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자판기시장에 대한 중소업체들의 도전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라면. 핫도그.아이스크림.오징어.팝콘.감자튀김자판기를 비롯 심지어는 국밥.쌀.김치.떡볶이.계란자판기까지 나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중소 업체들의 식품 자판기시장에 대한 도전이 얼마나 치열했는 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전체자판기수요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음료자판기시장을 대기업제조사 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중소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판기 품목은 식품이나 티켓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국내시장에서 식품자판기로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지금까지 국내중 소업체들이 선보인 식품자판기의 대부분은 출시되자마자 부도 또는 특허권논란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 판매권이 여기 저기로 옮겨 다니다 결국 그 품목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업계의노력에 비해 식품자판기사업이 이렇게 까지 안풀리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중가장 큰것이 우리 식생활문화와 외국문화의 차이다. 음식을 먹을 때 격식과 품위를 존중 하는 국내 정서상 음식을 입에 물고 길거리를 오가는 행동 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자판기를 통한 음식구매가 기대이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음식자판기수요도 크게 저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일본과는 달리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자판기의 위생상태에 대해 곱지 않은시각을 지니고 있는 것도 음식자판기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최근 24시간편의점의 급속한 확산은 식품자판기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깨끗이 정돈된 편의점을 곁에 두고 굳이 자판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식품 자판기만큼은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식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가운데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한 중소업체들의 식품자판기출시는 그 성공여부가 현재로는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지금까지의 실패경험들을 바탕으로 치밀한 시장전략을 세워 나간다면국내시장에서의 식품자판기미래가 그리 암담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반가공상태의 음식을 요리하는 식품자판기의 경우 다른 종류의 자판기들에 비해 고난도제조기술을 요구한다. 특히 식품 보관 및 위생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기술상 하자가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지금까지의 식품자판기 제조사들은 대부분 기발한 아이디어에만 의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앞으로의 음식자판기는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일정수준 이상의제조기술력 확보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용한 제품출시의 전제조건이 돼야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식품자판기의 특성을 고려한 설치장소선택과 식품사와의 공동판매 모색도 시장성공의 관건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자판기의 설치 장소를 선택할 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식품자판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과거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보급된 로봇 모양의 핫도그자판기가 별 인기를 끌지 못한 것도 설치장소선택의 잘못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하철과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장소에서 태연스럽게 자판기핫도그를 먹을수 있을 정도의 비위를 지닌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식품자판기의 설치장소는 공원.커피숍.휴게소등 음식을 먹을 수 있는장소에 한해 판매식품의 특성에 따라 세심하게 선택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식품자판기의 보급활성화를 위해서는 자판기제조사가 단독으로 영업을 전개하기 보다는 식품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음료회사들이 캔자판기의 운영을 통해 상당한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식품회사들의 식품자판기 시장에 대한 참여 유도도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
이러한여러 조건들이 제대로 충족될 경우 "매번 시행착오만 거듭해 온 한국 자판기 시장에서 미운 오리새끼 정도로 취급받던 식품자판기가 하루 아침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