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라는 독보적인 프로그램에 힘입어 도스 환경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던 국내 PC통신분야에도 마침내 윈도즈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윈도즈용 PC통신 프로그램(통신 에뮬레이터)이 하나둘씩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로 대표돼온 국내 PC통신 환경에 급변 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이 버티고 있던 워드프로세서분야와 함께 국산 프로그램의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저물어가는 "도스"의 관록을 지켜온 PC통신용 소프트웨어분야마저윈도즈에 투항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국내 소프트웨어 환경은 조만간 완전히 윈도즈에 접수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통신 에뮬레이터의 윈도즈 바람을 선도한 것은 아무래도 컴퓨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제작된 프로그램들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올해초 하이텔.천리안 등에 업로드되면서 윈도즈 사용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큐모뎀 포 윈도즈"가 사실상 윈도즈용 통신프로그램 시대의 서막을 알린 신호탄 역할을 했다.
이후 "유니콤"."크로스토크" "프로콤 플러스"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윈도즈용 통신 에뮬레이터들이 소개되면서 외국 BBS 접속이 잦은 고급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저변을 확대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 프로그램이 윈도즈시대의 첨병 역할을 했다면 백병전의 주역을 자임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몫이다.
지난해 하이텔.천리안.포스서브 등 1세대 PC통신서비스에 세대교체를 외치며 "X세대 통신서비스"를 표방한 나우콤의 나우누리 서비스가 윈도즈 환경을 지향하면서 내면적으로 윈도즈용 통신 에뮬레이터 개발 경쟁에 불을 댕겼다.
최근 상용화로 전환한 나우누리가 "나우로"라는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형태의 윈도즈용 에뮬레이터를 공개하자마자 천리안이 "DAWIN", 포스서 브가 "나비"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신망에 올려놓은 것이다.
물론 그동안 국내에서 윈도즈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때 "비전텔 포 윈도즈"라는 윈도즈용 프로그램이 발표된 적이 있고 또 "길"이라는 에뮬레이터가 PC사용자들의 관심을 끈 적이있다. 하지만 상용화를 전제로 했던 이 프로그램들은 "이야기"라는 탁월한 공짜 프로그램에 맛을 들인 PC사용자들의 철저한 외면속에 빛을 보지 못했다.
윈도즈용통신프로그램이 국내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것은 한글 윈도즈에포함된 통신 에뮬레이터인 "터미널"이 우리나라 통신인들이 주로 사용하는ZMODEM 프로토콜을 지원하지 않아 우리 환경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또다른 분석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윈도즈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윈도즈는 국내 PC통신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PC 사용자들이 윈도즈용 통신프로그램의 편리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윈도즈의 멀티태스킹(다중작업) 기능을 이용하면 통신망을 통해 파일을 다운 로드 받을 때 멀거니 바보상자 바라보듯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는 비효율을없앨 수 있다는 것이 최대 매력이다. 예를 들어 통신프로그램으로 다운로드 를 받으면서 워드프로세서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도스의 텍스트 모드나 그래픽모드를 배경으로 제작된 프로그램보다 훨씬 섬세하고 세련된 화면을 제공, 고급스런 컴퓨터 환경을 가질 수 있다.
한글 윈도즈를 사용할 경우, 아무런 수정없이 외국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바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외국산 프로그램을 수정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기보다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백그라운드 송수신, 그림파일 수신시 그림을 직접 보여주는 기능, 팩시밀리 송수신기능등 고급기능에 길들여진 사용자들의 기호가 자칫 국산 프로그램을 외면하는 결과로 직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어차피 PC환경은 도스에서 윈도즈로 넘어가고 있다. PC통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