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키우자 시리즈-자금 -정책자금

중소기업의 자금난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실제 중소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마련된 각종 정책자금은 모두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종류가 많고 지원분야도 다양하다. 정책자금은 정부가 생산성향상.기술개발촉진.에너지절약 등 특정 정책목적을 달성 하기 위해 자금을 조성, 금융기관 등을 통해 지원해주는 자금으로 보통 일반 금융자금에 비해 대출금리가 낮고 대출기간이 길다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정책자금의 이자율은 정보통신진흥기금이 6%로 가장 낮으며 나머지 대부분도 6.5~7.5% 정도를 유지, 일반 실세금리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상환 기간도 5년이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현재정부가 지원하는 주요 정책자금의 성격을 분류하면 크게 융자와 출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상공부의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자금. 공업발전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정보화사업지원, 과기처특정연구개발사업자금 체신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과 공공DB개발자금, 각 지방자치 단체의 중소기업구조조정자금.기술신용보증기금, 각 금융기관의 독자 지원자금 등이 있다.

분야별로보면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개발지원부문이 가장 많고 지 원액도 크며 중소기업 창업을 촉진하는 창업지원자금, 설비투자지원자금, 경 영안정지원자금 등이 일반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다 해외투자나 수출을 지원해주는 자금이나 지방중소기업지원금융, 정보화사업의 촉진자금 등 특수한 지원자금도 적지 않다.

정부지원이집중돼 있는 기술개발지원자금의 경우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 특 정연구개발사업에 의한 연구비지원과 공업발전기금중 기술개발자금, 중소기 업구조조정자금,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자금, 과학기술진흥기금, 정보통신진흥 기금 및 주요은행의 기술개발자금 등을 들 수 있다.

설비투자지원금융으로는중소기업기반조성자금, 공업발전기금 중 합리화사업 자금, 중기구조조정자금 중 자동화 및 시설근대화자금, 정보화자금, 사업 전환지원자금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구조조정자금중 정보화 협동화자금, 중소기 업은행 등 금융기관의 시설자금이 있으며 이밖에 환경오염방지기금, 직업 훈련시설자금 산업재해예방시설자금, 유통근대화재정자금 등 특수목적으로 설정된 자금도 있다.

또한중소기업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창업투자회사의 지원외에도 중기구 조조 정자금이나 각 은행의 창업지원자금을 이용할 수 있고, 특정 산업지원 차원 에서 설치된 중진공의 농어촌공업지원자금 등 지방중소기업이 특별히 활용할 수 있는 자금, 정보통신산업 진흥을 위한 정보통신진흥기금이나 중소 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정보화지원사업 등도 중소기업이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자금들이다. 이같은 직접 자금 지원은 아니라도 담보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신용을 보증함으로써 중소기업에 자금융통의 길을 터주는 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수출 보험공사 등의 각종 신용보증제도도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제도의 하나이다이렇게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지원제도가 많은데도 정책자금에 대한 업체들 의 불평이 많은 것은 무엇때문인가.

그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각종 정책자금의 지원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정책자금인 공업기반기술개발자금이나 공업발전기금 등 기술개발지원자금의 경우 정부가 기술개발과제 공고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과제신청 접수-과제평가- 과제 선정의 과정을 거쳐 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완성된다. 기업들의 불만은 바로 정책자금 지원의 첫단계인 과제평가 부문에서 부터 시작된다. 우선 과제평가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통상과제공고에서 부터 심의.평가 등의 과제선정과정을 거쳐 실제 정책지원 자금이 기업의 통장에 들어오는 기간은 6개월에서 8개월. 이에 앞서 실시하는 기술수요조사 단계까지 합하면 거의 9개월에서 1년이라는 기간을 기다려야 실제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기간은 중소기업의 기술정보가 공개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건좋은 자금을 좀 얻어 쓰려다 자칫 대기업에다 사업침투 기회를 제공하게 될수도 있는 심적인 부담까지 겪게 된다.

