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우리말 정보처리" 와 핵일

국어정보학회는 조선 과학기술총연맹 중앙위원회와 중국 연변 과학기술 협회 와 공동으로 94 코리안 컴퓨터처리 국제 학술대회를 8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중국 연변에서 개최한 바 있다.

북한에서는이 학술대회에 26명의 정예 과학기술자들을 참가시켜 11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남한에서는 22명의 학자 및 과학기술자들이 참가해 14편 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중국 등 외국에 거주하는 30여명의 교포학자 및 외국 인들이 16편의 논문을 발표해 근래에 보기드문 국제 학술대회를 가지게 되었다. 본 학술대회의 의미를 살펴보면 우선 우리말의 컴퓨터처리에 관련된 여러 학계가 참여했다는 데에 의의를 둘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말 컴퓨터처리는 전자공학과나 전산학계가 주로 취급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 정보처이는 이들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우리는 국어정보학회를 창립 하게 되었으며, 본 국제 학술대회도 국어학.국문학.언어학.음성학자 등 인문계 학자와 전자공학.정보통신공학 및 전산학 관련학과 학자들이 함께 모여 우리말 컴퓨터처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토의하기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우리말 컴퓨터처리라는 문제는 컴퓨터 사용이 더욱더 일반화되어 감에 따라 앞으로는 자연계 기술자들의 도움을 얻어 인문계 학자들의 주도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분야라고 생각된다.

둘째로는 한국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이해 당사국인 남한.북한 그리고 중국 길임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학자들이 처음으로 다 함께 모여 우리말 컴퓨터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 회의를 준비할 때에는 한반도 를 둘러싼 정세가 자주 바뀌어 회의가 성사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고, 분단 50여년만에 처음인 대회라 서로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긴장도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동일한 말을 쓰는 동족으로서 공동의 문제를 토론했기 때문에 민족애가 넘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학술적.기술적 교류를 폭넓게 가질 수가 있었다. 이 장면은 감동스럽다 아니할 수가 없어서 많은 발 표자들은 감격에 어린 소감을 먼저 말하고 논문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특이한 것은 80여명이 모여 41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국제 학술대회이면서 도 통역도 없이 시종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학술대회를진행하는 동안에 우리들은 서로 공통된 부분이 대부분이고, 차이 가 있는 부분이 약간 있었음을 확인했다. 우리들은 똑같은 말을 쓰면서도 약간의 차이 때문에 컴퓨터에 의한 상호간의 정보교환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통일이 되기 이전이라도 빨리 해결해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될 때에 미리 대비해야겠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이 큰 의의가 있다고 할수 있다. 그래서 우리말 컴퓨터처리에 관련된 지역간의 사소한 차이를 조속히 극복하고 통일된 규범과 표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번과 같은 민간차원의 학술대회가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 시키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남.북한 및 중국 동포의 대표자들끼리 여러 차례 회의를 가지고 이러한 학술대회를 가급적이면 자주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는세종대왕의 탄신일인 내년 5월경에 다시 연변에서 학회를 개최 하면서 자모 배열, 자판 배열, 컴퓨터기술용어 순화안 등 비교적 다루기 쉬운 것들부터좀더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도이러한 학술대회를 원만히 진행시킬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나 기업체 및 관련 학회에서 지원해주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어 고맙지만 이제 첫 걸음이니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번학술 대회에 참가한 일본 학자로서 한국말을 잘 하는 도쿄 외국어 대학 오오에 다카오 교수의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분은 남한 사람들만의 토론 회에 참가해 우리들의 토론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랬 더니그 일본인 로교수는 우리들의 말이 너무 공격적이며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려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일을 더욱 잘하려면 기사나 토론에서 상대방을 포옹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쓸모없는 일을 가지고 비교하려 하거나 남을 격하시키는 태도나 말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귀중한 충고라고 생각 한다. 우리는 다행히도 그러한 외국인을 모셨기에 이만큼이라도 작은 성과를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건강하셔서 다음에도 우리 학술대회에 참가 해 좋은 논문도 발표해주시고, 우리들의 잘못과 편견을 시정해주시기를 바란다. 끝으로 우리말 컴퓨터처리는 국내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려는 한국어 정보 처리 연구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그 연구사업에 관련된 모든 연구원 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폭적인 지원을 희망하며, 한국어 정보처리는 통일준비 사업이라는 역사적 인식 아래 좀더 과감하게 그리고 좀더 폭넓게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