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장비업체들이 PCB제조업체에 앞서 신시장 개척과 함께 대외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그동안일반 부품업체들이 가전제품등의 세트업체와 동반진출하던 것과는 달리 PCB장비 생산업체들이 단독으로 중국을 중심으로한 동남아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어 이들 업체의 해외진출은 올해말과 내년초를 기점으로 봇물 을 이룰 전망이다.
이같은현상은 그동안 영세규모에서 탈피하지 못하던 국내 PCB제조 장비업체 들이 일반 범용장비부문에서는 생산기술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을 뿐아니라일본등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고기능 첨단장비 개발기술을 들여오면서 해외생산과 수출시장 개척에 자신감을 갖게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PCB장비업체들이 중국을 가장 선호하는 것은 장비산업이 타산업과는 달리 초기 시설 자금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되는데다 생산인력 의존도가 높고현지생산 차질에 따른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국내 장비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인력난과 고임 금의 부담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고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할 중국 신규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호기로 판단, 현지공장 설립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국내 PCB시장은 성숙기에 돌입, 장비 공급시장규모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은 국제적으로 가장 활발히 성장 ,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현지생산할 경우 일반특혜관세(GSP)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동남아시장 개척이 용이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밖에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싱가포르등 동남아국가의 장비업체들이 한국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장에서 저가공세를 적극 펼치면서 범용장비 시장을 잠식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해외생산 방안이 적극 모색 되고 있다.
PCB장비전문생산업체인 미농상사는 올해초 국내 처음으로 중국 북경에 합작 형태의 현지공장을 설립해 고기능 신제품은 국내에서, 저가 보급품은 해외현지에서 각각 생산하는 이원화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회사는 이같은 해외진 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 PCB장비업체로는 국제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로 손꼽히고 있다.
미농상사가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가격과 품질력을 갖추면서 일본을 비롯 중국.대만.싱가포르 등지로 시장을 넓혀가자 해외현지공장 설립을 엄두도 못내던 국내 PCB장비업체들이 생산기지 이전과 수출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일엔지니어링도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로 생산품목이 대폭 늘어나자 중국 천진에 현지공장 설립을 적극 추진, 저가보급품을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고 고기능 신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이원화 생산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상당수의 국산 PCB장비업체들이 국제 가격경쟁력 향상과 함께 국내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난을 해소하고 신규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 하기 위해 해외현지공장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전문가들은 영세규모의 국내 PCB장비업체들이 경쟁이 치열한 국제 시장에서 선두업체들과 어깨를 겨루기 위해서는 우선 우물안 개구리식의 내수 시장 탈피와 함께 국제화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변신과 적응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PCB장비업체들이 중국 현지공장설립 러시를 이루자 그동안 생산기지 이전을 신중히 고려해오던 PCB제조업체들도 외국 바이어들의 가격 인하 요구와 함께 인력난.고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코리아써키트가 중국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해외진출을 미뤄 오던 대덕 전자를 비롯한 중견업체들이 현지공장 설립을 다소 앞당길 것으로 예상 되고있다. 이와 함께 PCB원판업체인 두산전자가 PCB제조업체와의 공동진출을 모색 하고있으며 PCB화공약품 전문업체인 케미택콘설팅 등과 외주가공업체들이 협력해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그동안 타 업종에 비해 해외현지공장 설립에 인색했던 국내 PCB 관련업체들이 PCB장비업계를 선두로 PCB제조업, 화공약품, 외주가공업계 등이 봇물 터지듯 일시에 생산기지를 이전할 경우 국내에 산업공동화 현상이 일어날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