추진중인데 올해 가동될 3개동은 이미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며 지난 23일엔 현지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상량식 행사를 가졌다.

태일은그동안 분산돼 있던 현지 공장을 올 하반기부터 이 단지내로 모두 흡수하고 연차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기존 생산품목인 헤드는 물론 저항기, PCB 등 부품에서부터 오디오, 팩시밀리, 유.무선 전화기 등 세트 제품 까지의일관 생산체제를 갖추어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이에따라이 회사의 현지공장 매출액은 올해 1억달러 수준에서 오는 98년 11 억달러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모두 순탄한 행진을 하고 있는 것만은아니다. 중국 진출 기업은 생산제품의 일정비율 이상을 수출해야 하고 기업운영에 필요한 외환을 자체조달해야 하는 외환수지균형 의무를 지는 등 제도적인 제약 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 간접 시설의 낙후도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한국적 기업 운영에 익숙한 많은 기업가들은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지못해 노무관리상의 적지 않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 진출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 하고 있다. 중국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방대한 잠재시장을 가지고 있는데다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는 등 한국기업에 다른 어느 지역보다 유리한 투자 여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철저한 사전조사에 따른 투자 전략없이 단순히 시류에 편승해 저임금 지역으로 떠나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발상으로는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게 현지에 진출해 있는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국은현재 위기와 기회를 한국에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나가느냐는 한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