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기업.중소기업.정부의 삼위일체

나라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소기업이 한 나라의 사회.경제분야에서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미국에는 약 1천만개의 중소기업이 있으며, 전체고용의 80%, GNP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중소기업이 전체기업의 99%, 전체 고용의 60%, GNP의 50%정도를 차지한다. 대만의 중소기업은 전체기업중 98.9%인 72만개이 며, 생산의 60%, 수출의 65%, 고용의 70%를 담당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전체 제조업체의 98.3%에 해당하는 6만7천여 개로 고용의 61.7%를 담당하고 있으며, 생산액 및 부가가치 창출측면에서도 각각 42.7%와 44.3%를 담당하고 있어, 우리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며 수출에서도 39.9%를 담당하고 있어 수출증대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큰 비중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품질불량, 우수 기술인력의 절대부족, 자금의 악순환 등 수많은만성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만성적 문제들은 정부정책의 비현실성과 대기업의 공존공영 의식부족 등에서 크게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공화당 초기인 60년대 초반부터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결과적으로는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과 사 업조정제도 등 인위적인 보호.지원장치로 일관하면서도 대기업과의 실질적 연계 또는 계열화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담보위주의 대출제도와 까다로운 행정절차도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 한 관행이다. 외국의 경우 중소기업 경영자의 생활철학.신념및 기술의 깊이등을 고려해 대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감사에 저촉되지 않게 확실한 부동산 담보를 위주로 대출해왔다.

중소기업중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8.3%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 가 있는데, 이는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과 기구를 만들었어도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기업들도 중소기업에 대해 지금까지 동반자적 입장에서 공존공영을 추구하기보다는 하청업자, 원가절감의 대상으로 여겨온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의 경우 부품이 2만개, 컬러TV 4백~5백개, VCR 8백~9백개로 구성되어 있고 이중70 80%는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같이 중소기업 의 기반없이 대기업 혼자서만 제품을 완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한편으로 중소기업 자체 노력의 부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기술인력 육성과 신기술 개발, 고급품질 확보를 위한 투자가 미흡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면에서 보면 91년의 경우 집행업체수가 전체의 5.4%인 3천6백53개사에 불과하고 매출액대비로는 0.24%인 2천82억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볼 때 부품생산에서 완제품 생산까지 전공정에 대한 일관 된 경영혁신을 모기업과 연계추진하는 노력이 미흡하고, 경영자의 철두철미 한 장인정신, 프로의식, 뚜렷한 경영신념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부는 정부 및 모기업의 무제한적 보호나 지원에 기대는 체질에서 벗어나지못한 상태로 인식된다.

여기서 선진국의 중소기업 발전사례를 비교해 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미국 중소기업은 부동산 담보능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이라도 아이디어 와 기술력, 타당성 있는 계획서만 있으면 민간은행이 자유롭게 대출해 주는신용대출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이들은 업종제한 등 정부의 특별한 보호조치 없이 시장원리에 입각해 대기업 과 경쟁하고 있고, 규모가 작다고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토양에서 스스로 성장.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업종별, 지역별 조합의 활성화로 조합을 통한 금융지원이 보장되어 있고 중소기업중 62%가 대기업과 계열화되어 있으며, 나머지도 대부 분 어떤 형태로든 협역관계를 맺고 있다.

즉, 대기업이 필요에 의해 중소기업의 보호되고, 대기업을 통한 기술지도, 인력양성, 자금지원 등이 이루어짐으로써 결국 이러한 상호공존 체제의 바탕 위에서 일본 대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경우 개도국으로서 전세계적인 불황속에서도 고도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정부주도의 중소기업 보호.육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정부가 자금 등을 직접 지원해 주는 것은 거의 없으나 중소기업이 자생역을갖출 수 있도록 기술개발.시장개척 등 광범위하면서도 간접적인 지원대책을 시행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통해 국제경제 환경변화에 기민하게대응할 수 있는 탄력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