대부분의중소기업들이 통상 정책자금을 신청할 때 이미 3분의 1정도 개발이 진행된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이런 경우를 미리 방지하자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개발비산정도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타당성있는개발비 산정기준이 없어 기업이 신청한 개발비가 무리하게 깎여나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따라서기업들이 미리 깎여나갈 것까지 감안해 개발비를 부풀려 계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부예산 배정을 위해 과거 각 부처와 경제기획원이 해왔던 줄다리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평가방식에있어 단독개발보다 공동개발에 우선권을 주는 것에 대한 이의 제기도 적지 않다.

공동개발이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대형 국책개발사업이 아닌 소형 개발 과제에 있어서는 번거롭기만 하고 오히려 책임소재의 불분명으로 인해 개발 효율이 단독개발보다 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천신만고끝에 신청한 개발과제가 정책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고 나면 기업들 은 은행과 또 한차례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바로 은행의 담보요구이다.

담보없이대출을 하지않는 것이 국내 은행의 철칙이라 할 때 담보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이 장벽을 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이같은 현상은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이나 신생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기술을 담보로 중소기업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술신용 보증기금에서조차 담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이 담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렵게 정책 개발과제로 선정 되고도 자금지원에서 누락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지원자금의이용에 대한 정부의 사후관리도 기업에겐 매우 귀찮은 일이다. 공업발전 기금의 경우를 보면 통상 6개월에 한번씩 중간보고서를 쓰고 1년단 위로 연차 보고서를 쓰게 되는데, 실제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므로 최종 개발 완료 보고서를 제외한 중간보고서는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데는 기업의 잘못도 매우 크다. 기술개발 자금 을 실제 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같은 감독이 불가피하게 되는 일면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들로 인해 싼 이자를 내세운 이 정책자금에 대한 중소 기업들의 관심도 최근들어 점차 약해져 가는 것같다.

정책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준비 기간이 이처럼 긴데다 개발계획서 작성에서 심의.평가.은행대출 등의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는 이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 의 고정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을 이처럼 소모적인 일에 투입하는 것보다 금리가 높아도 속 편하게 돈을 쓸 수있는 은행의 직접대출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주로 기술개발지원 출연금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자금지원이 시제품개발까지로 한정돼 있어 실제 중요한 상품화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점도 지적 할 수 있다.

이때문에 어렵게 개발된 기술이 상품화되지 못하고 아깝게 사장됨으로써 단순히 개발측면의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데 만족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 하게 된다.

정책자금의이용과 관련해서 기업들의 주장이 무조건 옳은 것만은 아니며,기 업 나름대로 반성해야 할 점도 적지않다.

기업들의가장 큰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원자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다른 개발사업이나 기업운영자금으로 전용하는 행태이다. 최근 과기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동안 과기처가 소프트 웨어 관련 8개 조합에 지원한 44개과제(계속과제 제외)중 상품화에 성공한 과제는 단 2건에 불과, 성공률이 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바로 개발자금을 실제 기술개발에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현상은 각종 정부지원자금에서 공히 공공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일부에서는 정책자금이 형식적인 보고서만 내면되는 "눈먼 돈" 정도로 인식 하고있기도 하다.

특히기업의 이런 자금전용은 결국 정부의 기업에 대한 불신을 가중 시켜 결과적으로 자금운용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더욱 까다로 워지는 악순환이 거듭 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자금의과제관리가 각 부처별로 별도로 이루어지는 허점을 이용해 한 기업이 똑같은 과제를 제목만 바꾸거나 범위를 좁히는 등의 편법을 사용, 여러 자금을 동시에 끌어씀으로써 결과적으로 다른 기업에 돌아갈 혜택을 뺏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비록 현재 정책자금의 운용상 문제가 있다고는 하나 이 제도가 중소 기업에 유용하며 그 지원의 폭이 더욱 넓어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따라서이같은 정책자금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의 폭을 시제품개발을 넘어서 상용화에 대해서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지원방식도 단순 자금지원을 넘어 기술.전문인력 지원을 병행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어차피 지원자금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바에야 지원전략도 많은 분야에 걸쳐 개발품목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 보다는 전략개발 품목을 선정,집 중지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정부부처별로 흩어져 개별관리됨으로써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있는 각종 정책자금을 통합관리, 기업이 어느 자금을 이용하든지 한곳에 신청하기만 하면 원 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 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를위해서는 정책성 연구자금을 종합관리하는 관리공단등 별도기구를 설립 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 봄직하다는 것이 상당수 업계관계자들의 바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