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SW개발사업재검토 배경

대한의학협회(이하 의협)가 이번에 "의원관리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한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이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의협이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료소프트웨어시장 에 기득권을 갖고 있는 비트.전능.브레인컨설팅등 관련업체들과 적지않은 신경전을 벌여왔는데 이것이 상당한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싫든좋든 이들 3사는 현재 전국 6천여 의원에 자사의 프로그램을 공급해 놓은 상태이고, 의협이 당초 계획대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전면 공개한다면 이들 업체는 설 공간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의협 역시 바라지 않는 결과이다. 의협의 목적은 더 좋은 프로그 램을 회원 의사에게 공급하자는 것이지 업체의 파산을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협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업체가 살아나갈 길을 열어 놓아야하는데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또프로 그램 개발후 당연히 뒤따라야 할 프로그램 버전업에 대한 구상 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것도 장애요인이라 할수 있다.

의협은이 사업을 순수 공익적인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 부터 공동개발업체에 어떤 이권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 놓았다. 때문에 이에 참여한 업체는 유지보수에 따른 어떠한 이권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의협은 각 지역별로 유지보수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선정한다든지 하는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만 한다. 그러나 업계 대부분은 실제로 유지보수만 을 담당하면서 회사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도산하거나 이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었다.

이와함께지난 5월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의협 집행부의 교체도 이 사업의 재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현재 이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있는 주체는 지금까지 이 프로 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의협 산하의 "의학정보연구위원회"가 아니라 새집행부다. 다시말해 사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새 집행부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려는 움직임보다 의료보험연합회와 한국통신이 추진 하고 있는 "메디-네트" 및 "진료비 청구 심사 지원 시스템"과의 사업 연계를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새 집행부의 움직임은 이 사업이 사실상 포기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이밖에의원관리용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도 의원관리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을 전면 재검토 하게한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비트컴퓨터.브레인컨설팅.전능컴퓨터등 관련 업체는 10년간의 정체를 벗고 최근 잇달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특히 비트컴퓨터는 기존 프로그램 (80만원대)보다 절반 이상(35만원) 저렴하면서도 성능에서 뒤지지 않은 프로 그램을 내놓아 일선 의사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의사 들의 업체에 대한 불만이 점점 작아짐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당시의 필요성 도 아울러 줄어든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결국의협이 이 사업을 추진했던 당시의 배경은 비트컴퓨터.브레인컨설팅.전 능컴퓨터 등 업체의 프로그램이 10년이 넘도록 버전업 되지 않고 유지보수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한 의사들의 증폭된 불만이었는데 지금은 이 문제가 상당히 개선되었기 때문에 사업추진에 대한 이유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의협의 의원관리 프로그램 자체 개발사업은 이제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의원관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와 의협의 한바탕 힘겨운 줄다리기가 일단 끝난 셈이다. 이 줄다리기의 과정을 거쳐 의사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얻게 됐고 업체는 나름의 반성을 통해 생존기반을 잃지 않아도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