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업체간의 갈등.

국내 엘리베이터 대기업과 중소업체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엘리베이터의경우 제조에서 설치및 보수에 이르는 복잡한 제품 공급 체계가 원할히 운용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유기적인 협조관계가 그어느 산업보다 절실한 부문임에도 불구, 양측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불신의 골이 깊어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금성산전을 비롯해 동양에레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금성기전등 소위 엘리베이터 4사로 불리는 대기업 제조사들이 내수 시장의 90%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따라서국내 60여개 중소 제조업체들에 떨어지는 몫은 고작해야 나머지 10% 수준이다.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으로 수요가 편중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최근 들어 주택 2백만호 건설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국내 승강기 수요가 급격히 감소, 이같은 승강기 내수 구도마저 흔들리고 있다.

수요부족으로 대기업들이 일정 물량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중급이상 물량 위주의 영업에서 중소업체들의 소규모 물량까지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비록양측의 수요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같은 경쟁이 대기업과 중소업체들의 갈등 요인으로 볼 수 없다.

갈등은현재의 엘리베이터 입찰및 수주 현실이 대기업과 중소 기업간의 공정 한 수주경쟁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건설 업계가 지닌 고질적인 병폐중의 하나인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 는 먹이사슬의 악순환 구조가 엘리베이터 부문에까지 그대로 전이, 1차 수주 권의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한 대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문제다. 대기업 엘리베이터 제조사들이 사전 영업회의등을 통해 "이번 건은 누구, 다음은 누구"식의 나눠먹기식 수주가 관례화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 는 공공연한 사실.

대기업이차지한 떡의 고물만이 일부 중소업체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인 문제에 중소업체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의제조 부문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설치 및 보수부문은 불신의 골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엘리 베이터 4사들은 지금까지 본사시공의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수주 물량의 50~70%를 중소 하도급업체로 돌려 시공해왔다.

국내승강기 설치업자수가 6백여개가 넘게 납립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1~2년 사이 아파트 건설붐을 타고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난 이들 영세 설치업체의 경우 상당수가 무면허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의 무면허 설치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돼 이들 업체에 하청을 준 대기업 승강기 제조업체의 대표들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후대기업 제조업체들은 "무면허 시공"이라는 허물을 벗기위해 유대를 맺고 있는 중소무면허 업체들을 통합, 법인등록을 유도하는 등 하도급업체들의 양성화 작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3~4개의 소규모 업체들이 한 명의 사장을 내세워 억지로 합쳐진데 따른 불만과 함께 시공실적을 나눠갖는 문제등으로 인해 이러한 통합작업은 실효를 못거두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무면허 설치업체 난립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돼온 건설업법내 면허취득 에 따른 과다한 자본금요구조항이 대기업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한 관련단체 의 대정부 건의로 어느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변동사항 없는 개정안이 마련됨에 따라 무면허 설치업자들의 양성화 는사실상 물건너 가버렸다.

면허획득이 불가능하고 무면허에 따라 수주조차 할수 없다는 것이 중소 설치업체들의 불만이다.

특히엘리베이터 부품에 대한 대기업들의 실질적인 공급차단은 양측의 갈등 을 증폭시키고 있는 부분이다. 중소업체들의 저가공세를 방지, 시장질서를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행해지고 있는 이러한 부품 공급차단은 실질적인 엘리베이터 관리 및 보수를 위해서는 원활한 부품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업계간의 갈등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한 엘리베이터 업체간의 갈등은 곧바로 엘리 베 이터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안전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사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대기업과 중소업체 상호간의 역할분담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함께 국내 엘리베이터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회제도적 요인들에 대한 업계간의 공동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