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영상산업 21세기를 노린다(3)-삼성.대우...분석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이 영상산업분야에서 가장 치열하게 접전을 펼치고 있는부문은 시장규모가 연간 3천억원에 달하는 프로테이프시장. 양대그룹 입장에 서 보면 프로테이프시장은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하다. 하지만 VCR사업의 활성화 요인일뿐아니라 영상사업 추진에 있어 절대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교두보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양대그룹의 프로테이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도 치열하다.

지난 여름 삼성과 대우는 임권택감독의 화제작 "태백산맥"의 비디오판권을 둘러싸고 한판 힘겨루기를 벌였다. 삼성물산과 대우전자가 대리전을 펼친 이 싸움에서 삼성은 우리영화의 비디오판권료로는 최대규모인 14억원을, 대우전자는 10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결국 "태백산맥"의 비디오판권은 삼성물산이 차지했다. 이를두고 재계에서는 삼성이 오랜만에 승전보를 올린 것으로 평가 하기도 했으나 비디오업계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었다고 평했다.

제작사로서는 전혀 마진을 기대할 수 없는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한판승부에 불과한 이 사례는 양대그룹의 프로테이프사업 색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한 대목이다. 삼성이 이미지를 보다 우선하고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 대우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보다 충실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성그룹이 프로테이프사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전위부대는 삼성물산과 스타맥스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스타비전등이 막후에서 보급창고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협력업체들도 적지않게 포진돼 있다. 당초 삼성물산은 케이블 TV 사업참여를 위해 준비하다가 프로테이프사업을 벌이게 된 케이스. 따라서 조직과 인력면에서 짜임새 있다는 평을 듣고있다.

스타맥스는 지난 84년 삼성전자에 VCR데모용 비디오를 제작, 공급하기 위해 설립됐으나 90년부터 독자적으로 프로테이프사업에 나서 지금은 삼성그룹의 주력판매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스타비전은 프로테이프사업을 직접 추진하기 보다는 외각에서 "소싱"을 맡고있는 편이다. 삼성 계열사들이 수평 적 경쟁관계에 있는 점이 영화부문과 비슷하다.

이에반해 대우그룹은 대우전자를 주력부대로 펼치고 있다. 여기에 우일영상.동우영상등 제작, 판매회사를 포진시키고 있으나 수직적인 체계를 갖추고있는게 특징. 우일영상은 프로테이프 판매사로는 가장 먼저 직판을 추진, 국내 프로테이프판매사중 강력한 판매조직을 갖춘 회사란 평을 듣고있고 동우 영상은 국내 최대의 프로테이프 복제회사다. 대우는 최근 음반유통사인 세음 미디어를 비디오시장에 추가로 투입, 마켓세어(시장점유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양대그룹간 프로테이프부문의 외형적인 마켓세어도 엎치락덮치락하는 형국.

대우의우일영상이 매년 판매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삼성물산과 스타맥 스는 이를 뒤쫓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룹으로 분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상반기 대우 계열의 우일영상이 올린 총 매출실적은 2백99억원. 삼성 계열의 스타맥스와 삼성물산이 올린 총 매출실적은 3백31억원으로 나타나 한 치의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대우가 세음미디어를 추가로 투입하려는 의도도 이러한 시장장악력 약화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그룹이 대우그룹에 비해 나름대로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총액개념의 매출규모. 더구나 자신들은 외국 메이저영화사들을 등에 업고있는대우보다는 실질적으로 나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대우는 메이저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것 자체가 삼성에 비해 실질적 우위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저사들은 판매력과 마케팅이 뒤떨어지면 결코 손을 잡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주장은 설득력을 지닌다. 실제 삼성도 월트디즈니와 제휴를 맺게된 것이 자신들의 판매력및 마케팅 우수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 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특히 작품성있는 화제작 부문에서 홍콩영화를 위주로 한 삼성보다는 많이 양산하고 있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양대그룹의 자존심 대결은 외국에 나가서마저 나타나 굵직한 국제영화제때마다 시비를 일으키기도하고 있어 업계는 이제 국익을 생각해야할때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기업 인지도 제고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프로테이프사업 부문을 둘러싼 양대그룹의 자존심 대결은 내년께 본격화될 것이란게 관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미국 케롤코 영화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영화배급 에까지 나선 삼성에 좋은 비디오가 몰려들것은 뻔하고 대우는 우일영상과 세 음미디어를 앞세운 판매 강화책이 적지않게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망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삼성이 어느만큼 유통조직을 강화하고 나서느냐와 마케팅에 있어 상대적인 뒷힘 부족을 느끼고 있는 대우가 어떻게이를 개선하고 나오느냐가 양대그룹의 프로테이프시장 점유율 경쟁의 최대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 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