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일가전수출 총체적 전략필요

가전제품의 대일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상반기중에만 전년대비 50 %가까이 늘어났으며 하반기들어서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쟁상대국이면서도 그토록 뚫기 어려운 시장으로 인식되던 일본에 국산 가전제품이 많이 수출되고 있고 그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상당히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국산가전제품은현재 상당한 물량이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고 그 물량도 갈수 록 늘어나 현재 생산규모면에서 세계 2위에 이르고 있으나 가까운 이웃나라 인 일본에는 이상하게 시장을 파고들지 못하고 정체현상을 보여왔다.

그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일본시장의 보수적인 특성과 완벽에 가까운품질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구매성향, 그리고 외국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독특한 유통구조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이는 우리 나라만이 겪는 일이 아닌 공통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의 대일진출전략이 무원칙적으로 이뤄진데다 기술 수준 이 뒤떨어져 일본시장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 싶다.

국산가전제품이일본시장에 고유브랜드로 본격수출된 시점은 88년 전후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통산성이 엔고로 인해 무역흑자가 커지자 수입유도정책을 전개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주자로 NICS의 제품이 대거 일본시장에 유입됐다 당시 국내가전업계는 일본시장을 상대로 거의 OEM수출에 의존해왔고 고유 브 랜드수출은 생소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해왔던 것처럼 낮은 가격을 앞세워 대량으로 제품을 시중에 깔아놓았다.

이같은전략이 판매초기에는 맞아떨어져 많은 양의 국산가전제품이 팔려나갔다. 그러나 자국산제품의 완벽한 품질에 익숙해져 있는 일본소비자들은 잦은품질불량과 고장으로 클레임을 요구해왔고 이같은 사건은 금방 일본 전역에 퍼져버렸다. 그 결과 국산가전제품의 신뢰도가 추락해 판로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같은 여파는 일본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숙히 박혀 국산가전제품의 일본 시장진출을 계속해서 가로막아왔던 것이다.

이는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상관행.소비자특성 등 일본시장의 유통 구조 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상품에 맞는 판매전략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 했다고 보는 관점이 유력하다.

따라서국내 가전업체들이 앞으로 일본시장을 개척하는데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은 과거보다 상품력과 기술력이 진전됐고 일본의 유통시장구조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는 만큼 종합적인 마케팅전략의 전개와 더불어 토착화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국산가전제품은 일본시장에서 저가제품은 중국등 후발개도국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뒤떨어지고 고가제품은 브랜드이미지가 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우리고유의 제품이나 독특한 제품으로 일본소비자들을 파고드는 제품 차별화전략과 독자적인 유통체제 구축 및 정비등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우리상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나아가중장기적으로 일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에서 개발까지 일본 기술자를 활용하는 토착화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이제는 생각 해봐야 할때다. 이와 함께 현재 국산가전제품의 대일수출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대부분이일본업체들이 엔고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로부터 받는 OEM제품이다.

이는일본시장에서 국산제품에 대한 브랜드이미지가 약해 현단계의 우리로서는 대일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이로 인해 수출은 늘어도 채산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엔고에 따른 일본업체들의 약점을 이용해 국내가전업체들이 일본업체 를 상대로 OEM공급가격을 인상시키려 하고 있어 대일수출채산성이 종전에 비해 약간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상황이 반전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릴 것이 뻔하다.

따라서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대일수출을 확대 하려면 자체의 브랜드이미지를 키워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올들어가전제품의 대일수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들어 일본이 엔고와 막대한 무역수지흑자로 수입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등 그 배경도 일본수 출이 급격히 증가했던 88년 때와 유사하다.

"일본시장을 공략하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세계 가전시장에서 널리 통하는 이야기다. 과거의 실패를 경험삼아 똑같은 잘못을답습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