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기본" 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난 뒤 붕괴원인과 대책을 비롯해 다른 교량들에 대한 안전점검에 이르기까지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분석기사들이 연일매스컴을 메웠다. "나라 전체가 부실"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과 함께 다리뿐 아니라 지하철.고가도로.아파트 등 건축물에 대한 만연되어 있는 부실시공행 태와 그 구조적 원인이 샅샅이 소개되고 이에 따른 총체적 진단과 근본적인 반성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어이없는 사고가 또 일어날 수도 있을 정도의 사회수준이라면 선진국 진입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은 설계에서부터 시공.감리.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제대 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러한 "부실"의 근본 원인은 결국 우리사회가 "기본"을 소홀히 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 건설기술이 해외에서는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받으면서도 국내에서는 이처럼 부실공사가 많다는 사실은 교량 붕괴사고가 적어도 기술이 모자라서는아니라는 반증이다. 전문기술자를 비롯해 용접.도장.볼트죄기.안전점검 등 다리건설과 관리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맡은 가장 기본적인 일에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리의 기능은 첫째가 땅이나 다름없이 사람이나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땅이 꺼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갑자기 다리가 무너지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리의 외관도 아름다우면 더욱 좋겠지만 만약 튼튼함과 미관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물론 튼튼함쪽이다. 다리의 기본기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다리의 외관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무너지면 이미 다리가 아니듯이 제품의 기능이 다양하고 디자인이 뛰어나더라도 고장이 자주 난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다리를 건설할 때든 제품을 만들때든 "기본기능"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면 본말이 뒤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구조가 복잡한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품질도 기술수준에 의해 판가름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기술수준도 이제는 선진국과 별차이 없거나 앞서는 부분도많기 때문에 기술보다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각자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만이 최고의 품질을 보장해줄 수 있다. 생산라인 의 수십, 수백개 공정에서 근로자 한사람이 볼트 하나만 느슨하게 죄도 제품 전체의 품질불량으로 이어진다.

국내외 구분없이 세계의 유명기업들과 싸워야 하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볼트 하나가 국가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1등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지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각분야에서 성실히 사회를 떠받치는 사람도 있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복된 경험으로 숙달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으며, 핵심적인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도있다. 이런 모든 구성원들의 역할이 시계 톱니바퀴처럼 정확히 맞물려 돌아갈 때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지 모두가 1등만을 원한다면 무너지는 다리처럼 부실한 사회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세상은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영화를 보고 여행에 필요한 예약을 하고 백화점에 가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정보화시대가 된다고 한다. 21 세기 정보화시대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도 기업은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 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이고 전문기술자들이 HDTV나 멀티미디어 연구를 한다고선진국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하나 만드는데서부터 다리건설 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사회발전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서까지 그 "기본 "을 수시로 되돌아보는 자세가 없이는 선진국 진입은 자꾸만 늦어질 뿐이다.