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소유지분문제가 또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자공업진흥회는 체신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중 기 간통신사업자의 소유지분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통신기기업체들을주축으로한 전자공업진흥회의 이 건의서를 보면 유선 전화 와 무선전화사업의 지분구조를 달리한 것은 유무선복합화 등 통신 기술의 발전추세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유선전화사업의 경우 대주주에 대한 지분한도를 10%(통신설비업 체의 경우 3%) 로 제한한 조치 역시 책임경영체제의 구축이 불가능한 데다 오는 97년 이 분야를 대외개방할 때 외국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는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실이같은 통신설비 업체들에 대한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제한논란은 지난90년 무선전화 등 특정통신사업의 경쟁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당시 에도 거론 됐었다. 일반기업에 대해서는 소유지분한도를 3분의1까지 확대한 반면에 통신설비업체들에 대해서는 이를 10분의1로 제한한 조치는 부당 하다는 것이 관련통신설비업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이다.
이에대해 당시 체신부의 논리는 통신설비업체들에게 특정통신사업 등 통신 서비스사업의 대주주로 지분구조를 확대할 경우 특정업체로 하여금 통신서비스와 제조의 수직적인 결합으로 인해 이 분야의 독점역만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체신부의 주장대로 통신설비업체들에 대한 특정통신사업의 지분구조는 차별화됐으며 그뒤 한국이동통신과 제2이동 전화 의 경영권은 각각 선경과 포철로 넘어가게 되었다.
통신설비업체들의지분제한철폐를 둘러싼 논란이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과정 에서 또다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데에는 정부의 공기업민영화정책과 체신부 의 관련정책변화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체신부당국는올들어서 기회있을 때마다 어떠한 형태로든 현행 통신설비업체 들에 대한 기간통신사업참여지분구조를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해 왔던 것. 지난 90년 단행된 통신사업 구조조정 당시에 비해 통신산업의 구도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통신설비업체들에게 통신사업 경영권참여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세계적인추세로 볼 때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통신기술로 통신사업 의 영역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데다 통신사업의 대형화, 시장개방, 자유화 등 통신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설비 업체들에 대한 유선전화사업지분구조조정방안이 조심스럽게 검토됐었던 것이다.
물론 체신부의 이같은 정책구도는 자연스럽게 현행 통신설비 업체들에 대한 기간통신사업지분상향조정방안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이같은 방침은 올들어 한국통신에 이어 제2의 기간통신사업자로 부상 하고 있는 데이콤의 경영권을 놓고 럭키금성과 동양그룹간에 기업의 사활을 걸다시피한 치열한 지분확보경쟁이 벌어지면서 이를 계기로 반전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에다공기업민영화정책과 관련해 국내재벌그룹의 경제력집중에 따른 논란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통신사업구조조정 역시 이같은 기류에 휘말리게 됐다. 결국 전기통신사업법입법예고과정에서 대주주에 대한 지분한도를 종전대로유지시키는 방안으로 결정됐는데 체신부의 이같은 정책결정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기업이 럭키금성그룹. 이 회사는 체신부가 올 들어서 부터 통신설비업체들의 현행지분구조를 조정할 정책결정의 시기가 임박했다고 판단 데이콤의 최대주주로 경영권행사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미금성정보통신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럭금과 데이콤간에는 최근에는 러시아 나홋카시내전화사업에도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그간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따라서 데이콤의 민영화와 관련, 럭금은 이 회사의 지배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적의 기업임을 공공연히 자처해 왔었던 것이다.
이같은상황에서 럭금이 데이콤의 대주주로 부상하는데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가 바로 유선전화사업에 대한 현행 지분구조. 기존처럼 통신설비 제조업 체들에게 유선전화사업의 소유지분이 3%를 넘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럭금의데이콤경영권장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통신산업여건상 통신설비업체들에게 통신서비스사업의 경영권을 넘길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은 비단 통신서비스와 기기제조의 수직적인 결합 에 따른 폐해나 경제적 집중에 대한 우려뿐만은 아니다.
그간 금성 정보통신 등 국내 재벌4사들에 의해 주도된 통신장비시장이 앞으로 본격 개방될 경우 이들이 외국의 유명통신업체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에는 역부족인게 사실이다. 따라서 통신설비업체들에 대한 유선전화사업참여의 폭을 넓히기보다는 그간 한국통신의 통신기자재물량을 놓고 나눠 먹기식으로 일관해온 국내 통신설비업체들의 체질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여기에다유선전화사업의 소유지분한도를 철폐할 경우 국내 통신서비스 사업 권은 설비제조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4대재벌기업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다. 이럴 경우 현재 통신 서비스사업만 벌이고 있는 한국통신과 형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통신이 통신 제조업에 불가피하게 참여해야 하는 등 기존통신사업의 구도를 크게 바꾸어야 하는 또 차례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무튼이번 통신사업자의 지분제한철폐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전기통신사 업법개정과정에서 관계부처간에 이견이 팽팽히 맞설 공산이 큰 데다 국회 등 정치권의 기류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지않아 향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주목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