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화혁명의 원년

다사다난했던 1994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에는 천재와 인재등 많은 사고와 재난이 있었으나 북미 핵협상의 타결로 한반안에서 전운이 가셔지는 한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21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무엇보다도 뜻있게 새겨지는 일은 이 해가 정보화혁명의 원연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말하면 모두들 의아해 할는지 모른다. 이미 정보화시대가 열린 지 여러 해나 되었는데 새삼스레 무슨 소리냐 할 것이다. 컴퓨터와 통신기기를 많이 쓰게 된다고 정보화시대가 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수단을 이용해 경제 적 구조변혁이 일어나고 나아가서는 사회.정치.문화전반에 걸친 변화가 일어 나게 될 때, 그것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때 정보화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

1994년에 이러한 변혁을 일으키기 위한 여러 중요한 사건이 있었기에 이 해를 정보화혁명의 원연이라 부르는 것이다.

첫째, 미국을 위시한 여러 선진국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정보화기 반(NII) 구축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고 이의 완성을 위해 법제개편.예산확보.기술개발 등이 구체적으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달마다 가입자 가 1백만명씩 증가한다는 인터네트가 이제는 3천만명이 넘는 사람들 사이의정보교환과 컴퓨터통신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보화촉진 기본법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으며, 초고속정보화 추진위원회가 탄생했고, 초고 속정보통신망 구축기획단의 발족과 함께 각 부처마다 전담반이 조직되는 등 범국가적인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정보화혁명 주도국에 비해 잘못하고 있는 일은 백화만발격으로 각자 자기주장만 펼 뿐 전체적으로 통합된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각 부처는 각 부처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각자 자기 소신만 발표하고 있다. 각종 자문기관.연구기관.위원회 마다 중복된 과제를 갖고 대체로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토의하고 그 결과를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많으나 체계는 서지 않고예산도 뒷받침이 안되니 엉거주춤한 프로젝트가 되고 만다.

첫째로는 무엇보다도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해야 한다. 이런 나라를 이룩하기 위해 해야 할 과제는 대단히 많다. 각종 국세와 지방세의 부과.납부제도의정비 정부 각 기관의 구매제도의 개혁, 치안의 확보와 질서확립 차원에서의 경찰환경의 대확충, 입시지옥 해소와 열린 교육 실시를 위한 교육제도개혁, 국민 건강을 유지 향상시키기 위한 의료제도의 효율화 등 할 일은 대단히 많다. 적은 자금으로 시간과 공간을 줄이면서 이런 과제를 푸는 데에는 컴퓨터 와 통신망을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을 이룩하는 데에는 엄청난 자금과 노역이 투입되어야 한다.

어느분야부터 계획을 세우고, 어느 분야부터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누군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입안하고 각계 각층의 지도자에게 그 필요 성과 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지지를 얻도록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미국과 싱가포르의 추진방식을 보면 과연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 94년도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44개국 중 첫째와둘째로 랭크된 이 두 나라의 국가정보기반 구축계획을 보면 매우 일사불란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앨 고어 부통령이 진두 지휘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과학 및 기술정책실이 있고 이곳이 중심 이 되어 정부 각 부처와 연구기관.민간산업체 등이 힘을 합해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들은 우선 많은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 을 조성하고 정부차원에서도 해마다 전미과학재단을 위시한 10개 기관을 중심으로 1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의료.국방.교육.오락 .전자교역.홈 쇼핑 등 많은 응용분야의 시스템을 민간이 개발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세번째로 노력하고 있는 일은 지적재산권 보호나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대책 수립 등을 위한 연구와 제도 개발이다. 넷째로 미국 정부 가 힘쓰고 있는 것으로는 산업화시대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정보화의 걸림돌 이 되고 있는 각종 법령과 규제의 개폐를 들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워낙 규모가 작은 나라라 그런지 더욱 더 철저하다. 30 , 40년내에 선진국의 선두그룹에 들도록 자격을 갖추기 위해 싱가포르는 고척동 오작동 수상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국가전산원(NCB)이 중심이 되어 국민 .정부.실업계를 엮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경로(c onduit).내용(content),그리고 전산처리(computing)의 3대 요소로 구성된 국가정보기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앨 고어 부통령이나 고척동 수상같이 국가차원의 지도자가 정 보화혁명을 주도하면서 우리나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에스.티.엠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