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CPU 밀수비상 (상)

지난 8월 세관당국의 1백억대가 넘는 CPU 밀수조직 검거 이후 뜸했던 CPU밀 반입이 성수기를 앞두고 또다시 크게 늘고 있다. 정부당국의 강력한 단속에 도 불구하고 국내컴퓨터 시장확대에 편승, 오히려 그 규모와 수법이 날로 대형화.조직화해가는 CPU밀수의 원인, 실태, 문제점등을 3회에 걸쳐 긴급 점검 해 본다. (편집자 주) 모든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마련이다.

밀수시장도예외는 아니다.

CPU 밀수가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들 밀수물량을 소화할 수요처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밀수 CPU의 최대수요처로 지목되고 있는 용산 컴퓨터상가에는 약 80%이상의 상인들이 실제로 PC조립시 밀반입 CPU를 채용한 경험이 있거나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밀수 CPU에 대한 이들의 일차적인 채용이유는 가격이 정품에 비해 싸다는 점이다. 가격경쟁력이 생명인 상가속성을 감안할 때 영세 조립업체가 대부분인 이들이 정품에 비해 20% 정도 싼 밀반입 CPU를 마다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CPU가 PC부품원가의 30%이상을 차지하는 고가의 핵심부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더욱 그렇다.

밀수 CPU를 사용할 경우 우선 8%의 관세는 말할 것도 없고 밀수 CPU의 거래관행이 무자료 현금거래인 만큼 10%의 부가세도 당연히 면제된다.

예컨대 원가가 20만원짜리인 CPU의 경우 정식 통관시 관세 8%(1만6천원)와 21만6천원에 대한 10%의 부가세를 포함한 23만7천6백원의 기본가격이 책정 된다. 따라서 정식통관된 물량은 수입유통업자들에 의해 적정마진이 얹어질 경우실제로는 밀수CPU제품과 20%이상의 구조적인 가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가격이점과 함께 영세 조립상들이 밀수CPU를 선호하는 "진정한" 이유 는 무자료 거래로 인해 세원노출이 안된다는 점이다.

CPU는 PC에 무조건 1개씩 채용되는 핵심부품이다. 따라서 CPU의 거래현황이 바로 PC조립판매대수의 산출 근거가 돼 종합소득세등 각종 세금징수의 자료 로 활용될 수 있다.

많은 상인들이 시장개방추세에 따라 관세가 철폐된다 해도 용산상가에서 밀수제품이 상존할 것으로 점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같은 안정적인 수요처가 상존한다는 점 외에 CPU밀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CPU밀수가 금괴, 마약 등의 밀수 단골품목에 비해 "부가가치"가 결코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운반이 용이해 발각될 염려가 적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CPU 밀반입시 밀수전문상들이 취하는 평균마진은 개당 2만~3만원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수준이면 여타 품목에 비해 수익성이 꽤 짭짤한편이라는 게 이 계통 전문가들의 말이다.

또 설사 세관에 걸렸다해도 죄질이 금괴나 마약보다는 가벼워 쉽게 풀려날수있다는 점도 비전문 핸드캐리어상들까지 CPU를 "물 좋은 시장"으로 여기고뛰어들게 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인 요인 외에 세관당국의 단속의지 결여도 최근 성수기를 앞두고 CPU밀수가 기승을 부리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관련 용산상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전문조직에 의해 밀수가 이뤄진다해도 월 평균 2만~2만5천개의 CPU가 거의 고정적으로 밀반입되고 있다는 현실은 세관당국의 단속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P사등의 CPU 전문밀수조직 단속이후 급격한 품귀현상을 보였던 지난달의 시장상황은 당국의 단속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인다.

CPU밀수는 바로 이같은 시장의 구조적인 모순과 당국의 단속의지 결여가 가져온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