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소프트웨어시장 선점을 향한 삼성과 대우의 발걸음은 케이블TV라는 길목 에서도 어김없이 맞닿뜨리고 있다. 케이블TV는 미래 영상소프트웨어시장의주도권을 장악할 것으로 여겨지는 새로운 매체이다. 때문에 삼성과 대우등 양대그룹은 이 매체를 도외시할 수 없다. 벌써 이와 관련한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등 모두 부문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 뜨거운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양대그룹은 이미 대우전자와 삼성전자를 내세워 방송장비라는 케이블TV 하드 웨어부문에서 격전를 치룬바 있다. 그런데 이 격전에 따른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소프트웨어시장에서 맞붙었다. 영화채널을 삼성물산과 대우전자 등 이들 양대그룹 의사가 잡았기 때문이다.
1차전은 외국프로그램 수급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다. 케이블TV 영화프로그램 공급업체인 삼성물산(캐치원)과 대우전자(시네마네트워크)는 최근 미국의 유수 메이저영화사를 하나씩 꿰차고 본격적인 프로그램 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2일 워너브러더스사와 영화프로그램의 케이블TV 판권공급 계약을 체결, "펠리칸 브리프" "퍼펙트 월드" "매버릭"등과 같은 워너브러더스의 걸작 영화들을 내년 3월부터 상영할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대우전자도 메이저영화사 확보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삼성 과 워너의 계약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대우전자는 콜럼비아 트라이스 타사와 케이블TV 판권계약을 맺었다.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사는 대우전자의 비디오자회사인 우일영상과 오랫동안 제휴해 온 미국 메이저영화사이다.
이에대해 삼성물산은 "영화프로그램은 극장.비디오.케이블TV 유료채널.케이블TV 기본채널.공중파방송의 순서(이른바 윈도우)를 거치기 마련인데 대우전자의 메이저와의 판권 계약은 이러한 상식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라며 약간 불만섞인 반응을 보였다. 채널성격이 다르지만 같은 영화채널로서 외국영화 프로그램 확보경쟁을 벌이는 것은 판권료만 올리는 꼴이어서 이의 경쟁을 굳이 벌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삼성측의 주장이다. 어쨌든 이번 일로 유료채널 인 삼성물산은 자존심이 상당히 상한 셈이다.
대우전자측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대우전자는 "기본채널도 엄연한 영화채널 인데 이미 여러번 상영된 영화와 수준이 떨어지는 영화만으로 채우면 어떻게채널을 운영하란 말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윈도우라는 개념도 프로그램공급 사인 미국 영화사 입장이지 국내 업체와 소비자의 입장은 아니라는 게 대우 측의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대우전자가 향후 유료채널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이처럼 메이저영화사와의 판권계약에 매달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메이저영화사들은 현재 초기단계인 한국의 케이블TV시장에선 뚜렷한 영화배급전략없이 어느 채널이든 판권료를 높게 지불하는 채널에 공급할 방침을 밝히고 있어 폭스, UIP, 월트디즈니등 남은 미국 메이저영화사를 둘러싼 삼성 물산과 대우전자의 확보전은 날로 가열될 전망이다.
2차전은 케이블TV 상영시간의 70%를 차지하는 우리영화 프로그램의 확보전 으로 외국프로그램의 확보전 만큼이나 치열하다. 삼성물산은 "미스터 맘마" "태백산맥" "블루 시걸"등, 대우전자는 "투캅스" "커피 카피 코피"등 올해제작된 영화 상당수에 각각 제작비를 사전 지원했고 앞으로 제작될 영화에 대해서도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가입자가 수신료를 별도로 내는 유료채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사 채널의 초기 가입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채널들과 별개로 추진될 고객서비스와 기본 영화채널에선 보기 힘든 영화를 집중적으로 상영, 유료채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전자 는 현재 뚜렷한 편성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10여년의 영상사업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방송초기에 쏟아붓는 물량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일단 케이블TV 가입자를 고스란히 시청자로 끌어들이고 광고수입도 기대되는 대우전자의 기본채널이 삼성물산의 유료채널보다 유리한 고지에 선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사업초기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꾸준히 채널이미지를 쌓으면서 유료채널의 진가를 보여준다는 전략이어서 삼성물산의 추격도 만만치않을 전망이다.
케이블TV 전반을 놓고 보면 영화와 교양채널등 2개채널을 확보한 삼성그룹이 대우그룹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교양 다큐멘터리채널을 확보한 제일기획(Q 채널)은 80년대 후반부터 케이블TV사업을 준비해온 업체다. Q채널은 미국 디 스커버리채널등 외국프로그램의 수입 방영에 그치지 않고 향후 프로그램의 해외수출에도 나서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비디오 아티 스트 백남준"과 "태권도"등은 그 야심작들이다.
업계에선 Q채널의 프로그램 해외수출과 삼성전자의 미국 캐롤코사에 대한 자본투자 디지털방송장비 개발등을 하나로 묶어 삼성그룹이 케이블TV등 뉴미 디어를 바탕으로한 세계 영상시장에 진출할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비해 대우그룹은 국내 영상시장의 공략에 주력하는 양상이 짙다는 게업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비디오산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고 영화분야로 일관한 대우의 입장에선 당분간 이 분야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현실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화프로그램은 케이블TV 등장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동안은 극장배급과 비디오시장등을 축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케이블TV 장비 분야의 경우 대우전자는 케이블TV 방송국 추가허가, 위성방송등 앞으로의 국내수요에 대한 공급에 주력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사업다각화"(삼성) "국내시장을 겨냥한 전문화"(대우)로 대별되는 두 그룹의 영상소프트웨어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는 바로 케이블TV의 운영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