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리벌브 증산 능사 아니다

한일 유리벌브 업체들의 증산경쟁이 한창이다. 세계 최대의 유리벌브 업체인 일본의 아사히 글라스와 NEG가 동남아현지공장을 통해 대대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고 우리의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도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 생산라인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보도다.

특히 이들 한일 4사의 증산물량은 연간 4천3백만개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이중 국내 2사가 전체의 38%인 1천6백만개를 차지, 97년 이후에는 수요확보 가 국내업계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유리벌브의 공급부족이 수요부족으로 반전되는 2~3년후면 업계의 속앓이가시작되는 것이다. 이같은 업계의 속앓이는 2천년까지의 유리벌브 수급상황을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96년이후 세계 유리벌브 생산량은 현재 세계 수 요량인 1억5천만개를 훨씬 웃도는 연간 1억8천만개로 수요가 1억9천만개로 늘어날 2000년까지는 공급과잉으로 가격폭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따라현재 공급부족사태를 빚고 있는 세계 CRT용 유리벌브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일간의 증산 경쟁은 97년부터는 치열한 판매전으로 전환될 전망이 다. 한일 업계의 유리벌브 증산이 자국의 TV.CRT산업을 떠받치기 위한 불가피한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CRT 브라운관 용 유리벌브공급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CRT수요가 아무리 폭발한다해도 유리벌브업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4천 만개를 초과하는 증산규모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업계가단일산업으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있는 CRT산업의 국제화 를 위해 주요 지역별로 현지공장설립을 본격화하고 있어 95년이후에는 10여 개로 현지공장의 유리벌브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한일 업계의 증산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기본적으로유리벌브 증산에는 장치산업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가 들어간다. 유리벌브 업계가 그동안 CRT업계의 증산요구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도 증산이후에 상황이 반전돼 수요부족으로 라인을 놀리게 되면 엄청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같은 견지에서 한일 증산경쟁의 초점은 어느 업체가 먼저 부족분 수요를 선점하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선발주자는 만성적인 수급사태를 해소 하면서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겠지만 후발주자는 공급과잉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떠안게 돼 있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공장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 유리벌브 특성상 수출이 용이치 않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동안 계획생산의 틀안에서 안주해온 유리업계가 이제 주도적인 증산으로 독자적인 수요를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확보한 CRT선두자 리를 유리벌브 생산차질로 다른 나라에 내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나타날 유리벌브생산과잉을 그대로 떠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CRT산업은앞으로 2~3년간은 계속 고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돼 유리벌 브증산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내일을 예비하지 않은 증산은 자칫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TV.모니터업계, CRT업계,유리벌브 업계간의 공조체제가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리벌브업계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CRT산업에 공급부족으로 제동을 걸어서도 안되지만 유리벌브업계에만 증산에 따른 피해를 전가시켜서도 안된다. 유리벌브업계의 절대적인 협조없이는 국내CRT산업도 세계 최고.최대를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이들 3자가 머리를 맞대고 향후 2000년까지 종합 수급상황을 입체적 으로 예측할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동적인 중.단기 수요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우리의 경쟁상대인 일본보다 한발앞서 현재의 공급부족을 메우고 정확한 수요예측과 적극적인 수요발굴로 우리의 시장을 넓혀 나간다면 현재의 설비증설이 무리로 비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만의 하나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설치한 생산라인을 수요부족으로 놀릴 경우 투자비를 어떻게 감당할수 있느냐 이다. 이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적수요환경을 만들어 나가는게 업계에 부과된 과제다. 이를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

증산은유리벌브업계의 대세나 다름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적극적인 수요 발굴정책이 뛰따라야 한다. 과감한 변신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