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스터업계 공생방안 절실

서미스터업계에 최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엔고의 여파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늘고 내수시장에 서 국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라면 소자공급을 둘러싼 알력은 업계안팎의 우려를 자아내는 사안이 되고 있다.

그런데 소자공급을 둘러싼 알력은 자칫 외부환경 변화로 초래된 수출증가 라는 즐거움마저 앗아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소자공급을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일부업체가 힘겨루기에나설경우 "죽기살기"의 수주 경쟁이 벌어져 모두에게 상당한 "출혈"이 예상 되기 때문.

업계의 자율질서회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호기를 내부갈등으로 날려보낼 수 없다는 데는 대부분의 업체가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갈등이 해결될 조짐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의 깊이가 소자를 공급하느냐 마느냐는 사안보다 깊은 곳에 닿아 있기때문이다. 이번 갈등의 한쪽당사자이면서 소자생산에서 서미스터조립생산까지 하고 있는 T업체의 관계자는 "소자를 공급할 경우 조립품 시장에서 우리가 소자를공급해 준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소자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큰 조립품 시장에서의 경쟁우위의 확보를 위해서 소자공급을 원하는 업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상대편당사자인 D업체의 생각은 다르다.

일본에서소자를 공급받아온 이 회사는 "소자가격의 상승을 막기 위한 방편 으로 국산소자를 공급받길 희망했던 것"이라며 "수입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 을 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사실상 소자공급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 하고 있다.

결국 조립품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소자공급단계에서부터 확보하기 위한 신경 전이 급기야 업계에 불신과 갈등의 폭을 키우면서 G업체가 소자생산에 뛰어드는 촉매제로 작용한 셈이다.

새로운 소자업체의 등장은 그리고 가뜩이나 설비과잉상태에 있어 유휴설비가 많은 국내소자생산업계의 채산성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G업체의 경우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소자생산에 따른 투자비를 감안할 때 상당기간 고전이 예상된다.

결국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을 잘못받아들이는 바람에 모두에게적지 않은 상처를 남기는 꼴이 된 것이다.

업계일각에선 이와 관련, 이번 일을 교훈삼아 업체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 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 시장의 50%를 외국업체에 내주고 있는 실정인데 국내업 체끼리 치고받는데 혈안이 된다면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란게 이들의 생각이다.

때문에 업체상호간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모임의 활성화가 이들이 우선적 으로 필요하다고 내세우는 사안의 하나다.

이런 모임을 통해 일부업체유휴설비의 상호이용방안을 포함해 공정경쟁의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자율적대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올초 소자생산업체인 게코전자와 태평양시스템이 유휴설비의 공동 활용을 합의하고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을 좋은 본보기로 제시하고 있다.

당시 양사는 상대업체의 유휴설비활용과 기술교류를 위해 협력체제를 구축함 으로써 태평양은 투자비를 줄일 수 있었고 게코 또한 놀리는 설비를 없애고기술도 축적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의 사태를 우려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전례와 최근의 갈등을 놓고볼 때 업계가 가야할 방향이 어딘지는 분명하다며 당사자들의 각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어느한 쪽의 입장만 생각하는 논리는 결국 모두가 망하는 길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공멸의 길이든 공생의 길이든 선택은 업계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